[시각과 전망-모현철] 다시 불붙은 TK 행정통합

입력 2026-02-08 18:23:08 수정 2026-02-08 18:2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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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현철 편집국 부국장
모현철 편집국 부국장

최근 드라마 '판사 이한영'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이 드라마는 거대 로펌의 노예로 살아가다 10년 전인 2025년으로 회귀(回歸)한 적폐 판사가 새로운 선택을 통해 거악을 응징하는 법정물이다. 웹소설·웹툰의 주류 장르였던 '회귀물'은 방송가에서도 흥행 보증 수표로 떠올랐다. 수년 전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재벌집 막내 아들'도 대표적인 회귀물이었다.

​회귀물 장르의 공통점은 현실에서 이루기 어려운 '인생 다시 살기'를 주제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인공이 과거의 기억을 가지고 돌아가 문제를 해결하고 성공을 이루는 과정을 통해 시청자들은 실패를 바로잡는 카타르시스를 대리만족(代理滿足)한다. 현대 사회의 불확실성과 불안 속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은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회귀물 드라마를 보면서 대구경북(TK)의 대표적인 역사의 순간을 되돌아보게 됐다. TK가 만약 드라마 주인공처럼 과거로 돌아가 미래를 바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헛된 공상(空想)을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최근 중단됐던 행정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어 과거로 회귀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TK는 2020년과 2024년 두 차례 행정통합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성과를 내지 못했다. 통합 청사 위치와 경북 북부 지역의 '대구 흡수' 우려 등이 발목을 잡았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해 대선 출마를 위해 시장직에서 중도 사퇴하면서 논의는 사실상 중단됐다. 그러나 최근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전·충남, 광주·전남 등에서 행정통합이 핵심 이슈로 부상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TK가 통합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지역 사회 전반으로 확산됐고 인구 감소와 산업 침체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통합이 불가피하다는 인식도 커졌다. 예전과는 다른 발 빠른 속도전이 가능했던 이유다.

정부 지원이라는 강력한 동력이 더해지면서 TK가 세 번째 도전에 나선 것이다. 국회에 발의된 행정통합 특별법이 이달 중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법안이 공포되면 6월 지방선거에서 통합 단체장을 선출하고 TK특별시가 출범(出帆)한다. TK가 통합할 경우 엄청난 변화가 예상된다.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재정 규모의 증대이다. 정부는 통합특별시에 4년간 최대 20조원 규모의 재정 지원을 약속했다. 지역의 숙원 사업이던 통합신공항 건설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대구가 '만년 GRDP(지역내총생산) 전국 꼴찌'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45년 전인 1981년 분리됐던 대구시와 경북도를 다시 하나로 합치는 것은 쉽지 않다. 행정통합 과정에서 꽃길만 걸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부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국제학교 설립 등 특별법안에 포함된 상당수의 특례에 대해 '불수용'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번주 법안 심사 단계에서 진통도 예상된다. 통합 과정에서 시도민 의견이 여전히 무시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장밋빛 기대보다 냉철한 현실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통합할 경우 2045년 인구가 1천250만 명으로 증가한다는 허황된 숫자에 집착하는 것은 금물이다. 시간이 흘러서 과거에 한 선택에 대해 후회하지 않겠다는 결의가 중요하다. "버스 떠나고 난 뒤에 손 흔든다"는 비아냥을 또다시 들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