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관세 재압박, 행정통합 등 국가 안팎의 현안(懸案)이 몰려들고 있다. 미국발 관세 압박은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경제의 숨통을 죄고 있다. 대구경북을 비롯한 권역별 행정통합 논의는 국가의 미래와 균형발전의 중대한 분수령(分水嶺)이다. 고물가·고금리로 벼랑 끝에 내몰린 민생을 살리기 위한 법안들도 국회 문턱에서 대기하고 있다.
이 모든 사안은 국회의 책임 있는 판단과 신속한 결단을 요구한다. 그러나 국가적 과제들을 주도적(主導的)으로 풀어가야 할 더불어민주당은 합당(合黨)을 둘러싼 당권 투쟁에 매몰돼 있다. 제1 야당인 국민의힘도 집안싸움으로 바람 잘 날이 없다. 민주당은 정청래 대표가 제안한 조국혁신당과 합당을 놓고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공개 설전을 하는 등 내홍(內訌)에 휩싸였다. 합당 논의가 6·3 지방선거에서 유불리를 넘어 차기 당권과 대권 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 제명(除名)을 둘러싼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2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친한(친한동훈)계와 일부 소장파는 한 전 대표 제명 이유를 설명하라고 압박했고, 당권파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도부를 흔들어선 안 된다고 방어했다. 이 과정에서 막말과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볼썽사나운 당내 권력 투쟁이 '입법과 정책 제시'라는 국회 본연(本然)의 기능을 집어삼키고 있다. 집권 여당인 민주당은 국정 운영에 안정성을 제공해야 할 책무가 있다. 그럼에도 내부 권력 재편에만 몰두하며, 정책 조율과 입법 추진에는 뒷전이다. 제1 야당인 국민의힘 역시 대안 제시와 견제라는 역할보다 당내 주도권 경쟁에 발목이 잡혀 있다. 두 정당의 모습은 개탄스럽다. 말은 '민생'을 앞세우지만, 행동은 정반대다. 정치의 공백(空白)은 국민의 고통으로 이어진다. 관세 대응 전략, 행정통합 입법 논의, 민생 법안 처리 등이 늦어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정신을 차려야 한다. '비정상 정치'를 지켜보는 국민의 인내심은 한계에 다다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