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하면 좌석 늘어난다" vs "아랫돌 괴어 윗돌 막기"

입력 2026-02-03 1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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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비혼잡 시간대까지 매진…정부, 운영 통합으로 공급 확대 구상
좌석 증가·요금 인하 놓고 엇갈린 계산…병목 구간·재무 부담이 변수

3일 수서를 정차역으로 하는 SRT가 서울역에 도착한 뒤 정차해 있다. 이날 한국철도공사와 에스알(SR)은 오는 25일 KTX가 수서역에서 출발하고, SRT는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시범교차운행에 앞서 시운전을 진행했다. 연합뉴스
3일 수서를 정차역으로 하는 SRT가 서울역에 도착한 뒤 정차해 있다. 이날 한국철도공사와 에스알(SR)은 오는 25일 KTX가 수서역에서 출발하고, SRT는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시범교차운행에 앞서 시운전을 진행했다. 연합뉴스

고속열차 좌석난이 주말과 성수기를 넘어 평일, 비혼잡 시간대까지 확산하면서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에스알(SR) 통합 논의가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고속철도가 출퇴근과 여행을 아우르는 '국민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정부는 운영 통합을 통해 좌석 공급을 늘리고 중복 비용을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좌석 확대 효과와 요금 인하 가능성을 둘러싼 논쟁에 더해 구조적 한계까지 드러나며 통합이 해법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정부 "공급 확대·운영 효율 동시에 잡겠다"

정부가 지난해 말 코레일과 SR 통합 추진 방침을 공식화한 배경에는 만성화된 고속철 좌석 부족 문제가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고속철도 이용객은 약 1억1천900만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KTX가 9천300만명, SRT가 2천600만명을 수송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2020년 6천100만명까지 줄었던 이용객은 2023년 1억1천만명, 2024년 1억1천600만명으로 회복한 데 이어 지난해 다시 최대치를 경신했다.

수요 증가에 비해 좌석 공급은 빠듯하다. 하루 평균 고속철 좌석 수는 KTX 약 20만2천석, SRT 5만2천석 수준이다. 출퇴근 시간대와 특정 요일에 수요가 집중되면서 지난해 이용률은 KTX 110.5%, SRT 131.0%로 집계됐다. 좌석 점유율은 각각 66.3%, 78.1%였지만 입석 이용과 시간대 쏠림이 겹치며 체감 혼잡도는 훨씬 높다. 서울역과 수서역, 부산역, 동대구역, 대전역 등 주요 역에서는 평일 낮 시간에도 매진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구조적 좌석난의 해법으로 고속철 운영 통합을 제시했다. 서울역은 KTX, 수서역은 SRT로 갈라진 이원화 체계를 하나로 묶어 기점과 종점을 유연하게 운용하면 같은 열차 수로도 좌석을 더 효율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논리다. 2021년 국토부 용역에서는 통합 시 연간 최대 406억원의 중복 비용 절감 효과도 제시됐다.

3일 수서를 정차역으로 하는 SRT가 서울역에 도착하고 있다. 이날 한국철도공사와 에스알(SR)은 오는 25일 KTX가 수서역에서 출발하고, SRT는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시범교차운행에 앞서 시운전을 진행했다. 연합뉴스
3일 수서를 정차역으로 하는 SRT가 서울역에 도착하고 있다. 이날 한국철도공사와 에스알(SR)은 오는 25일 KTX가 수서역에서 출발하고, SRT는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시범교차운행에 앞서 시운전을 진행했다. 연합뉴스

◆그래서 좌석은 얼마나 늘어날까

코레일은 통합이 완료되면 하루 좌석 공급이 약 1만6천석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좌석 수가 많은 KTX-1 열차(약 900석)를 수서역에 투입하고, 운행 계획을 통합적으로 조정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과정에서 KTX와 SRT가 서로의 출발역을 오가는 교차운행 시운행도 시작됐다. 이달 25일부터는 승객이 이용할 수 있는 시범 교차운행이 실시된다.

통합 효과의 핵심은 출발역 재배치다. 강남권과 경기 남부 수요가 몰리는 수서역은 만성적인 좌석 부족을 겪어 왔다. 반면 SRT는 KTX보다 편성 규모가 작아 수요 대응에 한계가 있었다. 정부는 서울역에서 출발하던 KTX 일부를 수서역으로 옮겨 수서발 좌석을 늘리고, 운행을 통합해 공급 효율을 높이겠다는 계산이다.

이진우 한국과학기술원(KAIST) 건설 및 환경공학과 교수는 "코레일과 SR이 시간 축과 거리 축을 기준으로 열차 운행 상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다이아그램을 함께 작성 중"이라며 "이 다이아그램이 완성돼야 통합에 따른 좌석 증가 효과를 정확히 가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각사가 보유한 객차가 수송할 수 있는 좌석 총량이 있고, KTX-1처럼 큰 편성을 수서역에 투입하면 그 노선이 회차 주기가 더 짧아 전체 좌석이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회차 시간 단축도 좌석 확대 논리의 한 축이다. 이 교수는 "KTX와 SRT가 서로의 출발역을 오가면 불필요한 대기 시간이 줄어 단위 시간당 더 많은 열차를 투입할 수 있다"며 "지금은 부산역에서 회차할 때 KTX는 서울역으로, SRT는 수서역으로 돌아가기 위해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데 SRT가 서울역으로 바로 갈 수 있으면 이 손실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요금 인하·인상 사이의 '정책 엇박자' 비판도

하지만 SR 노동조합과 일부 전문가들은 계산 방식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수서역에 좌석 수가 많은 KTX-1을 투입해 수서발 좌석을 늘리는 대신 선로 용량이 포화 상태인 평택~오송 구간을 감안하면 서울발 열차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경우 전체 좌석 총량이 늘기보다는 출발역 간 재배치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국토부도 단기적으로는 이 같은 불편이 발생할 수 있음을 인정했다. 수서발 열차가 늘어나는 만큼 서울발 좌석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교차운행과 통합 효과는 병목 구간 해소나 추가 선로 확보 없이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요금 문제도 논란의 핵심이다. 지난해 말 코레일은 통합으로 비용 구조가 개선되면 KTX 요금을 10%가량 인하할 수 있다는 내부 검토를 내놓았다. 그러나 그해 3월까지만 해도 경영 악화를 이유로 KTX 요금 17% 인상을 검토했던 만큼 정책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SR 노조는 "적자가 누적된 상태에서 요금 인하는 결국 재정 부담을 키워 장기적으로 더 큰 요금 인상이나 서비스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코레일은 수천억원대 당기순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다. 통합 이후 요금 인하가 현실화될 경우 누적 부채가 더 늘어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다.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 조합원들이 지난해 12월 2일 서울역 광장에서 총파업 예고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철도노조는 성과급 정상화, 고속철도 통합, 안전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는 모습. 연합뉴스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 조합원들이 지난해 12월 2일 서울역 광장에서 총파업 예고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철도노조는 성과급 정상화, 고속철도 통합, 안전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는 모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