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보다 경험, 자산보다 거주 가치를 중시하는 흐름
글로벌 불확실성과 공급 구조 변화 속에서 부동산 시장의 판단 기준이 자산 가치 중심에서 주거 효용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알투코리아·희림·한국갤럽은 지난달 '2026 부동산 트렌드' 보고서를 공동으로 발간하고 향후 부동산 산업과 주거 공간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올해를 '불안과 희망이 공존하는 변곡점'으로 규정했다. 글로벌 지정학적 갈등, 보호무역 강화, 기후 변화 리스크가 이어지는 가운데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은 기존 산업 질서를 재편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부동산 시장 역시 공사비 급등, 공급 절벽,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등 구조적 부담 속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신축과 구축 간 양극화가 심화되는 국면에 놓여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 연구진은 올해 부동산 시장을 관통하는 3대 키워드로 ▷강요된 선택 ▷공간·진화 ▷탄성한계 늘리기를 제시했다. '강요된 선택'은 가격 상승과 공급 부족으로 소비자의 의사결정이 압박받는 상황을 의미한다. '공간·진화'는 주거 공간이 단순한 거주의 틀을 넘어 라이프스타일과 건강을 관리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흐름을, '탄성한계 늘리기'는 건설·부동산 산업이 AI와 ESG를 활용해 생존 기반을 확장하려는 시도를 뜻한다.
이를 구체화한 7대 트렌드로는 ▷실용의 재발견 ▷소유보다 경험 ▷무마찰 소통 ▷적시적변 ▷내 곁의 케어 ▷표면장력 위에서 균형잡기 ▷그린프리미엄이 선정됐다. 연구진은 공급 부족과 대출 규제 속에서 '자산 증식'보다 '거주 효용'을 중시하는 실용적 주거 선택이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집은 더 이상 소유의 상징이 아니라, 비용 대비 삶의 질을 판단하는 생활 기반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경험 소비의 확산은 주거의 의미를 바꾸고 있다. 청소·세탁 등 부대 서비스, 가전·가구 렌탈과 구독이 늘면서 주택은 고정 자산이 아닌 '조정 가능한 생활 플랫폼'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동시에 사람들은 연결을 원하지만 감정적 마찰은 피하려는 경향을 보이며, 공유 라운지·코리빙 등 '함께 혼자 있는' 공간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족 형태의 변화와 초고령화, 기후 리스크는 주거의 유연성을 요구한다. 이에 따라 가변형 평면과 가구, AI 기반 스마트 시스템을 결합한 '적응형 주택'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더 나아가 웨어러블, IoT, 원격의료와 연계된 주거 공간은 거주자의 건강 데이터를 관리하는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건설·부동산 산업 측면에서는 거래와 가격이 겉으로는 안정돼 보이지만, 공사비 상승과 유동성 악화가 누적된 '표면장력' 상태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연구진은 BIM과 디지털 트윈을 활용한 AI·자동화 기술이 생산성과 수익성을 높여 이 한계를 넘는 핵심 전략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동시에 에너지 효율과 친환경 성능이 자산 가치로 직결되는 '그린프리미엄' 현상이 본격화될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진은 "올해 부동산 시장은 불확실성이 상수인 환경에서 실용성과 유연성을 갖춘 주거, 기술과 결합한 공간 진화가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며 "소비자와 산업 모두 생존을 넘어 지속 가능성을 모색하는 전환기에 들어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