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 TV조선 고문·전 영남대 교수
보수의 심장 TK의 변화를 호소한다
국민의힘은 지난 1월 한 달 내내 집안싸움에 몰두했다. 6.3지방선거가 코앞인데도 안중에 없다. 결국 김종혁 전 최고위원과 한동훈 전 대표가 제명됐다. 당인으로서 사형 선고를 받고, 당 밖으로 내팽개쳐진 것이다. 형식은 개인들을 처벌한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한때 당대표와 최고위원이었다. 사실상 당 반쪽을 베어낸 셈이다. 이 사태를 개인 문제로 볼지, 당 반쪽의 문제로 볼 건지, 이 구별이 중요하다.
이 일은 두 사람의 개인 행위에서 비롯되었다. 김 전 최고위원의 당대표 비판, 그리고 한 전 대표의 당원 게시판 글 문제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이 거칠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국민의힘 윤리위는 결정문에서 "당대표는 당원 개개인의 '자유 의지의 총합'으로 만들어진 정당을 대표하는 기관"이라며 당대표에 대한 비판을 불온시했다. 그렇다면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어떻게 봐야 하나? 국민 자격을 박탈해야 하나? 그런 논리가 끝까지 가면 북한 체제다.
한 전 대표의 당 게시판 글도 문제가 많다. 하지만 "당의 명예와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당 윤리위의 판단도 문제다. 여당 대표도 대통령을 비판할 수 있다. 역대 여당은 청와대 출장소에 불과했다. 그게 한국 정치의 대표적 문제점 중 하나였다. 견제받지 않은 대통령들의 마지막 운명이 어땠나. 국가도, 대통령도 불행이었다.
그런데도 윤석열 전 대통령은 이준석 대표를 쫓아내고, 김기현 대표를 세웠다. 노골적으로 당의 복종을 요구한 것이다. 불행의 시작이었다. 그런 관계는 거부하는 게 맞다. 하지만 여당 대표의 비판은 국가 운영에 대한 공동의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정정당당해야 한다. 한 전 대표는 그 점이 부족했다. 야심이 앞섰고, 방법이 음습했다. 배신자로 비판받는 건 그래서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을 비민주적 국정 운영을 비판하고, 비상계엄에 반대한 게 틀렸나? 지금 강성 보수진영은 그 점을 혼동한다.
이 사태는 개인적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결국 당 노선을 둘러싼 투쟁이다. 직접적으로는 윤 어게인 문제고, 12.3비상계엄 문제고, 윤 전 대통령의 국정 운영 문제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87년 민주화 이후 보수 진영의 정치노선 문제이기도 하다. 무엇이 옳은지, 판단 기준은 민주주의다.
빵 없이는 민주주의도 없다는 게 현대 정치학의 결론이다. 1959년, 저명한 비교정치학자 립셋(S. M. Lipset)은 경제발전 없이는 민주주의가 정착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2004년 쉐볼스키도 구매력 기준 1인당 GDP 6,000달러를 넘어서면 민주주의 붕괴 확률이 1/500 정도라고 밝혔다. 세계 사례를 봐도 그렇다. 가난한 나라에는 빵은 물론 민주주의도 없다.
한국 현대사에서 빵을 만든 건 군사정부의 산업화 덕분이었다. 역설적이지만 민주주의의 토대를 닦은 것이다. 1987년에는 민주화도 수용했다. 1990년 3당 합당으로, 보수정당은 민주주의를 당내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때 그게 깨졌다. 그 결과 2016년 20대 총선에서 참패하고, 대통령도 탄핵됐다. 보수 진영도 긴 암흑기에 접어들었다. 그런데 잘못된 궤도가 반복됐다. 21대 대선을 간발의 차이로 이기며 회생했지만, 12.3비상계엄으로 보수 진영 전체가 나락에 떨어졌다. 국민의힘은 그간 수도권 지지를 완전히 잃고 총선에 3연패하며 영남 자민련으로 전락했다. 22대 대선도 졌다.
이제 정말 바뀔 때가 됐다. 윤 어게인은 대한민국의 미래가 아니다. 그런데 윤 어게인파가 다시 당권을 쥐었다. 놀라울 뿐이다. GDP 3만 달러의 국가를 민주주의 없이 어떻게 운영하나. 민주주의는 총 아닌 말로, 표로 하자는 정치의 약속이다. 12.3 비상계엄은 그 선을 넘었다. 헌재와 국민 다수가 그렇게 심판했다. 한동훈, 김종혁 제명은 그 흐름에 역류하는 일이다. 그런데도 강행한 건 강경 보수 진영의 지지를 믿기 때문이다. 결국 6.3지방선거는 완패하고, 민주당 1당 지배가 완성될 것이다. 나라는 어찌되나. 보수의 심장 TK가 바뀌어야 한다고 간절히 호소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