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의 사랑·빛·자유… 박순진 대구대 총장 "다음 100년도 '사람 중심 대학'"

입력 2026-02-03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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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80주년] 지역에서 대학을 묻다: 2026총장 인터뷰
대구맹아학원 모체… 한국 특수교육·사회복지·재활교육 메카로
디자인·농업·에너지 등 新 특성화 3분야도 중점 육성

박순진 대구대학교 총장이 지난 13일 대구대에서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대구대 제공
박순진 대구대학교 총장이 지난 13일 대구대에서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대구대 제공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 글로벌 경쟁 심화라는 삼중고 속에서도 지방대학은 끊임없이 활로를 모색하며 나아가고 있다. 매일신문은 2026년 새해를 맞이해 지역 대학을 이끌어가고 있는 총장들을 만나 신년 포부와 당찬 계획을 들어본다.

2026년 개교 70주년이라는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한 대구대학교 박순진 총장은 올해 대구대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새출발'을 꼽으며 이 시점을 "과거를 정리하는 해가 아니라, 다음 100년을 향한 새로운 출발점"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올해는 단순히 지난 역사를 기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앞으로의 100년을 준비하는 출발점"이라며 "70주년 기념행사를 통해 대학이 걸어온 길과 사회적 역할을 되돌아보고, 대구대가 어떤 대학으로 나아갈 것인지 분명한 비전을 구성원과 지역사회에 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리더십, 미래를 향한 새로운 출발

특히 2026년은 대학 리더십이 새롭게 정비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대구대는 사립대 가운데 드물게 총장 직선제를 유지하고 있는 대학으로, 박 총장의 임기는 오는 6월 30일로 마무리된다. 이르면 오는 4월 말부터 차기 총장 선거에 돌입하게 된다.

박 총장은 "새로운 총장 선거를 통해 대학 운영의 방향성과 속도를 재정립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는 단순한 인적 변화가 아니라 대학이 어떤 가치를 중심에 두고 운영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의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리더십을 통해 대학이 보다 명확한 비전 아래 새출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올해가 특별한 또 다른 이유는 대구대가 본격적인 인공지능(AI) 대전환에 나서는 해이기 때문이다. 대구대는 올해를 기점으로 대학 구성원 모두가 AI를 일상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무료 AI 도입과 활용 환경을 구축할 계획이다.

박 총장은 "AI를 비롯한 디지털 대전환은 대학의 교육 방식뿐만 아니라 존립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며 "AI 대전환과 함께 AI 활용 역량을 일부 전공이나 연구자의 영역에 국한하지 않고, 모든 구성원이 갖춰야 할 기본 역량으로 끌어올리겠다"고 강조했다.

◆대구맹아학원에서 출발… 약자와 늘 함께한 대학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도 대구대가 반드시 지켜야 할 정체성에 대해 박 총장은 '사랑·빛·자유'라는 건학정신을 분명히 했다.

경쟁과 성과 중심의 대학이 아니라 '사람 중심 대학'이라는 정체성을 더욱 분명히 하겠다고도 강조했다.

박 총장은 "1956년 대구맹아학원을 모체로 출발한 대구대는 한국전쟁 이후 사회적 약자를 위한 교육과 복지를 실천해 온 대학"이라며 "특수교육·사회복지·재활교육의 뿌리를 세운 대학으로서 '사람 중심 대학'의 가치를 일관되게 이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구대의 70년은 곧 한국 특수교육과 사회복지, 재활교육의 70년이기도 하다"며 "장애·비장애 통합교육을 실현해 온 경험은 어떤 경쟁 환경 속에서도 대구대가 놓쳐서는 안 될 핵심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교육기부 명예의 전당 헌액, 대한민국 교육기부대상 수상, 교육기부 우수기관 재인증 등은 이러한 정체성을 대외적으로 인정받은 사례다.

◆눈부신 성과로 가득했던 지난 한 해

2025년 한 해에 대해서는 "입시 경쟁력과 미래 성장 동력을 동시에 확인한 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2026학년도 수시모집 경쟁률은 최근 5년간 최고치인 5.55대1을 기록했고, 수시 등록률도 전년도 86%에서 96%로 크게 상승했다. 정시모집 경쟁률 역시 8대1로 전년 대비 큰 폭의 개선을 보였다.

박 총장은 "교육 혁신과 학과 구조 개편, 대학 신뢰도 제고 노력이 숫자로 증명된 해"라고 설명했다.

정부재정지원사업 성과도 이어졌다. 대구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이 선정한 소프트웨어중심대학에 선정돼 최대 8년간 연 20억원의 국고 지원을 받게 됐다. 이는 대구대가 AI·SW 융합 교육의 핵심 거점으로 도약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될 전망이다.

아울러 경상북도 RISE사업을 통해 5년간 470억 원 이상을 지원받아 스마트 모빌리티, AI 기반 헬스케어, 창업, 글로벌 인재 양성 등 9개 단위과제를 수행하며 지역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 경북형 글로컬대학 사업과 인문사회 융합인재양성사업(HUSS) 선정 역시 교육 영역의 외연을 확장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다만, 박 총장은 "지난해 학생들의 해외 경험 기회를 충분히 확대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코로나19 직후 취임하면서 위축됐던 학생 문화를 회복하는 데 주력해 왔다"며 "캠퍼스 시설 개선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현재는 활기찬 캠퍼스로 변화했지만, 앞으로는 학생들을 위한 국제 프로그램을 보다 체계적으로 정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대학은 '청년 저수지'… '3+3 특성화 전략' 추진

수도권 집중에 따른 지역 대학의 위기에 대해 박 총장은 "이제 대학 경쟁력은 교수진이나 교육과정보다도 '입지'에 의해 판단되는 시대가 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우수 학생의 수도권 쏠림은 지역 대학의 지표 악화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학생 모집의 어려움으로 연결되는 악순환을 만든다"며 "국립대 중심 정책은 지역 사립대학의 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 소멸 문제와 관련해서는 지역 대학의 역할을 '청년 저수지'에 비유했다.

박 총장은 "지역 대학이 흔들리면 청년이 떠나고, 청년이 떠나면 지역은 더 빠르게 소멸의 길로 접어든다"며 "대구대는 지역 인재를 길러 지역에 정착시키는 핵심 거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대구대는 '3+3 특성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특수교육·재활과학·사회복지라는 전통적 특성화 3분야와 함께, 디자인·농업·에너지라는 새로운 특성화 3분야를 전략적으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박 총장은 "대구대는 학생 수가 많은 종합대학이지만 특성화 분야가 분명하다는 점이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박 총장은 청년과 지역민에게 "청년의 시간은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자산이다. 성공이든 실패든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길 바란다"며 "개교 70주년을 맞은 우리 학교는 지역과 함께 새로운 100년을 만들어가는 대학이 되겠다"고 메시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