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통합과 신공항 건설, UAM 상용화라는 세 가지 변화는 대구경북 하늘길의 지도를 완전히 바꿀 것이다. 공항·철도·항만·도로에 더해, 산불 감시와 재난 구호, 해상 구조, 교통 관리를 아우르는 저고도 항공 모빌리티 체계를 설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러나 매년 반복되는 산불과 해양 사고는 여전히 수많은 생명과 재산을 앗아가고 있다. 의성 초대형 산불처럼 단 한 번의 초기 대응 실패가 수조 원대 피해로 이어지는 현실은, 대구경북이 헬기와 UAM을 포함한 저고도 항공 안전 체계를 어떻게 재편해야 하는지 묻고 있다.
UAM의 경제성과 저소음, 무배출이라는 장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중·장거리 운항과 대용량 수송, 강풍 속 산불 진화와 동해안 해상 구조까지 모두 맡기기에는 기술적·운영적 한계가 크다. 현실적인 해답은 대체가 아니라 역할 분담이다. 도심–신공항, 주요 거점 간 단거리 여객과 경량 화물은 UAM이, 험준한 산악과 동해안, 대규모 산불과 해양 사고 대응은 중·대형 헬기가 담당하는 헬기+UAM 혼합 모델이 대구경북에 요구되는 방향이다.
문제는 대당 수백억 원에 이르는 중·대형 헬기 소요를 어떻게 충당하느냐이다. 해답의 핵심은 민간 헬기 사업자가 평시에 관광·점검 등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위기 시 공공 임무에 참여하는 선순환 생태계를 설계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신공항 인프라, 관광 상품, 공공 임무를 하나의 전략으로 엮는 정밀한 설계가 필요하다.
필자가 제안하는 '헬리콥터 향토예비군'은 평시에는 민간 헬기가 지역 경제를 살리는 관광·사업 플랫폼으로 운영되고, 유사시에는 산불 진화와 해상 수색·구조에 투입되는 상설 동원 체계다. 지역 지형을 잘 아는 조종사와, 이미 수익을 내는 항공기가 위기 때 곧바로 투입되도록 제도화하자는 구상이다.
이 구상이 제도로 자리 잡으려면 네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첫째, 민간사업자의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할 수 있는 중·대형 헬기 사업모델이다. 신공항–도심–경주·포항·울릉을 잇는 헬기 셔틀, 포항 영일만과 스페이스 워크 상공 야경 투어, 울진 해안–울릉도 관광 코스, 해상풍력·양식장 점검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조건은 민간이 고가의 헬기를 도입, 유지하면서도 공공 임무에 동원될 수 있는 여력을 준다.
둘째, 산불·재난 임무에 대한 별도 계약 단가와 비용 구조를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상시 계약과 일정 수준의 공공 지원이 결합되면, 지금처럼 시간당 수천만 원대 임차료가 정상처럼 청구되는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다.
셋째, 상업 운항과 긴급 출동이 충돌하지 않도록 동원 우선권과 손실 보전 원칙을 명확히 해야 한다. 어느 수준의 경보에서 상업 비행을 중단하고, 어떤 조건에서 국가·지자체가 손실을 보전할지 미리 정해 두어야 한다. 이는 공공 임무 전환 매뉴얼이다.
넷째, 사고 발생 시 국가·지자체·민간 간 책임 분담과 보험 체계를 재설계해야 한다. 고위험 임무를 수행하는 상업용 헬기는 현재의 일반 상업 보험만으로는 보상되지 않는 영역이 많기 때문이다.
'헬리콥터 향토예비군'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신공항에 헬리포트 구역을 지정하고, 도심 곳곳과 산악·연안 거점에 헬기와 UAM이 공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포트를 설치하는 일은 필수적이다. 산불, 해양 사고, 도심 재난이 발생했을 때 산림청·소방·해경·군·지자체·민간 헬기와 UAM·드론을 자동 배치하고 우선순위를 조정할 수 있는 통합 관제 시스템 구축도 뒤따라야 한다.
"TK특별시 헬리콥터 향토예비군"은 단순한 구호를 넘어, TK특별시의 자치권 강화와 맞물려 저고도 항공 안전망과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함께 키우자는 전략 제안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 상상력을 지탱할 숫자와 규칙, 책임을 설계하려는 TK특별시의 결단이다. 대구경북특별시는 ① 재난·산불 대응에 필요한 전용 헬기 목표 수량, ② 민간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수익·보상 구조, ③ 신공항을 축으로 한 버티포트·헬리포트 네트워크, ④ 통합 관제·공역 설계를 위한 2020년대 로드맵을 서둘러 제시해야 한다.
하대성(전 육군 헬기부대 대장·정치학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