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석 국민대 객원교수
지난 칼럼에서 필자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이하 방미통위)'가 부끄럽다"는 솔직한 심정을 표한 바 있다. 한 국가를 대표하는 미디어 기구 명칭으로서 '개념적 오류'가 과하고, 정체성을 담아내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이었다.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미심위)는 '방송언어자문특위'를 운영해 공동체의 핵심 가치인 '언어(한국어)'를 공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방미심위가 방미통위 설치법에 근거해 운영되는 이상, 방미통위 역시 우리 언어를 올바르게 사용할 책무를 가지고 있다.
다행히 주변 지인 뿐 아니라 많은 전문가들이 공감을 표해주셨다. "왜 이 문제가 아직도 제대로 공론화되지 않았는지 참 이상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이례적으로 친여 성향 미디어 비평 언론에서도 필자의 칼럼을 인용해 자세히 소개하기도 했다. 그만큼 공감의 폭이 넓은 문제 제기였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공감 만으로는 부족하다. 바로잡아야 한다. 그래서 김종철 방미통위 위원장께 당부드린다. 위원회가 정식 출범하는 즉시 정부 입법으로 위원회 명칭을 바로잡아 주기 바란다.
이왕이면 법 제정 과정에서 '논쟁 중 미루어진 사항'을 포함해 주면 더욱 고맙겠다. 바로 'OTT 문제'다. 지상파와 종편 중심의 미디어 소비 시대는 끝났고, 콘텐츠의 제작과 유통은 OTT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됐다. 그러나 이를 포괄적으로 관할할 공식 기구는 여전히 부재하다. 따라서 개정법에는 OTT 플랫폼 관련 조항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이보다 더 중요한 당부가 있다. 현 시국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관련된 내용이 아니다. 필자는 방미통위법 개정 과정에서 제기된 정치적 논쟁이나, 위원장 임명 과정에서 불거진 과거 발언 등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다시 꺼내지는 않겠다. 다만 위원회가 출범하는 시점에 기구의 정체성과 존재 이유 만은 꼭 짚고 넘어가야겠다.
방미통위는 일반 부처와 확실히 구분되는 특별한 사명, 즉 '국가 정체성'을 세우고 '공동체의 가치'를 보호하는 '초 정파적 기구'로서의 역할을 부여받았다. 우리나라 정부 부처 중, 융과 미디어를 다루는 정부조직만이 '위원회형 합의제 기구'로 설계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금융위원회와 방미통위는 모두 공동체의 '혈류'를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자본과 신용, 정보와 여론은 속도가 빠르고 파급력이 커서 특별한 관리가 꼭 필요하다.
이들의 특징은 '억지로 막을수록 우회로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사전 통제'는 위헌이지만, '사후 대응'이 늦어지면 그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 하지만 과도한 규제는 더 큰 문제를 야기한다. 오히려 음성화, 해외 이전, 비공식 경로 확산을 낳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두 영역은 '계선형' 부처가 아니라 이해관계와 속도를 조정하는 '조정형' 위원회 구조로 설계된 것이다. 구체적 안전장치가 위원을 여야가 함께 추천하는 '초 정파적 인선'이다.
구체적인 방법론은 고대 중국 우임금의 '치수(治水)' 정책과 유사하다. 제방으로 물을 막으려 했던 곤의 방식은 실패했고, 물길을 터 흐름을 관리한 우의 방식은 성공했다. 이는 오늘날 금융정책과 여론·미디어 정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막을 것인가가 아니라, 어디를 열고 어떻게 흐르게 할 것인가이다.
자칫 '제방'이 강조되면 과거 'TV조선 재허가' 과정에서 벌어졌던 불법적 행정이 재현될 수 있다. 권위주의 시대에도 없던 교묘한 방식의 차별과 탄압이 또다시 발생할 수 있다. 예방책은 '균형'과 '조화'다. 위원회 의사결정의 정치적 균형, 규제와 진흥의 조화는 위원장 리더십의 핵심이고 '충직한 청지기'로서의 덕목이다. 혹시 모를 '윗선'의 부당한 지시나 개인적 욕망에 쏠리지 않길 바란다. 그래야 성공한 초대 위원장이 될 수 있다.
신임 김종철 위원장은 공법학회 학자 출신으로, 미디어에 대해서는 전형적인 '규제론자'로 인식되어온 것 같다. 하지만 요즘 발언들을 보면 '미디어 진흥'에도 관심을 표한다. "낡은 규제의 틀을 과감히 혁파해 산업을 진흥하고, '규제와 진흥의 조화'를 통해 글로벌 미디어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기여하겠다"는 위원장 취임식 발언은 고무적이다. 이런 메시지가 선언에 그치지 않고, 자율과 책임의 조화로 구현돼 방미통위의 존재 이유를 입증해 주길 바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