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수도권 통근버스' 없앤다…'나홀로 이주' 해법 될까?

입력 2026-01-28 17:5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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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방 이전 10년 넘은 공공기관 통근버스 전면 중단 지침
정주율 제고 명분 내세웠지만 교육·의료 인프라 해법은 여전히 공백

2024년 1월 22일 오전 대구 동구 신서혁신도시 내 한 공공기관 정문 앞에서 직원들이 통근버스에서 내려 출근하는 모습. 매일신문 DB
2024년 1월 22일 오전 대구 동구 신서혁신도시 내 한 공공기관 정문 앞에서 직원들이 통근버스에서 내려 출근하는 모습. 매일신문 DB

정부가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의 수도권 통근버스 운영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공공기관 이전 10년이 넘도록 직원들의 수도권 출퇴근이 이어지면서 지역 정착과 혁신도시 활성화라는 정책 목표가 훼손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정주 여건 개선 없이 이동 수단부터 없애는 방식이 과연 '나홀로 이주'를 줄일 해법이 될 수 있느냐는 의문이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8일 "범부처 논의를 거쳐 지방 이전 공공기관의 수도권 통근버스 운영을 중단하라는 지침을 각 기관에 시달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일부 공공기관이 임직원 지역 정착 지원보다 수도권 출퇴근 편의를 제공해 지방 이전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며 "지역경제 기여와 혁신도시 활성화를 위해 통근버스 중단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3월까지 운영을 원칙적으로 중단하고, 계약 해지에 따른 위약금이 발생할 경우에도 6월 이내 종료하도록 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방 이전 공공기관 149곳 가운데 47곳이 수도권 통근버스를 운행 중이다. 비율로는 31.5%다. 부산과 제주를 제외한 8개 혁신도시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연간 약 22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대구에서는 한국가스공사, 한국산업단지공단, 한국부동산원 등 3개 기관이 수도권 통근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부동산원의 경우 자체 보유 버스를 활용해 수도권 노선을 운행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경북 김천에서는 한국도로공사와 한국교통안전공단, 한국전력기술 등 세 곳이 수도권을 오가는 통근버스를 운행 중이다. 주말 중심 노선이 대부분이지만, 기관별로 수억~수십억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정부는 통근버스 중단을 통해 혁신도시 정주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입장이다. 전국 10개 혁신도시의 정주 인구는 23만6천명으로 늘었고 이주율도 70.8%까지 상승했지만, 가족 동반 이주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혁신도시는 2만~5만명 규모로 조성돼 쾌적성은 확보했으나 종합병원과 응급의료 체계, 교육시설, 대중교통 등 필수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반복돼 왔다.

노동계는 이번 조치를 두고 "정주 정책이 아니라 이동권 제한"이라고 반발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정주 여건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통근버스부터 중단하는 것은 정책의 순서를 거꾸로 세운 것"이라며 "의료·교육·보육·교통 인프라에 대한 국가와 자치단체의 책임 있는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수 공공기관이 전국 순환근무와 잦은 인사이동 구조를 갖고 있어 가족 단위 이주가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다.

현장 반응도 냉담하다. 맞벌이와 자녀 교육 문제로 통근버스를 이용해 온 직원들은 "이미 내려올 사람은 내려왔고, 버스를 없앤다고 이주가 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통근버스 폐지로 교통비와 생활비 부담만 늘고, 결국 자가용이나 철도 이용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통근버스 운영이 지방 이전 당시 노사 합의에 포함된 사안이라며 노동조건 불이익 변경 소지도 제기하고 있다.

대구의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이미 기피 현상이 만연한 본사에서 통근버스까지 폐지하면 지방 이전이 불가능한 가정은 본사나 오지 사업소 전보를 더욱 기피하게 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수도권 선호와 인력 집중만 강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국토부도 정주 여건 개선을 병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각 부처와 공공기관이 함께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한 단기 과제를 발굴하고, 2차 공공기관 이전 과정에서 지자체와 협력해 혁신도시 인프라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