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민선 8기 들어 6조6천억원 규모의 투자협약을 체결하며 외형상 '역대급' 성적표를 내놓았지만, 실제 착공과 가동으로 이어지는 이행 단계에서는 속도 차가 뚜렷하다. 투자유치의 양적 팽창을 넘어 계획된 사업을 얼마나 현실화하느냐가 대구 산업 정책의 새로운 시험대로 떠오르고 있다.
◆6조6천억 MOU 성적표
대구시가 지난 2022년 하반기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기업들과 체결한 투자협약(MOU)상 투자 규모는 6조6천393억원, 고용 계획은 9천494명(비공개 4건 제외)으로 나타났다. 기업당 평균은 1천355억원, 202명이다. 일부 기업의 투자 규모는 경영상의 이유로 공개되지 않았다. 롯데쇼핑, 신세계사이먼이 대표적이다.
최대 투자 규모는 이차전지 기업인 엘엔에프의 2조5천500억원, 3천명으로 나타났다. 엘엔에프는 지난 2023년 대구국가산업단지 2단계 구역에 2조5천500억원을 들여 이차전지 소재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내용의 투자약정을 대구시와 맺었다. 이미 국가산단2단계 구역에서 구지3공장을 운영하는 엘엔에프는 지난해 6월 약정된 일부 부지를 대상으로 분양 계약을 체결하며 투자약정 계획을 현실화하고 있다.
대구시가 체결한 전체 53건의 투자협약 가운데 80%가 넘는 43건이 미래모빌리티·ABB(AI·빅데이터·블록체인)·반도체·헬스케어·로봇 등 '5대 미래 신산업' 분야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래모빌리티 분야는 21건으로 전체의 약 40%(39.6%)를 차지하며 가장 큰 비중을 보였다. 이어 ABB 7건, 반도체 6건, 물산업·헬스케어 각 5건, 로봇 4건 순으로 집계됐다. 이와 함께 쿠팡과 롯데칠성음료 등이 포함된 쇼핑·유통·물류 분야 4건과 관광 시설(신라스테이) 1건도 더해지며 대구의 투자 유치가 신산업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에는 유통·물류 분야 투자협약이 잇따르는 점도 눈에 띈다. 신세계사이먼은 안심뉴타운 유통상업용지 4만1천134㎡ 부지에 영업면적 4만2천900㎡(약 1만3천평) 규모의 프리미엄 아울렛을 조성할 계획이다. 롯데쇼핑은 수성알파시티에 복합쇼핑몰 '타임빌라스 수성'을 조성 중이며 개장 시기는 2027년 상반기로 예상된다.
물류 분야 투자도 확대되고 있다. 쿠팡의 배송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는 수성알파시티에 618억원을 투입해 스마트물류센터를 조성했다. 롯데칠성음료는 금호워터폴리스에 최신 자동화 설비를 갖춘 광역물류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유통과 물류 기능이 동시에 확장되면서 소비·배송 인프라를 중심으로 한 산업 지형 변화도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전체 투자협약 가운데 2~3년의 중기 투자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투자 기간별로 살펴보면 2~3년 중기 투자가 20건으로 가장 많았고, 4년 이상 장기 투자가 18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단기·단년 투자가 9건, 기간이 확정되지 않은 포괄적 투자는 6건으로 집계됐다. 일부 협약은 투자 종료 시점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아 사후 성과 검증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투자 입지도 양극화
투자협약은 국가산업단지와 수성알파시티에 집중되며 두 곳이 전체의 60% 이상(32건)을 차지했다. 입주 부지는 ▷국가산업단지 20건 ▷수성알파시티 12건 ▷금호워터폴리스 5건 ▷테크노폴리스 3건 ▷기타 산업단지·개별 부지 13건으로 집계됐다.
국가산업단지는 미래모빌리티·물산업·제조업 중심의 생산 거점 역할을 수행하며, 대규모 설비 투자와 고용 창출이 비교적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다. 실제로 20건 가운데 준비·지연 단계는 3건(15.0%)에 그쳤다. 상당수가 착공 또는 완료(토지계약 포함) 단계에 진입한 상태다. 이는 대구시가 추진 중인 대구 제2국가산업단지 조성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대구 제2국가산업단지는 달성군 화원읍·옥포읍 일대에 255만㎡ 규모로 조성되는 대구의 두 번째 국가산업단지다. 2030년 완공을 목표로 미래모빌리티·로봇·AI·빅데이터 등 첨단산업을 중점 육성할 계획이다. 지난해 7월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으며, 현재 설계 착수와 보상 협의 등 후속 절차가 진행 중이다.
반면 대구의 R&D·데이터·소프트웨어 중심지인 수성알파시티는 첨단·지식산업 유치의 전초기지로 기능하고 있으나, 투자 이행 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디다. 12건 가운데 준비·지연 단계가 5건으로 41.7%에 달해 중장기 투자 성격이 강하게 나타났다.
대구시는 기존 수성알파시티 인근에 제2수성알파시티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실제 기업들의 투자 여력을 어떻게 조기에 끌어낼지가 과제로 남아 있다. 제2수성알파시티는 수성구 대흥동·삼덕동 일원 58만4천357㎡ 부지에 총사업비 1조1천391억원을 투입해 2030년까지 조성될 예정이다.
대구시 투자유치(2022~2025년)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를 지난해 분석한 대구정책연구원 경제산업연구실의 정혜경 부연구위원은 "MOU를 체결한 기업들이 계획된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려면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고, 신속한 인허가 지원과 함께 투자 기업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현장의 애로 사항을 해소해야 한다"며 "맞춤형 인프라 제공과 지역 사회와의 협력 강화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