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방 전략 문서 "대북 억제 임무, 한국이 주도해야"…한미동맹 성격 바뀌나

입력 2026-01-26 16:34:27 수정 2026-01-26 19: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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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향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 없어
韓, 북한의 재래식 전력 대응에 1차적 책임
재래식 무기 韓, 핵 위협 美… 역할 분담
中 견제 위한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要
GDP 5% 국방비… 日 "3.5%도 어려워"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26일 국방부에서 엘브리지 콜비 미국 전쟁부 정책 담당 차관을 접견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26일 국방부에서 엘브리지 콜비 미국 전쟁부 정책 담당 차관을 접견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내놓은 새로운 국방 전략 문서(NDS·National Defense Strategy)는 미국이 직면한 주요 위협과 국방 우선순위를 명시하고, 전략적 접근법 등을 담는다. 이번 NDS에서 우리 정부가 주목하는 대목은 북한에 대한 자세 변화다. 특히 북한의 재래식 무기 대응에 한국군의 임무를 비중 있게 책정했다. 2022년 바이든 행정부가 내놓은 NDS와 무게감이 다르다는 해석이 나온다.

◆2022년 NDS와 무엇이 다른가

약 25쪽 분량의 NDS는 지난해 말 발표된 국가안보전략(NSS)의 하위 문서 격이다. 새로운 NDS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최우선 과제가 미국 본토 방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기할 만한 건 한반도 비핵화 언급이 없다는 점이다. 2022년 바이든 행정부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명시했던 것과 대비된다.

이번 NDS는 "한국은 북한의 재래식 전력 대응에 1차적 책임을 질 수 있는 역량을 갖췄고 미국은 핵심적이지만 보다 제한된 지원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명시했다. 한국의 군사력을 칭찬하는 듯하지만 뜯어보면 방위비 분담을 더 하라는 의도가 행간에 숨어있다. NDS 작성을 주도한 엘브리지 콜비 미 전쟁부 정책 담당 차관이 전격 방한한 이유 중 하나로 풀이된다.

[그래픽] 2022년·2026년 미국 국방전략(NDS) 비교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기자 = 미국 국방부(전쟁부)는 23일(현지시간) 공개한 새로운 국방전략(NDS)에서 북한의 핵 전력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면서 한국과 일본 등 주변 동맹국뿐 아니라 미국 본토에 큰 위협이 되고 있음을 부각했다. 새로운 NDS의
[그래픽] 2022년·2026년 미국 국방전략(NDS) 비교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기자 = 미국 국방부(전쟁부)는 23일(현지시간) 공개한 새로운 국방전략(NDS)에서 북한의 핵 전력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면서 한국과 일본 등 주변 동맹국뿐 아니라 미국 본토에 큰 위협이 되고 있음을 부각했다. 새로운 NDS의 '안보 환경' 분야에서 미국 본토 및 서반구·중국·러시아·이란에 이어 북한을 5번째로 배치하긴 했어도, 북한이 미국 본토를 향해 핵공격을 감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yoon2@yna.co.kr X(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끝)

2022년 NDS와 비교하면 한반도에 대한 자세 변화는 명확하다. 2022년 방어순위는 미국 본토-중국-러시아-북한 순이었다. 북한을 비중 있는 위협 요소로 꼽은 것이다. 그러나 2026년에는 미국본토-서반구(남북아메리카)-중국-러시아-이란 다음에 배치됐다.

반대로 핵 전력에 대해서는 위협 정도를 높게 잡았다. 2022년에는 북한의 ICBM 실험을 언급하며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다고 봤다. 2026년에는 위협을 부각했다. 미국 본토를 위협할 능력이 갈수록 커지고, 현존하는 핵 공격 위험이라고 규정했다.

북한 비핵화에 대한 자세 변화와 방위책임 분담 기조는 가장 달라진 점이다. 2022년에는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목표로 명시했다. 반면 2026년에는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통합 억제'를 핵심 전략으로 삼았던 방위책임 분담 기조도 바뀌었다. 2026년에는 "한국은 북한의 재래식 전력 위협에 주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못 박았다.

주한미군 전력 재배치 현실화의 무게 중심도 옮겨지고 있다. 미군 전력이 서반구를 포괄한 미국 본토 방어와 중국 억제에 집중한다는 걸 근간으로 하기 때문이다. 2만8천500명가량의 주한미군 재배치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의 근거다.

콜비 차관 역시 중국 견제를 위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온 터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최근 들어 숫자보다 역량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것도 허투루 흘릴 대목이 아니다.

[그래픽] 미국의 새로운 국방전략(NDS) 주요 내용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기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3일(현지시간) 공개한 새 국방전략(NDS)은
[그래픽] 미국의 새로운 국방전략(NDS) 주요 내용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기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3일(현지시간) 공개한 새 국방전략(NDS)은 '서반구 우선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미군 전력을 본토 방어와 중국 억제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국방의 우선순위에서 본토를 최우선으로 꼽는 한편, 북한을 후순위에 배치한 점 역시 눈에 띈다. 인도·태평양을 비롯한 세계 모든 지역에서 '동맹의 분담'을 강조한 대목도 이 같은 맥락에서 눈여겨볼 대목이다. yoon2@yna.co.kr X(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끝)

◆우리 정부가 부담할 몫은

이재명 정부는 일찌감치 외국 군대 없이 자주국방이 불가능하다는 굴종적 사고에 비판적인 입장이었다. 방위 자율성 강화를 거듭 강조하면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도 적극적인 자세를 견지해왔다. 23일 미국이 새로운 NDS를 내놓자 이재명 대통령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불안정한 국제정세 속에 자주국방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며 "세계 5위 군사력을 가진 대한민국이 스스로 방어하지 못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의견을 드러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갑작스러운 것도 아니다.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정리해 지난해 11월 발표한 '조인트 팩트시트'에도 "한국은 대북 연합 재래식 방위를 주도하기 위한 필수적인 군사적 역량 강화 노력을 가속화하기로 약속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25일 방한한 콜비 차관은 이런 일련의 움직임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돈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 더 늘었음을 뜻한다는 게 중론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우리 군 병력은 45만 명 선이다. 국방부가 2028년까지 상비군 50만 명을 유지하겠다는 계획보다 10% 적다. 더 큰 문제는 낮은 급여 등으로 직업군인 지원자가 급감, 병력 충원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무기 현대화 등으로 간극을 메워야 하는 처지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군사령관은 동아시아 지도를 뒤집어보면 한국, 일본, 필리핀 3국의 전략적 협력 필요성을 느낄 수 있다고 밝혔다. 매일신문 DB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군사령관은 동아시아 지도를 뒤집어보면 한국, 일본, 필리핀 3국의 전략적 협력 필요성을 느낄 수 있다고 밝혔다. 매일신문 DB

NDS도 "동맹들이 적절히 국방에 투자한다면 우리는 그들의 보폭에 맞춰 함께 행동한다"고 했다. 사실상 노골적인 국방비 증액 압박이다. 현재 우리 정부의 국방비는 GDP의 2.4% 수준인 66조 원이다. NDS의 요구인 GDP의 5%(132조 원)에 맞추려면 2배 이상 늘려야 한다. 결국 제한된 재원에서 분배의 묘미를 발휘해야 한다. 증세와 기타 예산 감액은 수순으로 보인다.

이웃나라 일본도 고민에 빠졌다. 콜비 차관이 방한 일정을 마치고 일본으로 향하면서 방위비 인상 압박 공포가 커진 탓이다. 요미우리신문은 25일 콜비 차관의 방일에 대해 "NDS를 바탕으로 중국 억지를 위한 방위력 강화와 방위비 인상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아사히신문도 같은 날 "한국이 GDP 대비 3.5% 인상을 지난해 표명한 바 있는데 일본에도 같은 압박이 커질 것"이라 내다봤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 내부에서는 GDP 대비 3.5%도 현실적으로 확보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나온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