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걸 칼럼] 장동혁이 왜?

입력 2026-02-01 09:00:00 수정 2026-02-01 13:5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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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이유 없는 행위는 없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행위를 할 때는 반드시 이유가 있는 법이다. 장동혁은 왜 한동훈을 제명할 수밖에 없었을까?

재보궐 선거를 통해 배지를 단 장동혁은 한동훈 대표에 의해 사무총장에 임명돼 함께 당을 이끌었다. 그런 장동혁이 왜 한동훈을 제명할 수밖에 없었을까. 이미 행정 및 의회 권력을 잃어 집권 여당을 견제할 힘이 전혀 없는 국민의힘이 그나마 근소하게 앞서 있는 지방 권력과 교육 권력마저 모두 내줄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한동훈을 제명해야 할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

표면적 이유는 익명의 당원 게시판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수많은 비방 메시지를 올렸다는 것이다. 그것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당 대표의 명예를 훼손했고 당원으로서 해서는 안 될 해당 행위라는 것이다. 없는 데서는 나라님도 욕한다는데 익명 게시판에 올린 비난 글을 이유로 제명한다? 대통령을 비난했다고 국민의 국적을 박탈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그보다는 비상계엄을 반대하고 윤 전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한 한동훈과 함께할 수 없다는 강성 당원들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웠다는 것이 조금은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것도 당내외 지지 기반이 취약한 장동혁이라는 정치인의 한계를 고려했을 때의 얘기다. 하지만 당의 운명을 좌우할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을 고려하면 이것도 이해할 수 없다. 중도나 합리적 보수 유권자에 비해 극소수인 강성 당원과 극우 세력의 지지를 얻자고 한동훈을 제명하면 다가오는 6·3 지방선거에서 중도와 합리적 보수 유권자의 지지까지 잃을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다. 오죽하면 오세훈 서울시장마저 공개적으로 장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겠는가. 그런 상황에서 한동훈을 제명해 당의 분열을 자초한 것은 정치인으로서 할 수 없는 결정이다.

그럼 도대체 장동혁은 왜 한동훈을 제명했을까? 두 가지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계엄과 탄핵에 반대하는 자신의 소신에 충실했을 것이란 설명이다. 다른 하나는 이참에 당권에 도전할 수 있는 잠재적 경쟁 세력을 먼저 제거하겠다는 의지가 작용했을 수 있다. 어느 쪽이든 공동체의 이익을 우선하고 선거를 승리로 이끌어야 할 정치인으로서의 자질과 능력이 크게 부족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아무리 너그럽게 평가해도 장동혁은 상식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정치적 돌연변이일 뿐이다.

작금의 정치 상황을 냉정히 판단해 보자. 동기가 아니라 결과를 가지고 윤석열과 국민의힘을 평가하는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장동혁 지도부와 극우 '윤 어게인' 세력이 장악한 국민의힘은 지방선거를 이미 포기한 정당이다. 이재명과 더불어민주당에 정권을 바친 윤석열과 남편을 좌지우지하면서 인사와 국정에 관여하고 명품 백과 보석 등 사치품을 받아 온 자칭 '아무것도 아닌 사람'을 다시 국정의 중심에 두자는 정당을 선택할 유권자가 있을까.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의 압승을 미리 축하하는 것 말고 더 이상 할 것이 없다는 사실에 참을 수 없는 화가 치민다. 민주당 정권이 밉거나 잘못해서가 아니다. 견제 세력이 없는 권력은 반드시 부패하고 독재로 흐를 수밖에 없기에 분노하는 것이다. 당리당략을 위해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하는 민주당을 보고 있지 않은가.

작은 소망이 있다면 이번 지방선거 참패가 이 땅의 보수 세력 재건의 계기가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이를 위해 지금이라도 정치 인재의 양성에 투자해야 한다. 모든 분야에 인재가 중요한 것을 잘 알면서도 우리는 지금까지 단 한 푼도 정치 인재 양성에 투자한 적이 없다. 공동체를 위한 희생과 봉사 정신, 개인의 이익보다 공동체의 이익을 앞세우는 도덕성, 멀리 보고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위해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바른 정치 인재는 공짜가 아니다. 권력욕을 추구하려 정치에 입문하는 어중이떠중이들에게 언제까지 이 나라의 미래를 맡기겠는가. 이웃 일본은 오래전부터 '마쓰시다 정경숙'을 통해 정치 인재의 양성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고, 그 결과 지금 다카이치 사나에라는 여성 정치인이 총리로서 일본을 이끌고 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법이다. 지금이라도 고급 정치 인재의 양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