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민복기 대구시의사회장 "지역필수의료법, 지역의료에 실질적 전환점 되길"

입력 2026-01-25 22: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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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지역필수의료법 대비 수요조사 착수
민복기 회장 "필수 의료 인력 지역에 정착할 구조 마련이 최우선"
"대구경북 행정통합으로 초광역 의료 전달체계"

민복기 대구광역시의사회 회장. 매일신문 DB
민복기 대구광역시의사회 회장. 매일신문 DB

지역 의료 붕괴가 현실화되는 가운데 정부가 '지역필수의료법' 제정을 위한 수요조사에 착수했다. 대구·경북 지역 의료 현안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지켜봐 온 민복기 대구광역시의사회 회장은 "문제 인식 자체는 의미 있지만, 선언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의료 인력이 머물 수 있는 지역 의료 환경 개편과 초광역 공동 사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부, 지역필수의료법 제정 대비 수요조사

지난 23일 보건복지부는 의료계와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지역·필수·공공의료 확충이 필요한 재정소요 파악 등 수요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이번 수요조사는 지난해 12월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필수의료 강화 지원 및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를 위한 특별법'(지역필수의료법) 제정에 대비해 마련됐다.

복지부는 전국 17개 시도, 관계 부처 및 기관, 국립대병원, 관련 학회·의료단체 등에 지역 주도의 필수·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사업계획과 필요한 예산 수요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25일 민 회장은 정부의 이같은 수요조사에 대해 "동네 병원과 지역 공공의료가 약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 투입을 전제로 한 법 제정과 사전 수요조사는 방향성 면에서는 긍정적인 신호"라면서도 "정책이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려면 전제 조건에 대한 논의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민 회장은 현재 대구시의사회 회장뿐 아니라 대한의사협회 범대위 대외협력위원장, AI 바이오 메디시티대구협의회 회장 등도 맡고 있다.

수요조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조건으로는 ▷제도·예산에 현장 목소리 반영 ▷지역별 특수성을 존중하는 유연성 ▷중장기적 재정 지속성 등을 꼽았다. 민 회장은 "수요조사가 단순한 자료 수집에 그친다면 정책에 대한 신뢰는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며 "대구와 경북, 대도시와 농촌은 의료 수요와 인력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획일적인 기준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문제는 '인력'…의료 인력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어야

그가 꼽은 대구·경북 지역 의료의 가장 큰 과제는 '의료 인력'이다. 민 회장은 "대구·경북은 고령화 속도가 빠르고 중소도시와 농어촌이 광범위하게 분포한 지역이다. 병원 건물이나 장비 확충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며 "필수의료를 담당할 전문의와 의료진이 지역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예산을 투입해도 지속 가능성은 담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권역책임의료기관과 공공병원 중심의 지역완결적 의료체계에 대해서는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공공병원의 역할 강화 자체는 필요하지만, 실제로 지역 의료를 지탱해 온 주체는 민간 병·의원, 특히 동네 병원과 중소병원이었다"며 "공공과 민간을 이분법적으로 나누기보다 민간 의료기관을 필수의료 체계 안으로 어떻게 실질적으로 포섭할 것인지에 대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예고한 '지역필수의료법 정례협의체'에 대해선 의료계의 실질적 참여를 주문했다. 그는 "협의체가 형식적인 자문기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지역 의료 현장을 가장 잘 아는 것은 지역 의사회와 의료인인 만큼, 정책 결정 과정의 동반자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구시의사회 역시 지역 의료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에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대구경북 행정통합, 경북 소외 지역 없어야

최근 본격화되고 있는 '대구경북 행정통합' 논의와 지역필수의료법의 연관성도 짚었다. 민 회장은 "행정통합은 단순한 구역 개편이 아니라 생활권·의료권·경제권을 하나로 재설계하는 문제"라며 "필수의료는 시·군 단위로 완결되기 어렵기 때문에 초광역 의료 전달체계 설계라는 측면에서 행정통합은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통합 과정에서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그는 "통합이 대구 중심의 의료 집중으로 이어질 경우 경북 중소도시와 농어촌의 의료 공백이 확대될 수 있다. 통합 의료체계는 '집중'이 아니라 '분담과 연계'라는 원칙 아래 설계돼야 한다"며 "경북의 소외 지역이 없도록 대구의 의료시스템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가 신설될 경우에는 초광역 공동 사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밝혔다. 민 회장은 "권역 간 응급·중증 환자 이송 체계, 필수의료 전담 의료진 공동 운영 모델, 통합 의료정보 연계 시스템 등은 통합 지역에서만 가능한 사업들"이라고 설명했다.

민 회장은 "지역 의료는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분야다. 정치적 일정이나 단기 성과가 아닌, 10년 이상을 내다보는 인력·재정·전달체계의 종합 설계가 필요하다"며 "이번 지역필수의료법이 대구·경북을 포함한 지역 의료의 실질적인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하며, 의료계도 책임 있는 자세로 논의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