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의 지명(指名)을 철회했다. 늦었지만 당연한 결정이다. 이 후보자는 장관 내정 이후 보좌진 갑질 의혹부터 아파트 부정 청약, 영종도 땅 투기, 자녀 증여세 대납, 자녀 병역과 취업·입시 특혜 논란 등 숱한 의혹에 휩싸였다. 장관 후보자로서 치명적(致命的) 결함을 가진 인물이었다.
25일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은 이 후보자에 대해 사회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인사청문회와 이후 국민적 평가에 대해 유심히 살펴봤다"며 "안타깝게도 국민주권정부의 기획예산처 장관으로서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결정을 '여론(輿論)을 수용한 결단'으로 포장하면 안 된다. 이는 분명하고도 중대한 인사 실패다. 그 책임은 대통령과 청와대 인사 시스템에 있다.
이 후보자에 대한 의혹들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게 아니다. 지명 이전 단계에서 충분히 걸러졌어야 할 사안이었다. 보좌진에 대한 갑질·폭언, 재산 형성 과정, 이해 충돌 소지 등은 기본적인 검증(檢證)만 이뤄졌어도 확인할 수 있는 문제들이었다. 대통령이 '통합 인사'란 미명(美名) 아래 부적절한 인물을 핵심 부처 수장으로 지명했다는 사실은 인사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잘못된 지명이었다면, 신속하게 철회했어야 했다. 이 대통령이 청문회에서 이 후보자의 의혹들이 해명되길 기대했다면, 심각한 오판(誤判)이었다. 후보자가 제출한 자료는 부실했고, 해명은 궁색했다. 자녀 대학 입시를 둘러싼 '할아버지·아빠 찬스' 의혹까지 제기돼 국민의 공분(公憤)만 샀다. 문제는 이런 인사 실패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여성가족부 장관에 지명된 강선우 의원이 보좌진 갑질 논란으로 사퇴한 게 불과 6개월 전이다. 청문회가 끝날 때마다 '국민 눈높이'를 뒤늦게 언급하고, 여론 악화 이후에야 결단을 내리는 패턴이 굳어지고 있다. 이는 실수가 아니라 구조적(構造的) 결함이다. 이번 사태는 심각한 경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