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으악새 슬피 우니 가을인가요, 지나친 그 세월이 나를 울립니다, 여울에 아롱 젖은 이즈러진 조각달, 강물도 출렁출렁 목이 멥니다' '아~ 뜸북새 슬피 우니 가을인가요, 잃어진 그 사랑이 나를 울립니다, 들녘에 떨고 섰는 임자없는 들국화, 바람도 살랑살랑 맴을 돕니다'. 1936년 고복수가 발표한 '짝사랑'은 90년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한국인의 애창곡이다.
박영호가 가사를 짓고 손목인이 곡을 실은 '짝사랑'은 한 사나이의 체념적 연정(戀情)을 일제강점기 망국의 상실감을 대변하는 겨레의 속울음으로 격상시킨 명곡이다. 그래서 고복수의 '짝사랑'은 단순한 실연의 노래를 넘어선다. 근대적 서정시가 대중가요와 정서적 공명을 이룬 작품이다. 노랫말은 우리 근대문학이 즐겨 다뤘던 정한(情恨)과 자기 억제의 미학을 응축하고 있다.
짝사랑은 고백 이전에 가슴에 묻은 사랑이다. 그래서 사랑의 실패가 아닌 사랑의 유예(猶豫)에 가깝다. 낮은 음역의 정조는 남성적 순정의 원형을 이룬다. 사랑을 숙명처럼 감내하고 슬픔을 미덕처럼 간직하는 창법과 가사는 '초혼'이나 '진달래꽃'에서 시사하는 김소월의 서정성과 닮았다. 이른바 승화된 이별의 정한이다. 토로하지 않음으로써 더 깊어지는 감정의 서사인 것이다.
일제강점기의 대중가요에는 유랑과 상실, 이별과 눈물, 좌절과 탄식, 망향과 망국의 슬픔 등이 농축되어 있다. '짝사랑'도 그렇다. '이즈러진 조각달'과 '임자없는 들국화'는 사랑하는 연인을 잃고 표류하는 개인이기도 하지만, 나라를 빼앗기고 방황하는 겨레이기도 했다. 노랫말의 저변에는 망국민의 설움과 저항의식이 정제된 시어와 은유적인 표현으로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식민지 대중들은 저항할 수 없는 무력감과 쓰라린 울분을 노래로 해소했다. 온겨레가 그리워한 짝사랑의 대상은 잃어버린 나라였던 것이다. 작사가 박영호는 토속적이고 감성적인 시어로 그같은 대중의 욕구에 부응했고, 작곡가 손목인이 그린 선율에 가수 고복수가 울음섞인 목소리를 얹어 민중의 우수와 애환을 대변했다. 실연과 망국의 허망한 심사를 비감어린 성음으로 토해낸 것이다.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風花日將老) 만날 날은 아득타 기약이 없네(佳期猶渺渺) 무어라 맘과 맘을 맺지 못하고(不結同心人)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空結同心草)'. 우리 가곡 '동심초'(同心草)의 노랫말 원전은 당나라 여류시인 설도(薛濤)의 춘망사(春望詞) 연작시 4수 가운데 세 번째 시(詩)이다. 김소월의 스승인 김억 시인이 번안해 가사를 붙인 것이다.
설도의 시는 사위어가는 청춘에 대한 아쉬움과 떠나버린 정인(情人)에 대한 그리움을 바람에 날리는 꽃잎에 비유했다. 김억의 가사 또한 사랑이 스러지고 난 다음의 쓸쓸한 가을 정취와 상실의 정서를 유려한 우리말로 대변했다. '짝사랑'은 '춘망사'와 '동심초'의 한국적 변주이다. 짙은 가을의 서정에도 부합하는, 외로워도 슬퍼도 소리 내어 울지 않는 절제된 감성이 압권이다.
김소월의 '초혼'이 세상을 떠난 사람에 대한 이르지 못할 사랑의 절규라면, '진달래꽃'은 떠나는 사람의 평안을 비는 역설의 미학이다. 한용운의 '임의 침묵'은 응답 없는 사랑이지만 포기하지 않는 내면의 독백이다. '임의 침묵' 또한 상실한 조국을 잃어버린 임에 대한 그리움으로 은유한 연가풍의 작품이다. 불교적인 비유와 상징적 기법을 사용한 '짝사랑'의 서사적·서정적 심연이다.
대중문화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