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노트북 출고가 500만원 육박
전자상가서 메모리 가격 5배 급등
23일 오후 대구 북구 산격동 종합유통단지 전자관은 한적했다. 새학기를 앞두고 노트북과 학업용 태블릿PC 등 각종 IT 기기 교체 수요가 늘어나는 시기임에도 가게를 찾는 손님의 발길이 뜸했다. 한 상인은 "작년 여름까지 8만원 하던 메모리가 지금은 40만원이다. 6개월 전에 50만원에 팔던 사무용 컴퓨터도 지금은 100만원 넘게 받는다"라며 "꼭 제품이 필요한 기업쪽을 제외하면 일반 소비자들은 지금 구입 문의조차 없다"고 했다.
반도체 업계 호황에 메모리 반도체 품귀 현상마저 빚어지면서 노트북을 포함한 IT(정보기술) 기기 가격이 널뛰고 있다. 연쇄적인 IT 제품 가격 폭등세에 소비가 메마르면서 지역 가전시장에선 개인 소비자 거래가 급감한 상황이다.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27일 출시할 '갤럭시북6 프로' 가격을 351만원(16인치 기준)으로 책정했다. 갤럭시북 프로 모델의 출고가가 300만원을 넘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작인 갤럭시북5 시리즈 가운데 비슷한 사양의 제품 가격(280만8천원)과 비교하면 25% 오른 것이다.
최고 사양인 '갤럭시북6 울트라'의 출고가는 최저 463만원으로 500만원에 육박한다. LG전자의 신형 노트북 'LG그램 프로AI 2026' 가격도 314만원(16인치)으로 사양이 비슷한 전작보다 50만원 오르며 '노트북 300만원 시대'에 합류했다.
가격이 이처럼 치솟은 건 노트북 제조에 필수적인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등에 기인한 것으로 파악된다. 인공지능(AI) 열풍에 반도체 제조사들이 수익성이 높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서버용 메모리 생산에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범용 메모리 생산을 줄였기 때문이다.
전자관 한 상인은 "요즘 메모리에는 횟집처럼 '시세'를 적용한다. 당일 오전 가격과 오후 가격이 달라질 정도"라고 전했다.
한정된 생산라인에서 HBM 비중을 늘리다 보니 D램과 같은 범용 메모리 공급이 급감했고 노트북·PC·스마트폰 등 IT 제품 가격이 줄줄이 오르는 상황이다.
이영호 종합유통단지 전자관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가격이 4, 5배씩 올랐는데 누가 사겠느냐. 문의 자체가 급감했고, 매출이 나더라도 마진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가 되면서 소외감과 불안함을 느끼는 소상공인이 많아졌다"면서 "컴퓨터는 일반 서민들이 쓰는 것인데, 이렇게 가격이 오르는 건 정상적 상황이라 보기 어렵다. 제조사들이 공급을 조절하도록 정부 차원에서 어느 정도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