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입증 책임 뒤집는 정부…기업·자영업 전방위 부담

입력 2026-01-20 15: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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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추정제·'일하는 사람 기본법' 패키지 입법 추진
플랫폼·프리랜서까지 포괄…분쟁 구조 근본 변화

지난해 6월 9일 서울 강남역 사거리에서 배달라이더가 교차로를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6월 9일 서울 강남역 사거리에서 배달라이더가 교차로를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정부가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3조) 논란이 채 가시기도 전에 노동자성 판단 구조를 근본적으로 뒤집는 입법을 추진하면서 기업과 자영업자의 법적 부담이 급격히 커질 것이란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20일 임금체불과 부당해고 등 민사 분쟁에서 노동자성 입증 책임을 노동자가 아닌 사용자에게 지우는 노동자추정제 도입과, 일하는 사람의 권리를 포괄 규정하는 기본법 제정을 패키지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목표 시점은 노동절인 오는 5월 1일이다. 입법은 더불어민주당 의원안 형태로 국회에 발의돼 있으며, 정부와 여당이 공동 추진한다.

노동자추정제는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해 노무를 제공하면 원칙적으로 노동자로 보고, 사용자가 노동자가 아님을 입증하도록 하는 제도다. 지금까지는 분쟁이 발생하면 노동자가 스스로 노동자성을 증명해야 했다. 제도가 도입되면 분쟁의 출발점과 방어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뀐다.

적용 범위도 광범위하다. 특수고용·플랫폼 종사자와 프리랜서, 택배기사 등 현재 자영업자로 분류되는 이들이 최저임금과 퇴직금, 주휴수당, 4대 보험 적용을 요구하는 소송에서 유리한 위치에 선다. 사용자가 노무 제공 사실과 종속성이 없음을 반증하지 못하면 노동자로 인정될 수 있다. 근로기준법뿐 아니라 최저임금법, 퇴직급여보장법, 기간제법, 파견법 등 개별 노동관계법 전반에 연쇄적 영향을 미친다.

노동부는 입증 책임 전환을 민사 분쟁으로 한정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사용자 입장에서는 거래 관계 전반이 잠재적 노동 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특히 인력과 자료 관리 여건이 취약한 소규모 사업자와 자영업자는 분쟁 대응 자체가 과도한 부담이 될 수 있다.

행정 부담도 커진다. 노동청 진정 사건에서 근로감독관이 출퇴근 기록 등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신설되고, 이를 거부하면 5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국세청 과세 자료 요청 권한도 함께 부여된다.

정부는 노동자추정제로도 보호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해소한다며 '일하는 사람 기본법' 제정을 병행 추진한다. 이 법은 계약 형식과 무관하게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해 노무를 제공하고 보수를 받으면 '일하는 사람'으로 규정한다. 전통적 자영업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경제활동 인구가 포괄 대상이 된다.

기본법은 안전·건강권과 공정계약, 적정보수, 사회보장 등 8가지 권리를 명시하고, 사업주에게 균등 처우와 성희롱·괴롭힘 금지, 사회보험 보장 노력을 요구한다. 체불이나 계약 해지 분쟁은 노동위원회 조정 대상으로 삼고, 권리 행사에 대한 불이익 조치에는 과태료를 부과한다.

정부는 권리 보호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경재계에서는 "자영업자를 노동자로 둔갑시키는 상상 초월 입법"이라는 반발이 나온다. 노동자 개념을 과도하게 확장해 고용 관계와 도급·위탁 관계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결국 고용 위축과 거래 단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