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년 맞은 트럼프… "힘 혹은 돈, 그것이 정의"

입력 2026-01-19 16:5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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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 구호 앞세워 미국 우선주의 실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 '관세' 폭탄
무력 사용에도 무람없는 노벨평화상 호소인
불법 이민자 단속, 고물가 등은 리스크
11월 중간선거 앞두고 악재도 그득한데

1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플로리다 팜비치에서 출발해 백악관으로 돌아오는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플로리다 팜비치에서 출발해 백악관으로 돌아오는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 자신의 도덕성, 나 자신의 생각이 나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것"

도덕성을 준거로 삼는 성인군자의 말이 아니다. 철부지 사춘기 학생의 패기 넘치는 다짐도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언론 인터뷰다. 신년 초 뉴욕타임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국제법 등 국제사회의 오랜 합의를 가볍게 내동댕이쳤다.

백악관에 재입성한 트럼프 대통령의 첫 1년은 한마디로 '역동적인, 예측 불가의 영역'에 있다는 말이 적확하다.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기치로 내건 두 번째 임기 1년 사이 국제사회는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예측하지 못했다. 무력과 관세로 무장한 미국 우선주의가 당연시되면서 국제사회의 오랜 질서를 뭉갠 탓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관세왕(tariff king)'이라는 문구가 쓰인 사진을 올렸다. 백악관 집무실 '결단의 책상' 위에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정면을 노려보는 모습이다. 출처=트루스소셜

◆힘이 없으면 돈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1기에 이어 승부사적 사업가 기질을 유지했다. 최대한 많은 이득을 끌어내려 했다. 미국 우선주의에 합당하다면 오랜 동맹도 무관했다. 우리나라와 일본도 더 많은 돈을 내놔야 했다. 지역방위 등을 거론하며 무기를 팔았다.

그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은 분명 '관세'였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이후 80년간 유지됐던 국제질서는 대혼란을 겪는 중이다. 특히 덴마크령 그린란드 합병 야욕을 꺾지 않고 있다. 합병 방해세력이라 판단하자 관세 카드를 내밀었다. 영국과 프랑스 등 전통의 동맹에게 예외는 없었다.

안보는 무기가 됐다. 자국 방어를 미국에 의존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에게 미국이 탈퇴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국방비를 올리도록 했다.

관세전쟁에 그나마 비겼다고 할 만한 곳은 중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100%가 넘는 관세를 추가 부과했다. 반도체 등 첨단기술 수출 통제에도 나섰다. 중국은 '희토류'를 대응 무기로 삼았다. 최첨단 기술의 필수 재료였다. 미국도 더 강하게 밀어붙이지 못했다.

8월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두 사람은 28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마러라고에서 회동할 예정이다. AFP 연합뉴스
8월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두 사람은 28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마러라고에서 회동할 예정이다. AFP 연합뉴스

◆노벨평화상 호소인

'노벨평화상 호소인'이 되는 데 무람없었다. 평화중재자를 자처했다. 전쟁의 포성을 멈춘 공로를 인정받고 싶어 했다. 결론적으로는 힘센 자의 편에 섰다. 그들이 유리하도록 선을 긋고 약육강식 논리를 충실히 설파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을 일단락 짓고 가자지구를 휴양지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내놓기도 했다.

만 4년째가 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도 발을 걸쳤다. 자신이 중재자로 종전을 앞당기겠다 했다. 그러나 강자인 러시아 편에 기울어 있었다. 우크라이나 측은 수용하기 어려웠다. 종전 협상은 제자리걸음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누구보다 무력 사용에 적극적이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압송 과정, 이란 핵시설 타격은 전광석화처럼 진행됐다. 특히 마두로 체포 과정은 전 세계에 중계되다시피 했다. 작전 성공 후 쿠바와 콜롬비아에 보내는 경고장도 잊지 않았다. 게릴라 출신 좌파 세력인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이 다음 달 3일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다고 자세를 고쳐 잡았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 등 소속 요원들이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조지아주 서베나에 공동으로 건설중인 배터리 공장에서 현장 직원들의 몸과 다리를 수갑과 쇠사슬로 묶고 있는 모습. ICE 동영상 캡터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 등 소속 요원들이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조지아주 서베나에 공동으로 건설중인 배터리 공장에서 현장 직원들의 몸과 다리를 수갑과 쇠사슬로 묶고 있는 모습. ICE 동영상 캡터

◆문화전쟁과 이민자 단속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국내 질서를 다잡겠다며 팔을 걷은 곳은 대학이었다. 캠퍼스 내 반(反)유대주의 근절 등을 이유로 내세웠다. 하버드대 등 아이비리그 주요 대학에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 폐기 등 교내 정책 변경을 요구했다. 따르지 않으면 지원금을 삭감하겠다고 겁박했다. '대학 길들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불경스럽게 여기며 반이스라엘 동조자들을 잠재적 위험인물로 분류했다. 일부 대학들은 정책에 순응했지만 하버드대 등은 정면으로 맞섰다. 학문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본 것이었다. 법원은 대학 측의 손을 들어줬다. 반유대주의와 지원금은 무관하다는 판결이었다.

불법 이민자 단속의 불똥은 지난해 9월 미국 조지아주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우리 근로자들에게 튀었다.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체류 자격을 문제 삼았다. ICE의 공권력 남용과 비인도적인 처우에 할 말을 잃었지만 이들의 불법 이민자 단속은 진행형이다. 새해 벽두부터 미네소타주 미니에폴리스에서 백인 여성 르네 굿 피격 사고가 발생했다. 미 정부는 오히려 단속 인력을 늘리는 등 아랑곳하지 않는다.

고물가의 짐도 무겁다. '감당할 수 있는 생활비'가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해 연말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물가 안정 설명 전국 투어'에 나서야 했던 까닭이다. 11월 중간선거 성적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자칫 중간선거에서 패할 경우 그를 옥죌 탄핵 시간표가 작동할 것이라는 관측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