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은 흔히 '구공탄(九孔炭)'이라 불렸다. 가운데 큰 구멍 하나, 그 주위로 작은 구멍 8개 등 구멍이 9개여서 붙은 이름이다. 앞서 연탄은 벽돌 모양의 구멍 2개나 3개짜리였는데, 원통형 연탄인 구공탄이 등장해 판도를 바꿔놓았다. 이후 구멍이 19, 22, 25, 31, 49개인 연탄도 등장했지만 부르기도 정겨운 '첫사랑' 구공탄이 연탄의 대명사가 됐다.
구멍 수의 차이는 한마디로 열효율의 차이라 할 수 있다. 구멍이 많을수록 화력은 강하지만 그만큼 지속시간은 줄어든다. 구멍이 많으면 공기가 잘 통해서다. 구공탄은 구멍 수가 적어 화력은 약하지만 오래 타 초기 가정집 연료로 애용(愛用)됐다. 이후 화력과 효율을 모두 고려한 22공탄이 표준화된 가정용 연탄으로 자리 잡았다.
연탄의 제1계명은 '꺼트려선 안 된다'다. 특히 한밤중 시간 계산을 잘못하거나 일어나지 못해 꺼지기라도 하면 '냉골'에서 떨며 남은 밤을 버텨야 했다. 발화점이 높은 연탄에 다시 불을 붙이는 건 여간 힘든 작업이 아니다. 신문지, 종이, 지푸라기 등을 모두 동원해 성냥불에 붙여 보지만 불은 좀체 붙지 않는다. 연탄불을 꺼트리지 않기 위해선 타이밍이 중요하다. 적시에 다 탄 연탄을 꺼내고 불이 붙어 있는 연탄을 아래로 내린 뒤 새 연탄을 그 위에 구멍을 잘 맞춰 포개줘야 한다. 밤도 낮도 따로 없어 한겨울 새벽이라도 억지로 일어나 살을 에는 추위를 뚫고 뒤안이나 부엌으로 나가야 했다. 지금은 상상도 못 할 일이지만 당시만 해도 연탄불 사수(死守)는 주로 어머니 등 여성의 몫이었다. 덕분에, 그리고 연탄 한 장 한 장에 의지해 매년 엄동설한(嚴冬雪寒)을 견뎌낼 수 있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전성기를 누리던 연탄은 기름보일러가 등장하면서 서서히 모습을 감추게 된다.
요즘 정치판을 보고 있으면 잊혀가던 연탄이 떠오른다. 온통 자신과 가족만을 위한 갑질, 특혜, 청탁에, 공천 헌금 수수(收受)까지 연탄 보기도 부끄러울 정도다. 시인 안도현은 '너에게 묻는다'라는 시에서 읊었다.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고. 그들에게 묻고 싶다. '진정 나라와 국민을 위해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고…. 나에게도 물어본다. "나는 누구에게 진정 뜨거운 사람이었는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