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스마트팜혁신밸리서 교육받고 스마트팜 시설로 대추방울토마토 재배
대도시에서 직장생활하다 농업에서 기회 발견..교육, 後농사
청년농부 강태영(33) 씨와 전제원(39) 씨는 경북 상주 스마트팜혁신밸리 교육 수료생이다. 이 곳에선 농업에 관심있는 청년(만 18~39세)이 스마트팜을 활용해 농촌 창업이나 취업을 할 수 있도록 현장실습 중심의 교육과정(전액 국비 지원)을 20개월 간 운영한다. 스마트팜은 ICT를 접목해 생육환경을 자동·정밀 제어하고 원격 관리하는 지능형 농업 시스템을 말한다. 둘은 각기 다른 시기에 교육을 받았지만 재배품목으로는 똑같이 대추방울토마토를 선택해 스마트 농업을 일구고 있다.
〈청년농부 강태영〉
서울 출신인 강태영 씨의 전 직장은 도서관으로, 책 속에 파묻혀 지내던 사서가 그의 직업이었다. 당시 그는 '진로 독서 동아리'를 운영했는데 아이들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며 진로 탐색을 돕던 중 문득 '스마트 농업'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이 눈에 들어왔다. 이것이 그의 진로를 뒤바꾸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학생들에게 "이게 미래다"고 말만 하기 보다 '이건 나도 당장 가서 해야겠는데'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2021년 상주로 귀농했고 동시에 상주 스마트팜혁신밸리에서 교육도 충실히 받았다. 수료 후 2023년부터는 스마트팜혁신 수료생 동기 2명과 함께 임대 온실(3천200㎡ 규모)에서 대추방울토마토를 재배하고 있다.
◆상주 혁신밸리 교육과정이 계기
귀농을 결심할 당시 그는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여자친구(현재의 아내)와 양가 가족의 걱정이 많을 수 밖에 없었다. 그 마음을 잘 알기에 그는 무작정 자신의 뜻을 고집하지 않고 귀농 후의 비전과 구체적인 운영 계획을 문서로 꼼꼼히 작성해 브리핑했다. 다행히 모두 응원해줬고 지금은 온 가족이 "그때 참 잘한 선택이었다"며 웃으며 이야기한다. 부모님은 안정적인 소득과 매년 성장하는 아들의 모습에 기뻐하고, 평생 서울에서만 살았던 아내는 처음엔 타지 생활을 걱정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도시를 떠난 삶이 주는 마음의 여유를 만끽하고 있다.
전국의 스마트팜혁신밸리 중 상주를 택한 것은 여기서 다루는 네 가지 품목(토마토, 오이, 멜론, 딸기) 모두 그가 관심 있는 작물이었기 때문이다. 지리적으로도 대한민국 중심부에 위치해 교통이 편리했다. 농사짓기 적합한 상주의 기후 조건에도 주목했는데, 상주의 표준적인 기후 환경에서 농업 기술을 익힌다면 훗날 어느 지역에 가서 영농을 하더라도 충분히 적응 가능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실상 교육을 받아보니 교육과정도 매우 체계적이었다. 2개월 간의 이론 교육을 거쳐 6개월간 농가에서 배우는 교육형 실습, 그리고 12개월 동안 직접 온실을 운영해 보는 경영형 실습까지 탄탄한 커리큘럼 덕분에 흙 한 번 제대로 만져본 적 없던 자신도 무사히 농부로 안착할 수 있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동기생(4기) 가운데 몇몇은 실습을 마친 후 혁신밸리 내 임대 온실에 입주하지 못해 영농 정착을 포기해야 했다. 지금은 지자체마다 지역 특화 임대형 스마트팜이 늘어나는 추세라 후배 기수들에겐 더 많은 기회가 열리고 있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데이터 기반 스마트 농업 도전
강태영 씨는 "관행 재배를 염두에 뒀다면 귀농 자체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가 주목한 것은 스마트 농업이 지닌 '미래 가치'였다. 기후 위기나 고령화, 농촌 인력난 같은 사회적 문제들에 가장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농법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자신 같은 초보 농부에게는 데이터라는 객관적인 지표가 큰 힘이 됐다. 문헌정보학을 전공하며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일을 해온 덕분에 식물이 보내는 신호를 데이터로 읽어내는 방식이 꽤나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경험 많은 선배 농업인들의 숙련도를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어렵겠지만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 농업이라면 그 간극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 좁힐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현재 그는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최대한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직은 농업을 배우면서 그 성과를 스스로 증명해내는 기간이라 보고 있다. 다만 현장에서 경험이 쌓이다 보니 이제 조금씩 욕심도 생긴다. 더 효율적인 유인 기술이나 더 좋은 물 관리 방법이라고 하면 새롭게 시도 또는 도입해보고 싶어진다. 또 임대가 아닌 창업도 준비하고 있다. 무리하게 새 온실을 짓기 보단 기존에 사용되던 온실을 구입해 개보수하는 쪽으로 계획 중이다.
〈청년농부 전제원〉
경주에서 태어나 돌 때 서울로 간 전제원 씨는 한동대에서 경영학과 경제학을 전공한 뒤 대구의 한 중소기업에서 구매 및 영업직으로 근무했다. 사회생활을 하며 느낀 위기감은 앞으로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단순 사무직이나 영업직은 전문성이나 그 가치를 유지하기 어렵겠다는 것이었다. 미래를 고민하다 내린 결론은 '젊은 사람이 제일 없는 곳에 기회가 있다'는 확신이었고 그게 농업이었다.
◆대대손손 물려줄 농업 회사가 꿈
마침 대학시절 동아리 활동을 통해 6만6천116㎡(2만 평) 규모로 초당옥수수를 직접 생산하고 전량 직거래로 완판해본 경험도 있었다. 당시 농업의 무한한 시장성과 미래 가치를 몸소 체험했기에 AI와 전산화가 가속화되는 시대에 농업이야말로 대체 불가능한 최고의 '전문 자영업'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
이런 그를 두고 주변에선 "결혼(2017년)도 했는데 왜 그 힘든 일을 하려 하냐"며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그는 흔들리지 않고 "남들이 힘들어서 기피하는 일이어야 경쟁력이 있고, 젊을 때 도전해야 기반을 닦을 수 있다"고 설득했다. 드디어 2020년에는 그 뜻을 펼치기 위해 상주 스마트팜혁신밸리 교육생으로 들어가 농업 행보를 본격화했다. 그러다 교육이 진행되던 2021년 기존 운영 중이던 경주의 연동하우스(0.5ha)를 인수해 이듬해 12월부터 어엿한 농장주로서 대추방울토마토 농사를 짓고 있다.
현재는 가족 모두 그를 어엿한 농업인으로 인정하고 응원해준다. 특히 경주에서 낳은 세 아이들(은표, 은샘, 은유)이 농촌생활을 즐거워하고 농사를 재미있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뿌듯하다. 전제원 씨는 "농창업 당시 직장생활을 하며 모은 자산을 레버리지(지렛대) 삼아 우리 가족의 생계를 대대손손 책임질 수 있는 탄탄한 가업을 일구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며 "제가 닦아놓은 기반 위에서 우리 아이들이 더 여유롭고 전문적인 농업인으로 성장할 모습을 상상하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경영학적 접근으로 스마트 농업
교육받은 대로 그는 자신의 연동하우스를 ICT 환경제어 시스템을 갖춘 스마트팜 시설로 운영하고 있다. 단순히 감에 의존하는 농사가 아니라 복합 환경제어 시스템을 통해 내부 온도, 습도, 광량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데이터에 기반해 최적의 생육 환경을 조성한다. 특히 자동 수분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작물이 필요로 하는 시기에 정확한 양의 양액을 공급함으로써 대추방울토마토의 균일한 품질과 높은 당도를 유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더욱이 그는 경영학과 경제학을 전공한 덕분에 숫자를 다루고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에 능하다. 매일의 환경 데이터와 생육 상태, 투입 비용 등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분석해 생산성을 높이는 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기록 습관은 농장의 경영 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게 해주고, 불필요한 지출은 줄이고 효율을 극대화하는 '농업 경영'의 핵심 자산이다.
또 중소기업에서 쌓았던 구매 및 영업 경력은 판로 개척에 큰 밑거름이 됐다. 농장 초기부터 유통 구조의 중요성을 깨닫고 발 빠르게 움직여 지역 로컬푸드 직매장 7곳과 마트, 거래처 등을 직접 확보했다. 이를 통해 유통 단가는 낮추고, 소비자에게는 신선하고 저렴한 농산물을 공급하며, 농장에는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 수 있었다.
소비자와 직거래도 한다. 전체 물량의 50%는 SNS 홍보와 택배 직거래를 통해 소비자들에 직접 전달하고 있다. SNS를 통해 농장의 일상도 투명하게 공유한다. 이 부분이 소비자들에겐 '진짜 농부가 보내주는 믿을 수 있는 먹거리'라는 인식을 심어줘 차별화된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수익은 이전 직장생활과 비교해 큰 차이는 없지만 가족의 생계를 온전히 책임지고 있다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 4만9천587㎡(1.5만 평) 규모의 콩 농사도 병행하고 있는데 여기서 나는 수익은 부채 상환 용이다. 단기 목표는 제2농장을 완벽한 스마트팜으로 지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60세 전까지 모든 부채를 청산하고 '빚 없는 농사'를 하는 것이 목표다. 데이터 농업 전문가로서 기술력을 갖춰 어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인 가업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게 그의 가장 큰 바람이다.
◆청년 농부 위한 투자가 우선돼야
그는 최근 영농정착지원금을 활용해 7천273㎡(2천200 평)의 토지를 매입했다. 이는 청년농이 자산을 형성하고 확장을 계획하는 데 결정적인 마중물이 됐다. 그런데 역설적에게도 지원이 너무 과하면 자생력이 약해지고 공급 과잉으로 시장이 망가질 수 있다고 우려도 한다. 양적 팽창보다 농가가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도록 돕는 질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청년들의 농촌 정착을 위해서는 농촌을 살기 좋은 환경(의료, 교육, 문화)으로 만드는 적극적인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는 게 청년농부 6년차의 제언이다.
스마트 농업의 미래와 관련해선 "무턱대고 추천하지 않는다"고 했다. 막대한 자본과 기술이 필요하고 베테랑들과 경쟁해야 하는 위험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양한 농사 기술을 먼저 익히고 어느 정도 자본이 축적됐다면 스마트 농업은 한 사람이 지닌 가치가 매우 귀하게 쓰이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