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응급실 뺑뺑이' 방지 대책, 의료 인력 확충 없이는 탁상공론

입력 2026-01-16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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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심근경색 등 중증 응급 환자를 '지정 병원'으로 즉시 데려가고, 경증 환자는 2차 병원으로 분산(分散)하는 내용의 응급 환자 이송(移送) 체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응급실 뺑뺑이로 119 구급차 안에서 죽어가는 사람이 있다"며 대책 마련을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 '응급 환자 이송 체계 개선 시범 사업' 방안을 보고했다. 심근경색·뇌졸중·중증 외상·심정지 등 4대 중증 환자의 경우 지역 의료계와 협의해 사전(事前)에 치료 가능 병원을 지정하고, 119가 현장에서 환자를 평가한 뒤 바로 해당 병원으로 옮기는 방안이 핵심이다. 비교적 경증 환자는 2차 병원 응급실 등으로 분산해, 대학병원 등 대형 병원의 권역응급의료센터로 환자가 몰리는 구조를 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11월 부산 도심에서 경련 증세를 보인 고교생이 치료받을 응급실을 찾지 못해 구급차에서 숨지는 등 '응급실 뺑뺑이'는 우리나라 의료 체계의 고질적(痼疾的)인 문제다. 정부는 일이 터질 때마다 대책을 내놨지만, 미봉책(彌縫策)에 그쳤다. 중증·경증 환자 분리 이송 방안은 이전에도 나왔으나, 제대로 실행되지 않았다. 이번에 정부가 밝힌 이송 체계 개선안도 실패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많다.

정부안은 응급 환자의 신속한 이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환자의 적정 치료를 보장(保障)하지는 못한다. 지정 병원에 갔지만 수술·시술을 맡을 전문의가 없거나 부족하면,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 심근경색 등 중증 응급 환자는 단순히 가장 가까운 병원이 아니라, 관련 수술·시술이 가능한 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이 세계적인 기준이다. 정부의 구상이 성공하려면 외과 의사 등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분야의 인력 충원이 전제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떤 정책도 탁상공론(卓上空論)일 뿐이다. 근본 대책은 명료(明瞭)하다. 의대 정원 증원, 공공의대(공공의료사관학교), 지역의사제 등을 통한 지역 및 필수의료 분야의 인력 확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