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옥석가리기 본격화…금융당국, 업권 자본규제 고도화

입력 2026-01-13 14: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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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순위채 등 '보완자본' 의존도 낮추고 '기본자본' 중심 체질 개선 유도
새 규제, 2027년 시행...2035년까지 단계적 적용해 충격 완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내 금융위원회 모습.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내 금융위원회 모습. 연합뉴스

앞으로 보험사들이 채권 발행 등 빚을 내서 자본 비율을 맞추던 관행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을 평가할 때, 손실 흡수 능력이 확실한 '기본자본'의 비중을 의무적으로 50% 이상 유지하도록 하는 방안을 도입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3일 '보험업권 자본규제 고도화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2023년 새 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 이후, 보험사들이 실질적인 자본 확충보다는 후순위채 발행 등 '보완자본'에 지나치게 의존해 덩치를 불려온 행태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현행 K-ICS 제도에서는 보험사가 보유한 가용자본 전체를 요구자본으로 나눈 비율만 규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보험사들이 자본 확충이 필요할 때마다 이익잉여금(기본자본)을 늘리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손쉬운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 발행(보완자본)을 통해 지급여력비율을 방어해 왔다.

기본자본과 보완자본에 대한 설명. 금융당국 제공
기본자본과 보완자본에 대한 설명. 금융당국 제공

문제는 보완자본이 사실상 빚이라는 점이다. 후순위채 등은 만기가 돌아오면 갚아야 하고, 고금리 상황에서는 막대한 이자 비용이 발생해 오히려 보험사의 재무 부담을 가중시킨다. 또한 위기 상황에서 손실을 흡수하는 능력도 제한적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자본의 질적 개선을 위해 '기본자본 K-ICS 비율'을 도입하기로 했다. 요구자본 대비 기본자본(자본금, 이익잉여금 등)의 비율이 50%를 넘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리나 주가 변동 등 시장 위험이 발생했을 때 보험사가 감당해야 할 손실 규모(시장위험액)가 요구자본의 약 45.7% 수준임을 감안해 기준을 50%로 설정했다"며 "유럽의 솔벤시II(Solvency II)나 은행권 규제와 비교해도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새 규제에 따르면, 기본자본 비율이 50% 미만으로 떨어지는 보험사에는 '경영개선권고'가, 0% 미만으로 떨어지면 더 강력한 조치인 '경영개선요구'가 내려진다.

또한, 자본증권(후순위채 등)을 조기 상환(콜옵션 행사)하려 할 때도 상환 후 기본자본 비율이 80% 이상을 유지하거나, 양질의 자본으로 차환할 경우에만 허용하도록 요건을 강화했다.

다만, 당국은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충분한 시간을 주기로 했다. 제도는 2027년 1월부터 시행되지만, 적기시정조치 부과는 2035년 말까지 9년 동안 유예기간을 둔다.

이 기간 동안 기본자본 비율이 50%에 미치지 못하는 보험사에는 '최저 이행기준'이 부과된다. 예를 들어 2027년 3월의 비율을 시작점으로 삼아, 2036년까지 점진적으로 50% 목표치를 맞춰나가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만약 2년 연속으로 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에만 예외 없이 적기시정조치가 가동된다.

이번 조치로 보험업계의 지각 변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동안 채권 발행으로 겉보기에만 건전해 보였던 보험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익을 내서 잉여금을 쌓는 '정공법' 외에는 규제를 맞출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

반면, 재무 건전성이 우수한 보험사에 대한 역차별 문제는 일부 해소된다. 기존에는 건전성이 좋아 해약환급금 준비금 적립 비율을 낮게 적용받던 우량사들이 오히려 기본자본 인정 금액이 줄어드는 모순이 존재했다. 그러나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 이익잉여금 내 준비금은 100% 기본자본으로 인정받게 된다.

금융당국은 올해 안으로 관련 법령 개정 작업을 마치고, 기본자본이 취약한 보험사들로부터 이행 계획을 받아 모니터링에 착수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