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란發 기름값 폭등에 '꼼수?'… 주유소 '고급휘발유 판매 보류' 의혹

입력 2026-03-04 19:51:25 수정 2026-03-04 19:5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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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사업법상 '부당 가격 행위' 해당 가능성… 단속 사각지대 지적도​​​​​​​​​​​​​​​​

고환율 여파로 달러를 주고 사와야 하는 원유값이 올라 주유소 기름값도 당분간 오름세를 보일 전망이다. 17일 대구 시내 한 주유소 모습.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고환율 여파로 달러를 주고 사와야 하는 원유값이 올라 주유소 기름값도 당분간 오름세를 보일 전망이다. 17일 대구 시내 한 주유소 모습.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미·이란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연일 치솟는 가운데, 일부 주유소가 고급휘발유 판매를 의도적으로 미루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하루이틀만 판매를 늦춰도 리터당 수십 원의 추가 마진을 챙길 수 있어, '점검중' 안내문 뒤에 가격 차익을 노린 꼼수가 숨어 있다는 지적이다.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당 1820원을 기록했다. 전국 평균도 1751원으로, 지난 1일(1696원) 대비 사흘 만에 리터당 55원(3.24%) 올랐다.

경유 인상 폭은 더 가팔라 같은 기간 전국 평균 73원(4.54%)이 뛰었다. 보통휘발유보다 리터당 200~300원 비싼 고급휘발유는 가격 변동 폭이 더 크다.

업계에서는 유가 급등기에 일부 자영 주유소들이 '고급휘발유 주유기 점검' 등의 방식으로 재고 판매를 의도적으로 지연하는 관행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전했다.

유가가 오름세일 때 기존에 낮은 가격에 매입한 재고를 바로 팔지 않고 하루이틀 뒤 인상된 가격으로 판매하면, 리터당 수십 원의 추가 차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급휘발유는 보통휘발유에 비해 수요가 적어 '점검중'이라는 안내를 내걸어도 소비자가 의심하기 어렵다는 점도 이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번 유가 급등의 직접적 원인은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벌어진 중동 정세 악화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선언하면서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차단 위기에 놓였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3일(현지시간) 배럴당 74.56달러로, 이틀 사이 상승 폭이 10%를 넘었다. 브렌트유도 배럴당 81.4달러까지 올라 19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3일 종가 기준 1466.1원까지 치솟아 국내 유류 수입 단가를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분이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통상 2~3주의 시차가 존재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전쟁 확전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극단적 상황이 겹치면서 이른바 '패닉 바잉' 현상까지 나타났다. 소비자들이 추가 인상 전에 미리 주유하려는 수요가 폭발하면서, 통상적 시차와 무관하게 가격이 단기간에 수직 상승한 것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중동 무력 충돌의 여파로 시장 내 초과 수요가 매우 강하게 작동하고 있으며, 주유소 회전율과 환율이 동시에 상승하면서 예외적인 가격 인상 패턴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급등장에서 재고 판매를 의도적으로 지연하는 행위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상 '부당한 가격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주유소는 오피넷을 통해 판매가격을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돼 있으나, 특정 유종의 판매 중단이나 지연에 대한 별도의 신고 의무는 없어 감시에 한계가 있다.

한편,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사태에 대비해 비축유 방출을 긴급 점검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현재 정부 보유 비축유는 약 1억 배럴 수준이며, 민관 합산 약 7개월분의 비축량을 확보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에 대해 미 해군의 호위를 제공하겠다고 밝혔으나, 유가 안정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글로벌 리서치 업체 우드맥킨지는 유조선 운항이 신속히 재개되지 않을 경우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