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계부채 역대 최고, 대출 규제만으로는 해결 어려워

입력 2026-01-13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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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빚 부담이 심각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잔액은 지난해 3분기 기준 9천721만원으로 역대 최고였다. 40대는 1억1천467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30대 이하와 50대 모두 최대치를 경신했다. 대출자는 크게 늘지 않았지만, 전체 대출 잔액은 6분기 연속 증가해 가계부채의 양적(量的) 확대가 두드러졌다. 가계부채는 GDP 대비 90%대로 매우 높다. 한국은행은 '가계부채가 민간 소비와 경제 성장에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며 거시건전성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가계부채 증가와 경제 구조 취약성을 거론하며, 중장기적으로 부채 리스크가 큰 부담이 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가계부채는 단지 규모뿐 아니라 대출 상환 능력, 소득 여건, 고용 상황과 결합될 때 심각한 취약성을 드러낸다. 정부는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상 '새출발기금'과 장기 연체자 지원을 위한 '새도약기금' 등 채무 조정·탕감(蕩減) 프로그램을 도입했는데, 이들은 도덕적 해이를 야기할 구조적 약점을 안고 있다. 감사원 감사에서 새출발기금은 변제 능력이 충분한 차주에게도 원금 감면이 적용된 사례가 확인됐다. 새도약기금도 심사 체계 한계로 도박·투기성 채무를 가려내지 못하는 문제가 드러났다.

정부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강화와 대출 총량 관리 등 규제 수단도 가동했다. 그러나 가계부채를 금융 규제의 문제로만 다루는 접근은 한계에 도달했다. 이런 정책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만 벌고 있을 뿐이다. 대출은 조였지만 상환 능력은 회복되지 않았고, 부채 위험은 은행권에서 비은행권으로, 민간에서 공공으로 옮겨가고 있다. 소득 정체와 고용 불안, 자영업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는데 규제만 강화하면 가계에 '버티라'고 강요하는 꼴이다. 코스피 '불장'에 '빚투' 규모도 사상 최대다. 주식 대박에 기댄 아슬아슬한 빚잔치는 결코 영원할 수 없다. 당장의 자산시장 호황이 부채의 균열을 가려주는 동안 근본적 처방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될까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