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칼럼-김교영] 이성이 잠들면 괴물이 눈뜬다

입력 2026-01-13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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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영 논설위원
김교영 논설위원

"군주는 배요,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울 수 있고, 전복시킬 수도 있다." '순자'(荀子)의 경구(警句)다. 물은 유순하나, 두려운 존재다. 불은 '혁명'을 상징하나, 물은 혁명을 넘어선다. 배를 띄워 순항을 돕다가, 수틀리면 뒤집어 버린다. 정약용은 '목민심서'(牧民心書)에서 "백성은 평소 순하지만, 억압받으면 승냥이나 호랑이처럼 변한다"고 했다. 맹자(孟子)가 제자들과 치세(治世)를 논했다. 한 제자가 '천하를 얻고 잃는 것'에 대해 물었다. 맹자는 답했다. "걸(桀)과 주(紂)가 천하를 잃은 것은 그 백성을 잃은 때문이다. 백성을 잃은 것은 민심을 잃은 때문이다. 천하를 얻는 데는 방법이 있으니, 백성을 얻으면 천하를 얻을 수 있다. 백성을 얻는 데는 방법이 있으니, 민심을 얻으면 백성을 얻을 것이다."

민심(民心)은 정치의 근본이다. 유비는 '삼국지' 영웅호걸 중 민심을 최우선으로 여긴 인물이다. 그는 형주 신야에서 조조 군(軍)에 쫓길 때, 백성 10만 명을 데리고 갔다. 위험한 피난이었다. 참모들은 유비를 말렸다. 유비는 "나를 믿고 따르는 백성들을 어찌 버릴 수 있느냐"고 했다. 그는 "백성이 나를 버릴지언정 나는 백성을 버리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대업(大業)을 이뤘다. 조조는 여백사의 도움을 받고도 그와 일가족을 죽였다. 그런 뒤 "내가 세상을 버릴지언정, 세상이 나를 버리지 못하게 하리라"고 했다. 유비와 조조의 정치 철학은 극명하게 달랐다.

정치인들은 "민심을 추앙한다"고 나발을 분다. 공허(空虛)한 구호다. 민심은 소박하다. 정치인들이 싸움질하지 않고, 살림살이가 나아지길 바랄 뿐이다. 그런데 그들은 청개구리다. 공천헌금 받고 뇌물 받고, 갑질하고 성추행하고, 탈세하고 투기한다. 말은 선공후사(先公後私), 행동은 빙공영사(憑公營私)다. 그들이 말하는 민심은 '보통 국민'이 아닌 '지지층'의 민심이다. 이러니, 명절 민심은 늘 여야 딴판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49.42% 득표율로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절반의 국민은 '그들만의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 더불어민주당은 '2차 종합특검'을 추진, 6·3 지방선거 때까지 '내란 몰이'를 할 태세다. 3대(검찰·사법·언론) 개혁을 완수하겠다고 한다. 법조·언론계, 진보 시민단체도 위헌성(違憲性)을 지적한다. 민주당은 '국민의 명령'이니 딴소리 말란다. '나폴레옹은 언제나 옳다'(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중에서)처럼 '민주당도 언제나 옳다', 뭐 이런 생각인가.

국민의힘도 도긴개긴이다. 비상계엄 사태 후 1년간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못하고, 강성 지지층만 바라봤다. '윤 어게인' 세력을 두둔했다. '보수 통합'을 주문하고 민심을 읽으라고 쓴소리하면, '배신자'로 몰렸다. 그러니, 민주당이 분탕질을 해도 지지율은 여전히 20%대다. 장동혁 대표가 지난 7일 '계엄·탄핵의 강'을 건너겠다고 선언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다.

여야는 지선(地選)을 '내란 청산' 대 '독재 타파'란 구도로 몰고 있다. 군의원 선거도 '여의도 대리전'이 될 판이다. '의견이 다른 친구와 밥도 같이 먹지 않겠다'는 생각(정치 양극화)은 갈수록 굳어진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은 광역단체장 투표 시 고려 사항으로 전문성·능력(37%), 공약·정책(24%), 도덕·청렴성(24%) 순으로 꼽았다. 소속 정당·정치 성향은 6%에 불과했다. 민심은 이토록 이성적(理性的)인데, 정치는 그렇지 못하다. 이성이 잠들면 괴물이 눈을 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