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해용] 2026 지방선거에 바란다

입력 2026-01-13 18:00:00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정해용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

정해용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
정해용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

지난 2006년 지방선거를 준비하며 지역을 다니던 무렵이 떠오른다.

그 시기 대구에는 유난히 세미나와 포럼이 많았다. 언론과 대학, 정치권을 가리지 않고 '대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두고 백가쟁명식 논쟁이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발굴된 의제들이 있다. 군 공항 이전, 영남권 신공항 건설, 취수원 문제, 도시철도 2호선 경산 연장과 1호선 하양 연장. 20년이 지난 지금, 이 중 일부는 이미 실현됐고 일부는 진행 중이며, 또 일부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동구 역시 다르지 않다. 상수원보호구역 조정, 군 공항 이전, 금호강 개발, 갓바위 케이블카 등은 그때도 논의됐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지역의 시간이 얼마나 느리고 답답하게 흘러가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다시 선거철이 다가왔다. 누가 출마했고, 누가 당선될지는 아직 모른다. 분명한 사실은 그중 누군가가 선택되어 향후 4년간 주민의 삶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그러나 '누가 되는가'만큼 중요한 질문이 있다. 선거 과정에서 지역사회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20년 전 어젠다를 마무리하는 것만이 아니다.

앞으로 20년, 대구가 어떤 방식으로 살아남고 성장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그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할 시점이다.

이미 다른 지역들은 그 질문을 던지고 있다. 대전·충남은 행정통합을 핵심 어젠다로 제시했다. 수도권 일극 체제에 맞서기 위해 광역 단위의 행정 통합과 그에 따른 재정·산업·인구 효과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규모와 권한 없이는 경쟁도 없다'는 냉정한 현실 인식에서 출발한 선택이다.

광주·전남은 더 극적인 결단을 내렸다. 수십 년간 갈등과 반목의 상징이었던 광주 군 공항 이전 문제를 무안 이전으로 전격 합의했다. 이미 광주 민간 공항은 무안으로 통합된 지 오래다. 정치적 부담이 컸음에도 불구하고, 지역 전체의 장기 이익을 위해 '불가능해 보이던 일'을 현실로 만들었다.

해외 사례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 오사카는 '오사카 도(都) 구상'을 통해 광역 행정 개편과 산업 재편을 동시에 추진했고, 독일 루르 지역은 쇠퇴한 탄광 지대를 장기적인 도시 재생 전략으로 산업·문화 거점으로 탈바꿈시켰다.

이들 지역의 공통점은 단 하나다. 선거 때마다 인물 경쟁이 아니라 미래 전략을 둘러싼 정책 경쟁이 있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질문으로 돌아와 보자.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 후보와 구청장 후보들은 어떤 경쟁을 할 것인가. 서로를 비난하는 경쟁인가, 아니면 대구의 다음 20년을 두고 벌이는 정책 경쟁인가.

선거를 '관전'하는 시민에게도 선택지는 있다. 누가 이길지를 지켜보는 선거가 아니라, 누가 더 큰 질문을 던지고 더 먼 미래를 이야기하는지를 살펴보는 선거로 만드는 것이다. 그 과정 자체가 지역의 자산이 된다.

설령 당장 실현되기 어려운, 우공이산(愚公移山)의 공약일지라도 좋다. 큰 방향을 제시하고, 치열하게 토론하고, 시민 앞에서 검증받는 과정이 있어야 대구는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

선거는 사람을 뽑는 과정이 아니라, 지역의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이다. 선거는 4년을 결정하지만, 선거에서 던진 질문과 약속은 20년을 좌우한다. 이번 지방선거가 오랜만에 '재미있는 선거'가 되길 기대해 본다. 정책 대결이라는, 가장 건강한 방식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