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병원까지 도입 확산, 환자 수요가 불붙여
후발 주자 등장에 가격 인하 기대도
대학병원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로봇 수술이 이제 지역 중소병원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고가 장비라는 장벽에도 불구하고 환자 수요가 늘면서 대구 지역 병원가에 '로봇 수술 도입 경쟁'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여기에 미국·중국 업체들이 잇따라 시장에 뛰어들면서, 사실상 독점 체제였던 수술용 로봇 시장에 변화의 조짐도 감지된다.
◆대학병원 전유물 로봇 수술…중소병원도 도입 경쟁
국내 수술용 로봇 시장은 미국 의료기기 전문기업 인튜이티브서지컬의 '다빈치(da Vinci)' 모델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 대학병원에 처음 도입된 다빈치 로봇은 최근 2~3년 사이 지역 2차 종합병원으로까지 확산됐다. 2023년 6월 삼일병원이 중소병원 가운데 처음으로 다빈치 Xi를 도입했고, 2024년에는 구병원이 같은 로봇으로 수술을 시작해 최근 로봇수술 500례를 달성했다.
다빈치 모델은 현재 국내에 200여 대가 운영 중이며, 대구에는 칠곡경북대학교병원 4대, 계명대 동산의료원 3대, 영남대병원 2대, 경북대병원 1대, 대구가톨릭대병원 1대, 구병원·삼일병원 등을 포함해 총 13대가 운용되고 있다.
여기에 파티마병원이 올해 다빈치 로봇 최신 모델 도입을 확정했고, 구병원도 최신 모델 추가 도입을 검토 중이다.
인튜이티브서지컬 한국지사 관계자는 "정확한 수치는 밝히기 어렵지만, 대구 지역 여러 병원에서 다빈치 로봇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들이 로봇 수술 도입에 적극 나서는 배경에는 환자 수요가 있다. 외과 수술은 큰 절개를 동반한 개복 수술에서 시작해, 작은 구멍을 통해 내시경으로 수술하는 복강경 수술을 거쳐, 최근에는 의사가 로봇 팔을 조작해 보다 정밀하게 집도하는 로봇 수술로 발전해왔다.
로봇 수술은 최소 절개로 진행되면서도 손 떨림을 보정해 정교한 수술이 가능하다는 점이 강점이다. 상대적으로 높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이를 선택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구자일 구병원장은 "수술용 로봇 추가 도입을 고려하는 것도 그만큼 로봇 수술을 원하는 환자들이 많기 때문"이라며 "정밀도가 높고 회복이 빠르다 보니 환자 만족도도 높다"고 설명했다.
◆독점 깨질까…미·중 가세 가격 인하 기대
로봇 수술 수요가 늘면서 중소병원들도 도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가장 큰 걸림돌은 비용이다.
의료업계에 따르면 다빈치 로봇 보급형 모델은 10억원 후반대, 5세대 최신 모델은 30억 원에 달한다. 초기 도입 비용보다 부담이 되는 것은 각종 소모품과 유지비용이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수술 종류와 사용 방식에 따라 소모품 교체 주기가 다르지만, 다빈치 로봇 도입을 주저하는 병원들은 초기 비용보다 유지비 부담을 더 크게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수술용 로봇 가격이 낮아질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사실상 다빈치가 독점해온 시장에 후발 주자들이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봇 가격이 내려가면, 현재 개복 수술보다 10배 가량 비싼 로봇 수술 비용도 인하 여지가 생긴다.
국내에서는 서울대병원이 지난해 미국 메드트로닉이 개발한 로봇 수술 시스템 '휴고(Hugo)'를 도입해 암 수술 등에 활용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도 기술력을 앞세운 제품들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휴고는 다빈치보다 도입·유지비용이 약 10% 저렴하고, 중국산 제품들은 절반 수준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 의료박람회에 소개되는 제품들을 보면 다빈치 못지않게 기술력이 올라왔다"며 "인튜이티브서지컬 출신 기술자들을 영입해 경쟁력을 끌어올렸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전했다.
다만 지역 병원들 사이에서는 저가 로봇 도입보다는, 경쟁을 통해 다빈치 로봇의 가격 인하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더 크다.
지역 한 개인병원 원장은 "중국 제품은 기술력과 별개로 이미지에 대한 거부감을 보이는 환자들도 있다"며 "국내에서는 로봇 수술이 곧 다빈치 수술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아, 다른 제품으로는 환자를 끌어오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