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특별감사 중간 결과 공개…보수·출장비·직상금 전방위 문제
수백억 적자에도 성과급 지급, 이사회·선거제도까지 구조적 부실 확인
비상근 명예직인 농협중앙회장이 연봉과 각종 수당으로 연 7억원 안팎을 받고, 외국 출장에서는 하루 200만원이 넘는 호텔에 숙박한 사실이 정부 특별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수백억원의 적자를 내고도 임원 성과급을 지급하는 등 농협 전반의 방만한 경영과 허술한 내부 통제가 확인되면서 대대적인 구조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는 8일 농협중앙회와 농협재단을 대상으로 실시한 특별감사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와 내부 제보를 통해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뇌물수수 의혹 등 각종 비위 문제가 잇따라 제기되자, 농식품부는 지난해 말 4주간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달 농식품부 업무보고에서 "농협은 구조적 문제가 크다"며 철저한 감사를 지시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2024년 3월 취임한 강호동 회장은 농협중앙회에서 연봉과 실비, 각종 수당을 합쳐 3억9천만원을 받았다. 여기에 농민신문사 회장을 겸임하며 연 3억원이 넘는 급여를 추가로 수령했다. 비상근 명예직임에도 두 기관에서 사실상 이중 보수를 받은 셈이다. 정부가 농협 회장의 보수 실태를 공식적으로 확인해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농협 회장은 규정상 퇴직금을 받을 수 없지만 관행처럼 '퇴직공로금'이 지급돼 온 사실도 확인됐다. 이성희 전 회장은 2024년 퇴임 당시 중앙회와 농민신문사에서 각각 수억원의 공로금을 받아 총 7억원이 넘는 금액을 수령했다. 최근 5년간 회장 보수와 퇴직공로금 규모도 큰 차이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외국 출장에서는 공금 낭비가 반복됐다. 강 회장은 다섯 차례 해외 출장 모두에서 숙박비 하루 상한인 250달러를 넘겨 집행했고, 초과 금액만 4천만원에 달했다. 최대 1박 200만원이 넘는 5성급 호텔 스위트룸을 이용한 사례도 확인됐다. 농식품부는 특별한 사유 없이 규정을 위반한 점을 문제 삼아 초과 집행액 환수를 검토 중이다.
회장이 임의로 배분할 수 있는 '직상금'도 도마에 올랐다. 2024년 한 해에만 10억8천400만원이 집행됐고, 지역 조합이나 개별 부서에 회장 재량으로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비서실 업무추진비 카드 사용 내역도 공개되지 않아 정보공개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농협 전반의 방만 경영 사례도 잇따라 적발됐다. 핵심 계열사인 농협경제지주는 2024년 81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지만 이듬해 상근 임원들에게 특별 성과급을 지급했다. 2022년 정기 대의원대회에서는 참석한 조합장 전원에게 220만원 상당의 휴대전화를 지급하며 20억원이 넘는 비용을 썼다.
내부 통제는 사실상 무력했다. 성희롱과 업무상 배임 등 중징계 사안에도 경징계가 내려졌고, 범죄 혐의가 있는 일부 사건은 고발조차 하지 않았다. 중앙회가 임직원의 개인 형사 사건 변호사 비용으로 지난해에만 3억2천만원을 집행한 사실도 확인됐다. 농식품부는 이 가운데 2건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이사회 운영도 자의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인사총무팀이 별도 검증 절차 없이 이사 후보를 추천했고, 회의 도중 즉석에서 성과급 지급 안건이 상정돼 의결된 사례도 있었다. 외부 전문위원들은 "재계 10위권 규모에 걸맞지 않은 회계 관리와 지배구조"라고 지적했다.
농식품부는 부적절한 기관 운영 사례 65건에 대해 사전 처분통지를 했고, 금품 수수와 청탁금지법 위반 등 38건은 추가 감사를 진행 중이다. 이달 중 농업계와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농협 개혁 추진단'을 구성해 선거제도와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농협 측은 "감사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고 신뢰 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