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훈 논설주간
일본이 국제연맹을 탈퇴하며 제국주의적 팽창을 노골화하던 1933년 일본 군부는 8월 9일부터 12일까지 도쿄(東京), 지바(千葉), 가나가와(神奈川), 사이타마(埼玉), 이바라키(茨城) 등에서 방공(防空)훈련을 대대적으로 실시했다. 이름하여 '관동방공대연습(關東防空大演習)'으로, 적기가 태평양 방면에서 일본 본토로 내습(來襲)하는 상황을 상정해 야간 소등, 양동이 릴레이 소화(消化), 연막을 이용한 가스 공격 대책 훈련이 실시됐으며 군관민 10만 명이 동원됐다.
이에 대해 일본 나가노(長野)현에서 발행되는 시나노마이니치(信農每日) 신문의 주필(主筆) 기류 유유(桐生悠悠, 1873~1941)는 칼럼 「관동방공대연습을 비웃는다」(1933년 9월 11일 자)에서 '연습'의 무용성(無用性)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적의 비행기가 일본 상공에 오는 상태가 되면 그것이야말로 일본군의 대패일 것이다. 종이와 나무로만 이루어진 도쿄의 거리는 불꽃을 탁탁 튀기며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실전(實戰)이 앞으로 절대 있어서는 안 되고 벌어져서도 안 된다는 것을 통감했을 것이다.… 따라서 이처럼 가공적인 연습을 한다 해도 실제로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상상이 간다."
일본 상공으로 적기가 오면 그것으로 필패(必敗)다. 따라서 일본 영토 밖에서 적기를 격퇴해야 하며, 이런 작전 계획하의 방공연습이 아니라면 실전에는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냉정한 현실 진단이었지만 육군은 펄쩍 뛰며 신문 발간을 중단시켰고, 기류 유유는 '비국민(非國民)'으로 찍혀 신문사에서 쫓겨났다. 군부는 기류 유유의 입은 틀어막았지만 그의 예언은 막을 수 없었다. 1944년부터 시작된 미군의 공습으로 일본 도시들은 기류 유유의 말 그대로 불꽃을 탁탁 튀기며 타올랐다. 기류 유유의 '의견'을 틀어막은 대가는 이렇게 처참했다.
21세기 한국의 집권 세력이 90여 년 전 일본 군부의 행태를 되풀이하려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입틀막법'으로 불리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한 데 이어 언론중재법을 고쳐 사설, 칼럼, 논평 등 '의견'까지 반론보도 대상에 포함시키려 한다. 현재는 보도가 사실적 주장이 아니라 '의견' 표명에 해당하면 반론보도 대상이 아니다.
개정안은 타인의 해석과 의견을 용인하지 않는 해석의 강요나 독점의 합법화를 의미한다. '생각'까지 지배하겠다는 것이다. 조지 오웰이 「1984」에서 그렸던 디스토피아가 바로 이런 것이다. 중국 한(漢)나라 무제(武帝)가 복비죄(腹誹罪, 마음으로 비방한 죄)를 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의견'은 저마다 다를 수 있을 뿐 객관적으로(!) '틀린 의견'은 있을 수 없으며, '바른 의견'과 '틀린 의견'을 판정하는 규준(規準)도 존재할 수 없고 존재해서도 안 된다. 그런 규준은 과거 소련이나 현재의 중국, 북한과 같은 독재국가, 이란과 같은 신정(神政)국가에나 있다.
민주당의 행태는 '자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다르게 생각하고 말하는 것은 자유의 본질이다. 그런 자유를 여성 사회주의 혁명가 로자 룩셈부르크는 '타인(他人)의 자유'라고 했다. 로자 룩셈부르크는 사후(死後) 출간된 「러시아 혁명」에서 마르크스가 말한 '프롤레타리아 독재'가 레닌에 의해 자유로운 여론, 선거와 언론의 자유, 집회 및 단결의 권리가 봉쇄된 '볼셰비키 일당 독재'로 타락하고 있는 것을 비판하며 이렇게 말했다. "정부를 지지하는 사람들만의 자유, 유일(唯一) 당의 당원만을 위한 자유는 아무리 광범위해도 그것은 자유가 아니다. 자유는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물론 '다르게 생각할 자유'는 무제한이 아니다. 우리 헌법이 지향하는 자유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의견의 자유는 관용(寬容)될 수 없다. 이를 관용하는 것은 칼 포퍼가 경고했듯이 '관용적인 사회와 관용 정신 그 자체의 파괴'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를 제외한 의견은 그 어떤 것도 억압돼서는 안 된다. 그것이 바로 '열린 사회'(open society)이다. 민주당은 그 반대로 가려 한다.
기류 유유는 "말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언론의) 의무"라고 했다. 맞는 말이지만 1% 부족하다. 말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을 말하지 않는 것은 독재 지배자의 편에 서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