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김교영] 공천헌금

입력 2026-01-12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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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영 논설위원
김교영 논설위원

금배지에 목을 매던 기업인 A씨. 그는 인맥을 총동원한 끝에 정당 실세(實勢)였던 B의원과 연락이 닿았다. B의원 측이 접선(接線) 일정을 잡았다. 만날 장소는 수도권 고속도로 휴게소, 시각은 밤 10시였다. A씨는 '밤중에 고속도로'란 점이 이상했으나, 워낙 바쁜 분이니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이 만났다. A씨는 B의원에게 잘 봐달라고 부탁했다. B의원은 고개만 끄덕일 뿐, 별말이 없었다. 5분도 채 되지 않아 B의원은 떠났다. A씨는 만남을 주선했던 지인에게 이날 일을 얘기했다. 지인 왈, "은밀한 곳에서 돈을 받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자네가 빈손으로 나갔으니 되레 그쪽이 황당했을 거네. 그 정도 눈치 없이 정치를 하겠다니, 쯧쯧…."

오래전, 정치권 인사에게 들은 에피소드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에서 벌어진 '공천헌금'(公薦獻金) 사태로 이 얘기가 떠올랐다. 김병기·강선우 의원이 각각 구의원과 시의원 후보자에게 공천헌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터져, 정치권이 떠들썩하다. 이번 스캔들은 믿기지 않을 만한 일들이 지금도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줬다. 공천헌금은 사라진 게 아니고, 보이지 않았을 뿐이다.

민주당은 사태 초기에 "20년 전 구태 악습이 부활한 것 같다" "너무 충격적이어서 의원들 모두가 '멘붕' 상황"이란 반응을 보였다. 의혹은 갈수록 짙어졌다.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그러나 핵심 인물(김경 서울시의원)의 출국(出國)을 막지 못해, 수사의 신뢰성·공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이 와중에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이번 일을 "시스템 문제가 아닌 휴먼 에러"라고 선을 그어 빈축(嚬蹙)을 샀다.

정치권에선 이번 사례가 '빙산의 일각'이란 말이 나온다. 소문으로 떠도는 공천헌금의 '시장가'도 주목받고 있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선 공천을 둘러싼 '돈의 유혹'이 커진다. '검은돈'만의 문제가 아니다. 후원금, 출판기념 축하금, 경조사비 등 합법적인 범위에서도 많은 돈이 오갈 수 있다. 선거 때마다 공천 잡음(雜音)이 나왔다. 의외의 인물이 공천을 받으면, '뒷돈' 얘기가 나돌았다. '소금 먹은 놈이 물을 켠다'는 속담이 그냥 생긴 게 아니다. 6·3 지방선거가 멀지 않다. 정당 공천에 돈이 개입되면, 정치는 투전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