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으로 다시 보는 그때 그사건
김포 조카 살인사건…징역 4년
아이를 재우려던 오후의 집 안은 평온과 거리가 멀었다. 생후 27개월에 불과한 아이는 그날 거실과 작은방을 오가며 성인 여성의 발에 마구 차였고, 병원으로 옮겨진 지 약 1시간 만에 숨졌다.
아이를 이렇게 만든 건 당초 '이모'로 알려졌던 친모 A씨였다. 아이는 A씨가 19세였던 시절부터 성폭행을 한 형부 B씨와의 사이에서 원치 않게 낳은 아이였다.
아이의 사망이라는 끔찍한 비극이 이 가족의 또다른 처참한 비극을 드러낸 셈이었다.
◇형부의 성폭행으로 낳은 아이…미워서 때렸다
A씨와 B씨의 관계는 단순한 가족 관계로 설명되지 않았다. B씨는 A의 친언니와 2008년 혼인해 형부가 됐고, A씨는 같은 해 19세의 나이로 전남 완도군에 있던 언니 부부의 집에 머물렀다. B씨는 2008년 8월쯤 잠들어 있던 A씨를 상대로 성폭행을 저질렀고 이후 B씨가 원할때마다 성관계를 하며 A씨는 임신과 낙태를 겪었다.
지적장애가 있던 A씨는 성폭행 피해를 입고도 그 사실이 알려질 경우 언니와의 관계가 멀어지고 친척들에게 혼날 것이 두려워 누구에게도 알리지 못한 채 고통을 감내했다.
언니는 남편이 자신의 동생을 범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희귀질환으로 장기간 투병 중이었으며, 생계 전반을 남편에게 의존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남편이나 동생에게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표현하지도 못했다. 동네에 이 일이 소문이 나면서 B씨는 2010년 서울, 2011년 김포로 이사를 했다.
A씨는 2012년 다른 남성과 결혼해 딸을 낳았지만 같은 해 말 가정불화로 딸을 남겨두고 집을 나와 김포에 있던 B씨의 집으로 들어가 함께 살게 됐다. 마땅히 기거할 곳이 없는 상태에서 얹혀살게 된 A씨는 언니가 루푸스 질환 등으로 건강이 좋지 않아 집안 살림과 아이 양육의 상당 부분을 도맡았다.
B씨가 2013년 1~2월 사이 김포의 주거지에서 잠들어 있던 A씨를 다시 성폭행했다. A씨는 "경찰에 신고하겠다, 하지 말라"고 말하며 저항했지만, B씨는 힘으로 눌러 범행했다.
이같이 원하지 않는 성관계로 A씨는 피해아동을 임신했다. A씨는 낙태 가능 시기를 놓쳐 피해아동을 출산했고 B씨는 차마 처제의 아이로 출생신고를 할 수 없어 B씨 부부의 아이로 출생신고를 했다. 이후에도 A씨는 B씨와의 사이에서 연년생으로 자녀를 두명 더 낳았다.
그럼에도 A씨는 자립능력이 없어 B씨에게 얹혀 살며 B씨의 요구에 응해야 했다. B씨는 피해 아동의 친부가 누구냐며 의심했고, 어쩔 수 없이 피해 아동을 출산한 A씨는 B씨를 닮아가는 피해아동을 점점 더 미워하게 됐다. B씨 부부의 집에 살며 언니의 자녀 2명과 자신이 낳은 자녀 3명 등 총 5명을 독박 육아하며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다.
가정 안에서 폭력은 아이들에게 향했다. A씨는 2014년 생후 10개월이던 피해아동의 팔을 잡아 세게 들어 올려 골절상을 입혔다.
B씨는 1세였던 피해 아동이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유아용 간이좌변기에 묶어두는 방식의 학대를 가했다. 뿐만 아니라 B씨는 술에 취해 딸의 뺨을 때리고, 벽시계로 머리를 내리쳤으며, 아들에게는 20여 분간 '원산폭격' 체벌을 시키기도 했다.
비극은 2016년 3월 15일 벌어졌다. A씨는 이날 오전 아이가 동생 분유를 몰래 먹었다는 이유로 뺨을 때렸다.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아이가 말을 듣지 않자 A씨는 거실에 엎드려 있던 아이의 허리를 발로 밟았고, 작은방으로 끌고 가 복부를 여러 차례 걷어찼다. 아이가 구토를 했음에도 폭행은 멈추지 않았다. 아이는 폭행 후 불과 1시간여 만에 복부손상으로 사망했다.
◇"정상적인 판단능력 미약"…징역 4년
법원은 A씨에게 살인과 아동학대 혐의를 인정해 징역 4년을 선고했고, 친부이자 형부였던 B씨에게는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과 아동학대 혐의로 징역 8년6개월을 선고했다. B씨는 수사를 받으며 "처제가 먼저 나를 유혹했고, 당시 동네 사람들이 처제를 윤간했다"는 등 파렴치하고 뻔뻔한 거짓말을 일삼았다.
재판부는 A씨가 최소한 미필적으로나마 살인의 고의를 가지고 폭행을 반복했다고 판단했다. 징역 4년은 살인죄의 양형 기준상 권고되는 최하한의 형량이었다.
재판부는 "자신이 저지른 참혹한 결과에 대하여 깊이 후회하며 반성하고 있다. A씨는 B씨의 성폭력 범행에선 피해자의 입장이고 정신적 충격과 출산 등이 이 사건 각 범행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또 지적 장애와 우울증 등으로 이 사건 각 범행 당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씨에 대해서는 반복된 성폭력과 아동학대의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B씨 탓에 A씨는 언니 부부와 한집에 살면서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B씨 사이에 3명의 자녀를 낳아 기르게 됐다. A씨는 심한 정신적 고통과 함께 우울증을 앓았고, 이는 A씨가 아이를 살해하는 참혹한 결과를 낳는 주요한 원인이 됐다"면서도 "자신의 범행 일체를 자백하며 깊이 반성하고 있고, 성폭력범죄로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