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7거래일째 상승세…1450원대 초반서 등락
국내 증시, 반도체·조선·방산·자동차 등 수출주 중심 강세
증권가 "해외 수출주, 이익 모멘텀 견조…'이성적 과열'"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수준을 유지하는 '고환율 뉴노멀' 국면이 이어지면서 국내 증시에서는 수출주 강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원화 약세 환경 속에서 반도체·조선·방산·자동차 등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업종으로 투자 수요가 집중되는 모습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주간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 거래일보다 4.8원 오른 1450.6원으로 집계됐다.
앞서 지난달 29일 외환 당국의 대대적인 개입으로 1429.8원까지 내렸던 환율은 이후 6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이날에도 원·달러 환율은 전장 대비 3.2원 오른 1453.8원으로 출발한 뒤 1450원대 초반에서 등락하면서 7거래일째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1400원대 고환율 추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용택 IBK증권 연구원은 "1500원을 위협했던 환율이 올해 상반기 좀 더 안정적인 흐름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다만, 환율 하락 폭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 되돌림이 발생하겠지만 그 폭이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환율 수준에 대한 눈높이는 여전히 높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국내 증시에서는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반도체·조선·방산·자동차 등 수출주를 중심으로 강세를 이어오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1주일(12월 30일~1월 8일) 동안 'KRX 반도체' 지수는 15.53% 급등했다. 이는 코스피(7.86%)·코스닥(1.23%) 지수 수익률을 웃도는 수치며 거래소가 산출하는 34개 KRX 산업지수 중 1위다.
지수 구성 종목별로는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16.15%)와 SK하이닉스(18.13%)의 오름폭이 컸으며 ▲한미반도체(42.41%) ▲주성엔지니어링(24.38%) ▲원익IPS(17.41%) ▲이오테크닉스(16.29%) ▲유진테크(15.47%) ▲티씨케이(12.40%) 등도 두 자릿수대 수익률을 기록했다.
강대승 SK증권 연구원은 "4분기 실적 발표에서 기대에 부합하는 실적을 기록한다면 밸류에이션 상향에 따른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 상승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며 "원화 약세 환경 속 수출기업에 우호적인 상황 속에서 당분간 미국의 K자형 경제 성장 구조 고착, 민간과 정부 자금의 AI(인공지능) 투자 집중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반도체 기업 위주의 상승은 1분기 실적 발표 이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같은 기간 국내 조선·방산 관련주들이 편입된 'KRX 300 산업재' 지수도 7.30% 상승했다. 조선주 가운데에서는 ▲HJ중공업(14.12%) ▲한화오션(12.20%) ▲HD현대중공업(11.28%) ▲삼성중공업(7.11%) ▲HD한국조선해양(3.41%) 등이, 방산주 중에서는 ▲LIG넥스원(23.20%) ▲한국항공우주(21.53%) ▲한화에어로스페이스(14.86%) ▲현대로템(11.29%) ▲엠앤씨솔루션(10.12%) 등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특히 이들 업종은 최근 업황 개선 기대감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방비 지출 확대 소식으로 매수세가 집중됐다. 서재호 DB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처음 발표했던 2026년도 국방 예산안을 살펴보면 유의미한 비중·증가율을 보이는 분야는 해군의 무기 도입 예산과 우주·공군의 R&D(연구개발) 투자"라며 "트럼프 정부의 국방예산이 급증한다면 군함 사업을 영위하는 국내 조선업체들이 가장 큰 수혜 대상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KRX 자동차' 지수의 경우 이 기간 4.65% 상승했는데, ▲현대차(16.01%) ▲현대위아(12.18%) ▲현대모비스(6.68%) ▲기아(3.14%) ▲HL만도(0.89%) 등이 오름세를 나타냈다. 자동차 업종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을 통해 로봇 모멘텀이 부각되며 관심도가 치솟았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자동차 업종의 주가 상승 동인으로서 로봇 모멘텀이 강한데, 자동차·부품 기업들이 지금까지 쌓아온 기계·이동성 기술에 대한 이해와 생산 능력, 이미 구축된 생산시설·밸류체인 등을 활용하면 로봇 산업에서의 기회 요인을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로봇 기술을 발전시킬 때 필수적인 산업 노동에 대한 데이터 소스로서 자동차 공장들이 가진 이점도 상당하다. 자동차 산업은 이미 상당한 인력이 투입되고 체계화된 생산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로봇의 활용도가 가장 높은 산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한국의 자동차 산업은 국내 생산 규모 420만대와 현대차·기아의 글로벌 판매 규모 730만대를 갖춘 경쟁력 있는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다"며 "자동차라는 거대한 산업 기반으로 로봇이라는 새로운 산업으로 진출할 수 있는 브라운필드 전략을 구현하기 용이하다"고 부연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도 수출주 중심의 강세장이 펼쳐질 것으로 봤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코스피는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대형 수출주들이 주도하며 대형주 쏠림으로 인한 지수 신고가 경신이 지속되는 흐름"이라며 "해당 수출주들의 이익 모멘텀도 견조한 상황으로 이익 개선 주도 '이성적 과열'"이라고 밝혔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연초 상승장에서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업종별 선별이 중요한데, AI 성장 기대와 함께 실적 개선과 수출 호조가 예상되는 반도체 업종과 해외 매출 확대가 기대되는 바이오, 조선, 방산 업종에 주목해야 한다"며 "업황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전(이차전지 포함), 건설, 통신 등 내수 업종은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