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보다 경험 축적"
이란을 둘러싼 중동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해외 인프라 사업을 추진하는 국내 건설사들의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장기간 입찰과 계약 절차를 거치는 해외 사업 특성상 국제 정세 변화가 사업 성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구를 대표하는 건설사인 HS화성이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간선급행버스체계(BRT) 도로 건설사업을 수주하기까지 약 1년 정도 걸린 것도 이 같은 해외 사업 특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장익모 HS화성 해외사업팀장은 계약 체결 과정에 대해 "계약이 늦어지면서 혹시 사업이 무산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가장 컸다"며 "계약서에 서명했다는 연락을 받아도 실제 서명된 계약서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회사에 보고하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케냐 수도 나이로비 진출
이번 사업은 케냐 나이로비 외곽 약 10.5km 구간에 BRT 교통 인프라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도로 공사와 함께 고가교와 강교 등 교량 건설이 포함되며 BRT 정류장과 운영기지 건설도 함께 진행된다.
입찰 절차는 지난해 4월 서류 제출로 시작됐다. 같은 해 7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이후 양국 정부 승인 절차를 거쳐 올해 1월 대부분의 절차가 마무리됐다. 그러나 이후 계약 체결이 계속 지연되면서 현지 상주 인력과 회사 모두 긴장 상태가 이어졌다.
해외 인프라 사업은 준비 과정 자체도 쉽지 않다. 케냐의 행정 절차는 전자입찰이 아닌 종이 서류 방식으로 진행된다. 입찰서류만 약 3천200페이지 분량이며 이를 여러 권으로 제작해 발주처에 직접 제출해야 한다. 서류 훼손이나 분실이 발생하면 입찰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직원들은 비행기에도 서류를 직접 들고 탑승했고 호텔에서도 교대로 방을 지키며 서류를 관리했다.
현지 조사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있었다. 도면과 실제 도로 환경이 맞지 않는 부분을 확인하기 위해 직원들이 약 10㎞에 이르는 도심 구간을 직접 걸어 다니며 확인해야 했다. 신호등 위치와 하수구, 도로 구조 등을 하나하나 확인해야 했고 교통 혼잡이 심해 오토바이나 차량에 치일 뻔한 아찔한 상황도 여러 차례 벌어졌다.
◆이종원 회장 전폭적 지지
이번 사업은 HS화성의 첫 아프리카 인프라 프로젝트다. 회사는 동아프리카 지역을 해외사업의 새로운 거점으로 보고 있다. 장 팀장은 "동아프리카는 최근 성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평가된다"며 "케냐를 시작으로 탄자니아와 르완다, 우간다 등에서 추가 인프라 사업을 발굴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건설사들이 중동과 동남아 시장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HS화성이 아프리카 시장을 선택한 것도 전략적 판단 때문이다. 그는 "동남아는 이미 경쟁이 매우 치열한 시장"이라며 "HS화성은 해외사업 경험이 아직 많지 않기 때문에 경쟁이 상대적으로 덜하고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직원들이 성과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종원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와 장기적 안목도 작용했다. 이 회장은 당장의 수익보다는 젊은 인재를 양성하고 경험을 쌓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직원들에게 거듭 강조했다. 회사가 그동안 쌓아올린 경험을 해외에서도 직접 실행하고 이를 통해 얻은 값진 경험을 젊은 인재들이 직접 습득하는 것이 회사의 장기 발전에 더욱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장 팀장은 "현재 해외사업은 당장 큰 수익을 내기보다 경험과 레퍼런스를 쌓는 단계"라며 "앞으로 해외 인프라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워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