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조두진] 이혜훈은 알고 있을까

입력 2026-01-08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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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맥거핀'(MacGuffin)은 영국 출신 영화감독 알프레드 히치콕이 대중화한 용어다. 영화나 문학(특히 소설)에서 쓰이는데, 관객이나 독자에게 긴장감을 불어넣고 상상을 자극하지만 정작 이야기의 핵심과는 무관한 요소다. 관객의 시선을 끌지만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와 직접 관련이 없는 것이다. 히치콕은 맥거핀을 '속임수 장치'라고 설명한 바 있다.

2013년 개봉한 영화 '신세계'는 '범죄 조직 회장 자리를 놓고 벌이는 싸움'이 겉 줄거리지만, 이 영화가 보여주려는 이야기는 비밀 요원으로 범죄 조직에 침투한 경찰 이자성(이정재 배우)이 내적으로 파멸(破滅)하는 과정이다. 나아가 범죄 조직을 잡기 위해 악랄한 짓을 서슴지 않는 경찰청 강 과장(최민식 배우)을 통해 "선과 악은 무엇인가"를 묻는다.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이혜훈의 인턴 직원에 대한 폭언과 보좌관을 향한 갑질 등에 대한 정치권과 언론의 관심은 본질은 뒷전이고 맥거핀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왜 비상계엄을 옹호했으며, 탄핵에 반대한 야당 인사를 지명했을까, 하는 문제 역시 본질은 아니다.

이런 질문은 시끄럽고 자극적이지만 정작 나라 살림을 운용하는 기획예산처 업무와는 거리가 멀다. 예산 운용·서로 다른 재정 철학에 관한 질문은 뒷전이고 이혜훈 개인의 상징성, 정치적 배신 같은 '소재'에 함몰(陷沒)된 셈이다.

대통령실은 통합과 실용을 내세웠지만 이혜훈이 청문회를 견디고 장관이 된들, 대통령의 '확장 재정'을 조정할 수 있을까? 이혜훈 장관에게 예산 편성 권한이 주어지기는 할까? 이혜훈 임명 자체가 이 대통령이 설정한 맥거핀일 수 있다. 결국은 대통령 뜻대로 확장 재정을 펼치면서도 우파 경제학자도 동의한 '합리적 예산 운용'이라는 명분을 챙길 수 있으니 말이다.

언론과 정치권, 국민은 자극적인 맥거핀에 몰두할 수 있지만, 적어도 당사자인 이혜훈 본인은 본인이 드라마의 실제 주제인지, 맥거핀인지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는 자신이 좌파식 예산 정책에 대한 비판을 희석(稀釋)하는 용도로 쓰이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있을까. 아니면 본인이 맥거핀으로 소모될 각오가 돼 있는 것일까? 그런 건 알 바 아니고, 그저 자리에 감읍(感泣)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