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부 위원회 수장이 '마두로 석방 시위' 참가

입력 2026-01-06 07:30:00 수정 2026-01-06 10:4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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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미군대사관 앞에서 트럼프 규탄 시위를 벌이고 있는 박석운 사회대개혁위원회 위원장. 유튜브 채널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미군대사관 앞에서 트럼프 규탄 시위를 벌이고 있는 박석운 사회대개혁위원회 위원장. 유튜브 채널 '트럼프위협저지공동행동'

'전문시위꾼'이자 국무총리실 산하 사회대개혁위원회(사대개위) 수장인 박석운 위원장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석방 시위에도 참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정책에 직접 관여하는 공식 기구 수장이 특정 외교 사안에 대해 정치적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5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주한미국대사관 맞은 편에선 마두로 대통령 석방을 촉구하는 '반미 시위'가 열렸다. 이날 집회는 김민석 국무총리 친형이 이끄는 촛불행동과 진보당, 전국민중행동, 한국YWCA, 자주통일평화연대 등 '트럼프위협저지공동행동' 267개 단체가 공동 주최했다.

이날 트럼프위협저지공동행동 공동대표를 맡은 박 위원장은 연단에 올라 "미국이 침략 전쟁을 하고 식민지화를 정당화하며 자원 강탈을 시도한다"며 "미국에 맞서야 한다. 미국이 다시는 이런 일을 꿈도 꾸지 못하게 힘을 모아 적극적인 반대 집단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오는 10일 광화문 대규모 반미 규탄 집회 개최를 예고하며 전국 각지에서 미국 규탄 행동에 동참할 것도 강조했다.

문제는 박 위원장이 3주 전 김 총리로부터 국무총리실 산하 자문기구인 사대개위 수장으로 임명된 인사라는 점이다. 사대개위는 대통령령에 근거해 설치된 국무총리 소속 자문기구로 사회·제도 개혁과 관련한 주요 정책 과제에 대해 정부에 자문하거나 정책을 제안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의결사항에 따라 공무원에게 이행계획 수립과 결과 보고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과 공무원 파견 요청권, 총리실을 통한 임기제 공무원 임용권을 갖고 있다.

지난해 12월 15일 국회박물관에서 사회대개혁위원회 출범을 축하하고 있는 박석운 위원장(오른쪽). 유튜브
지난해 12월 15일 국회박물관에서 사회대개혁위원회 출범을 축하하고 있는 박석운 위원장(오른쪽). 유튜브 '연합뉴스TV'

법조계에선 박 위원장의 이런 행위에 문제가 있다는 반응이 나왔다. 홍웅기 법무법인 선정 파트너 변호사는 "위원회 존립 목적은 갈등 조정과 공정한 운영이다. 특정 정파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거나 논란이 되는 정치적 시위에 앞장서는 행위는 행정기관위원회법이 정한 '공정한 운영'과 '원활한 이해 조정'이라는 기본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행정기관위원회법 취지는 위원회 업무와 관련해서는 공무원에 준하는 책임과 의무를 지운다는 것이다. 사대개위가 객관적인 심의와 의결 등을 진행한다면 공무원과 다름없는 엄격한 중립성을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사대개위는 자문기구이기 때문에 정치적 행위를 해도 위원회 활동에 저해되지 않는다"며 "문제가 되지 않는 사안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1980년대 중반부터 각종 사회운동에 참여해 온 전문 시위꾼으로 16년째 한국진보연대를 이끌고 있다. 진보연대는 한미동맹 폐지, 주한미군 철수, 국정원·기무사 해체, 정전협정 폐기, 이적단체 활동 보장 등 급진적 강령을 내세우는 NL(민족해방) 계열 시민단체다.

박 위원장은 살아있는 반정부 시위꾼이다. 그는 미선·효순 양 사건과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한미 FTA 반대, 광우병 촛불시위,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세월호 참사,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사드 배치 반대, 후쿠시마 오염수 반대, 전장연 시위, 트럼프 방한 반대 집회 등 거의 모든 반정부 시위 현장에 빠짐없이 등장하며 '좌파 운동권 내부 사무총장'으로도 불렸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대표 칠순 기념 영상. 유튜브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대표 칠순 기념 영상. 유튜브 '한국진보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