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농업·농촌에서 희망을 찾다] (2)스마트 기술로 농업을 다시 깨우다

입력 2026-01-26 09:5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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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수직재배하는 이기욱 청년농부, 성주참외 억대 매출 조상범 청년농부
기존 재배법 아닌 신기술에 도전..수익 증대에 노동력 절감 효과까지

경북 고령에서 딸기농사를 짓는 이기욱(27) 씨와 성주에서 참외농사를 짓는 조상범(35) 씨는 인생을 농업에 건 청년들이다. 둘 다 고향을 떠나있다 농업에서 비전을 발견하고 귀향을 단행했다. 이후 기존 재배법이 아닌 신기술을 적용하며 청년 특유의 도전정신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도 둘은 닮은꼴이다.

청년농부 이기욱 씨가 본인이 운영하는 딸기하우스에 서 있다.
청년농부 이기욱 씨가 본인이 운영하는 딸기하우스에 서 있다.

〈청년농부 이기욱〉

고향이 고령인 이기욱 씨는 학업 때문에 도시로 나갔다 취업까지 했지만 반복되는 업무 속에서 이상하게 '내가 직접 만들어내는 일'에 대한 갈증을 느끼게 됐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농업이라는 분야에 흥미를 갖게 됐다. 그렇다고 의욕만 갖고 무작정 뛰어들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자신이 가진 드론 기술로 농사 현장에서 직접 방제도 해보며 농업에 대해 다방면으로 알아가기 시작했다. 이런 숙고의 시간 끝에 2024년 귀향을 단행했고 현재는 3헥타르(ha) 정도 되는 시설 규모로 딸기와 블루베리 농사를 짓고 있다. 지난해에는 결혼도 했다. 그는 "저의 2년 전 결정은 고향으로 다시 돌아온다는 의미가 아니라, 새로운 직업이자 산업으로서 '농업'을 선택한 것"이라고 했다.

이기욱 씨는 성주참외과채류연구소가 개발한 딸기 수직재배 시스템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기존 평면 재배 보다 3배 많은 생산량을 기대할 수 있다. 경북농업기술원 제공
이기욱 씨는 성주참외과채류연구소가 개발한 딸기 수직재배 시스템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기존 평면 재배 보다 3배 많은 생산량을 기대할 수 있다. 경북농업기술원 제공

◆딸기 수직재배 '고수익' 기대

올해로 3년 차 농부인 이기욱 씨는 지난해 딸기농사에 새로운 농법을 도입했다. 경북농업기술원 성주참외과채류연구소가 개발한 수직재배 시스템이 그것이다.

딸기 수직재배 특허기술은 기존 고설베드(높이 90~120cm 재배틀) 위에 받침대를 설치한 후 특허 화분을 아파트 형태의 다단으로 설치한 것이다. 1단으로 재배하던 것을 3단 수직으로 재배하게 되니 기존보다 3배 가량 더 많은 딸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시설하우스 3동을 가동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다.

수직재배 시설을 위한 투자비도 하우스 3동을 설치하는데 따르는 비용(시공비와 자재비 등) 보다 17% 정도 저렴하다. 게다가 토지 구입비가 전혀 들지 않으니 투자비용은 이보다 훨씬 적다. 수직재배에 따른 투자비를 당해 연도부터 회수 가능하다는 점도 매력요인이다. 2년 차부터는 3배의 조수입(필요한 경비를 빼지 않은 수입)을 얻을 수 있다. 작업동선이 줄어 노동력 절감 효과가 크고 병해충 방제와 정밀 관리도 가능하다.

이기욱 씨 딸기하우스에서 한 가족이 딸기 따기 체험을 하고 있다. 이기욱 씨 제공
이기욱 씨 딸기하우스에서 한 가족이 딸기 따기 체험을 하고 있다. 이기욱 씨 제공

◆6차산업 등 농업 확장

이에 더해 이기욱 씨는 가공품(딸기잼) 생산, 체험 프로그램 등 6차산업 형태로도 농업을 확장하고 있다. 단순 생산에 그치지 않고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위한 차원이다.

판매를 위한 홍보활동에도 열심이다. 블로그와 SNS를 활용한 온라인 홍보, 직거래 판매 등을 통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그는 "청년농업인을 위한 다양한 지원 정책이 마련돼 있지만 현실적으로 가장 필요한 부분이 중·장기적인 컨설팅과 판로 지원 확대"라며 "단기적인 지원보다는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장치들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농사를 지으면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정성껏 키운 딸기와 블루베리를 소비자들이 맛있다고 이야기해줄 때다. 특히 체험을 통해 아이들이 농업을 즐겁게 경험하는 모습을 볼 때 농사가 생산의 가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 연결되는 일이라는 것을 실감한다.

◆쉴 새 없이 돌아가는 농사일지

그의 1년 농사는 9월 모종 정식을 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이후 작물이 안정적으로 활착할 수 있도록 온도와 습도 조절, 생육 관리 등에 집중한다. 12월부터는 본격적인 수확이 이뤄진다. 품질 관리와 선별 작업을 하고 수확한 농산물을 활용한 가공과 판매도 동시 진행한다. 이듬해 3월부터는 방문객들을 위한 농장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6월부터 9월까지는 다음 작기를 위한 모종 관리를 한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며 가온하우스를 활용한 농사는 연중 이어지고 있다.

어려운 점은 날씨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농사 특성상 예측이 어렵다는 점, 그리고 육체적인 부담이다. 단조롭고 문화·여가 측면이 부족한 농촌생활도 청년층에겐 힘든 부분 중 하나다. 그는 "이런 단점 보다는 농업을 통해 얻는 성취감이 더 크기 때문에 계속 도전하는 것"이라며 "예전(직장시절)에는 고정 월급이었지만 지금은 수확량과 판매방식에 따라 소득이 달라지니 그만큼 성장 가능성과 만족도가 크다"고 전했다.

◆청년에게 농촌은 기회의 땅

이기욱 씨는 농업과 농촌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본다. 농업은 아직도 많은 가능성을 가진 분야이기에 젊은세대의 시선과 도전이 더해진다면 충분히 매력적인 결과를 거둘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렇기에 농업은 그에게 단순 생계 수단의 의미 만은 아니다. 하나의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것이 최종 목표다. 이를 위해 앞으로 수직재배를 더욱 안정화시키고 체험형 농장과 가공품 사업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사계절 운영 가능한 농장을 만들어 하나의 브랜드로 소비자와 만나는 날을 꿈꾸고 있다.

그는 "현재 우리 농촌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동시에 스마트농업과 6차산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기회도 많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들이 농업에 더 많이 참여한다면 농촌의 모습도 획기적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귀농귀촌을 고려하는 청년들에게 조언도 건넸다. 농업은 작물의 생육부터 생산, 판매까지 스스로 결정하고 감당해야 하는 일인 만큼 절대 가볍게 접근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귀농 전 충분한 경험을 통해 농업의 현실을 직접 느껴보고, 자신의 삶의 방향과 맞는지도 신중하게 판단한 뒤 결정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청년농부 조상범 씨가 참외 선별을 하고 있다.
청년농부 조상범 씨가 참외 선별을 하고 있다.

〈청년농부 조상범〉

성주의 참외농부 조상범 씨는 영농 경력 11년 차다. 2019년 청년후계농 선정에 이어 2025년에는 우수후계농업경영인으로도 선정됐다. 현재 촌스러움영농조합법인의 대표이며 참외 농사 규모는 4ha(시설하우스 48동) 가량 된다.

조상범·이지은 부부가 농장에서 수확한 참외를 들고 서 있다. 둘은 2017년 결혼해 함께 귀향했다. 조상범 씨 제공
조상범·이지은 부부가 농장에서 수확한 참외를 들고 서 있다. 둘은 2017년 결혼해 함께 귀향했다. 조상범 씨 제공

◆참외 농사로 승부 걸다

경북대 농과대학을 나온 그는 졸업 후 농수산식품유통공사 인턴으로 사회 첫 발을 디뎠다. 학창시절부터 농업 이론보다 농촌 현장실습을 더 좋아했던 그는 이 곳에서 농산물 가격을 조사하거나 농가를 만나 농사 이야기를 듣는 것이 그렇게 재미있을 수 없었다.

얼마 있지 않아 농식품 회사인 CJ제일제당으로 자리를 옮겼고 월급을 차곡차곡 모아 농사지을 종자돈도 마련했다. 더군다나 2017년 당시에는 농업정책이 청년농업인에 대한 지원제도가 개선되던 참이라 그해 결혼한 아내와 함께 고향 성주군 용암면으로 고민 없이 향할 수 있었다.

처음엔 경종축산업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초기 투자비용이 높고 자금회전율이 낮아 첫 농창업을 하기에 진입장벽이 높았다. 대신 참외로 눈을 돌렸더니 품질과 소득 면에서 경쟁력이 있어 자신에게 적합한 품목이라는 판단이 섰다. 이런 믿음으로 참외 재배에 뛰어든 그는 짧은 기간 안에 억대 매출을 달성하는 성과도 거뒀다.

조상범 씨가 지난해 연말 자신의 참외 농장에 일부 도입한 양액 수직재배 시스템. 토양 없이 토양 대체제에 양액을 공급해 작물을 수직으로 재배하는 방식이다. 조상범 씨 제공
조상범 씨가 지난해 연말 자신의 참외 농장에 일부 도입한 양액 수직재배 시스템. 토양 없이 토양 대체제에 양액을 공급해 작물을 수직으로 재배하는 방식이다. 조상범 씨 제공

◆자연 퇴비+스마트 농기술

억대 매출은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다. 자연 농법, 스마트 농업기술 적용 등이 빚어낸 결과다. 우선 조상범 씨의 참외 농장에선 일절 기비용 살균제와 살충제,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다. 오로지 가축의 분뇨와 수피 만을 활용해 만든 퇴비를 쓴다. 또 현재 토경재배를 90% 이상 하고 있지만 최신 농업기술과 스마트팜 시설도 적극 활용, 작물 생산의 정밀화 및 효율화를 이뤘다. 내부 토양온도, 일사량, 내부온도, 습도, 기상청 데이터를 다년 간 축적해 주어진 환경 조건 내에서 최대한의 효율을 내는 재배방식을 작동하고 있다.

농산물 출하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관행적으로 착과를 하고 수확을 하는 것이 아니라, 10년 간의 참외 생산량 및 가격 그래프 분석을 통해 출하 시기와 작기 운영방식을 결정한다. 특히 지난해 연말부터는 2억5천만원을 투자해 전체 재배면적의 10%를 양액 수직재배로 바꿨다. 기존 참외 재배방식이 갖는 한계(토양 염류 집적과 포복형 재배로 인한 노동 강도 및 노동 환경)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양액 수직재배법은 토양 없이 대체 재료(피트모스 등)에 생육에 필요한 양분을 수용액으로 만들어 작물에 공급하는 양액재배와 서서 작업할 수 있는 수직재배법을 합친 것이다. 이를 통해 단위면적 생산량을 늘리고, 노동 강도를 낮추며, 시설 활용도를 높여 소득 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

그에게 농사는 재미있고 늘 내일이 설레는 일이다. 귀농을 생각하는 청년들을 향해서는 "도전하고 경험하라"면서도 "다만 자신이 농사일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인지는 잘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