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민 변호사(법무법인 MK 파트너스)
대장동 개발 비리 일당에 대한 항소 포기에 이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에서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핵심 피고인 3명에 대한 '선택적 항소 포기'는 검찰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한 치욕의 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1심 무죄 판결에 대해 거의 예외 없이 항소해 왔던 업무 관행과 어긋날 뿐만 아니라 1심과 항소심에서 연이어 무죄 판결을 받은 이재용 삼성 회장에 대해 대법원 상고를 강행했다가 무죄 확정으로 완패한 전례로 볼 때 어떠한 일관성이나 합리성도 찾아볼 수 없는 정치적 결정이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권을 폐지하고 기소권만 가진 공소청으로 만들었지만 수사권 못지않게 항소 여부를 포함한 검찰의 공소권 역시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하지 않는 한 얼마든지 왜곡되고 남용될 수 있음이 두 차례의 항소 포기 사태로 확인되었다. 불편부당 엄정 공평의 정신은 검찰의 존재 이유 그 자체이다. 그 때문에 독일에서 검찰은 이 세상에서 가장 '객관적인 관청'으로 불린다. 우리 형사소송법이 기소독점주의와 국가소추주의를 채택하면서 사적 보복이나 사인소추(私人訴追)를 허용하지 않는 것도 검찰이 범죄 피해자를 대신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국가형벌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제도적 신뢰에 기반하고 있다.
이러한 신뢰는 검찰의 독립과 검사 신분을 보장하는 제도적 토대가 중요하다. 대통령의 검사 인사권 등 종전에도 취약했던 제도가 징계 절차 없이도 검사장을 평검사로 강등할 수 있도록 만들고, 탄핵 절차 없이 검사를 파면해 5년간 변호사 개업도 할 수 없게 법률이 개정되면서 검찰의 독립성과 신분 보장은 완전히 무너졌다. 피격 사망한 서해 공무원 유족의 피맺힌 절규에도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것은 정치권력이 검찰의 공소권 행사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할 위험성이 더욱 커졌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형사사법정의 실현과 범죄 피해자의 권리 보호를 위해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를 전면 재검토하는 근본적 대수술이 필요한 시점이 된 것이다.
우리와 유사한 검찰제도를 갖고 있는 프랑스는 국가소추주의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범죄 피해자의 사인소추를 인정한다. 형사재판에서 범죄 피해자의 민사 배상까지 한꺼번에 해결한다는 것이 제도의 기본 취지이지만 피해자가 형사소송의 당사자로서 검사나 피고인과 마찬가지로 증인신문 등 모든 권한을 행사한다는 점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 검사가 1심 무죄 판결에 항소를 포기해도 사인소추 당사자인 피해자는 항소할 수 있다. 프랑스 형사법정에서는 피고인의 변호인과 사인소추 당사자의 변호인 사이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는데 이를 통해 실체적 진실 발견과 범죄 피해자 보호에 획기적으로 기여하는 제도로 기능하게 된다.
형사재판에서의 국민사법참여 강화도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 2009년 5월부터 '재판원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일본에 이어 대만도 2023년 1월부터 '국민법관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모두 프랑스의 참심제를 참고한 것이다. 일본과 대만은 직업 법관 3명과 재판원 또는 국민 법관으로 불리는 시민 배심원 6명으로 재판부를 구성한다. 시민 배심원은 유무죄 판단과 양형 결정에 모두 관여하고 그 결정은 구속적 효력을 갖는다. 살인, 상해치사 등에 대해 제한적으로 국민법관제도를 시행했던 대만은 2026년 1월부터 강도살인이나 마약범죄 등 법정형 10년 이상의 범죄로 그 대상을 확대한다.
우리의 국민참여재판은 '무늬만 배심제'이고 거의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배심원의 의견이 '구속적' 효력을 갖는 프랑스와 일본, 대만과 달리 '권고적' 효력밖에 없기 때문에 예상된 결과다. 검사의 기소독점주의를 폐지하고 참심제 도입을 본격적으로 검토할 때가 되었다. 참심제는 '법관에 의한 재판'을 규정하는 헌법에 위배되지도 않고 국민의 사법 신뢰를 높일 수 있다. 법원과 검찰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신뢰가 뒷받침될 때 의미가 있다. 국민들이 더 이상 법원과 검찰이 공정하고 객관적이지 않다고 느끼고 판사와 검사들이 법치주의 수호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면 그들이 독점해 왔던 사법제도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