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평화를 말하지만…패권 전쟁 악순환 2025

입력 2025-12-30 19:03:03 수정 2025-12-30 19:5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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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곳곳에서 갈등 지속
러-우 전쟁, 4년째 지속
가지지구, 집단학살 규정

29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회담을 마치고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회담을 마치고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올해도 전 세계 곳곳에서 분쟁이 이어졌다. 장기화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이란·하마스 전쟁 등이 겹쳐 국제 정세는 좀처럼 안정되지 못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개입해 중재에 나서고 있지만, 종전과 평화 안착으로 이어질지 불투명하다.

러시아는 휴전 협상에 응하는 듯하면서 동시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지속하고 있다. 이란과 친이란 세력의 비무장화를 추구하는 이스라엘은 미국과 전 세계의 중재를 무색하게 하며 추가 타격을 이어갈 의사를 보이고 있다. 협상테이블에서는 평화를 말하지만, 각국의 이해 관계가 얽히면서 평화가 실현되기 힘든 상황이다.

29일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지역에서 제65독립기계화여단 신병들이 군사 훈련을 받고 있다. EPA 연합뉴스
29일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지역에서 제65독립기계화여단 신병들이 군사 훈련을 받고 있다. EPA 연합뉴스

◆러-우 전쟁 장기 소모전

2025년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 11개월간 이어지고 있다. 2022년 2월 24일 발발해 6.25 전쟁의 3년 1개월을 훌쩍 넘어섰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와 BBC 등에 따르면 민간인은 약 1만4천명, 약 러시아 군인 15만명, 약 우크라이나 군인 8만7천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산된다.

양측은 올해 2월과 5월, 7월, 12월 등 올해만 4차례 종전 논의를 진행하면서 미국의 개입 등에 힘입어 20개 항의 휴전 협의안을 만드는 진전을 이뤘다.

휴전 협상의 핵심 쟁점은 러시아가 90% 점령한 우크라이나 돈바스(도네츠크, 루한스크), 75% 점령한 자포리자와 헤르손 등 전략적 요충지의 향방이다.

러시아는 이 지역에서 우크라이나의 철군을 우크라이나는 돈바스 지역을 비무장 자유경제구역으로 두길 원하고 있다. 이 외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외국군 주둔 등 안전보장,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의 운영 문제 등도 주요 쟁점이다.

28일 러시아 측 의견을 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불러 회담을 진행했지만,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관저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공격이 있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대화가 파행될 가능성도 보인다.

가자지구 급식소에서 배급을 기다리는 어린이들. AFP 연합뉴스
가자지구 급식소에서 배급을 기다리는 어린이들. AFP 연합뉴스

◆초토화된 가자지구
지난해부터 이어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가자지구 전쟁은 휴전 상태이지만 말 그대로 살얼음판이다. 가자지구는 이스라엘의 폭격과 지상 작전으로 대부분 초토화됐고, 사망자만 7만명이 넘은 것으로 추산된다. 가자지구 주민들은 고립 속에 질병과 굶주림으로 '집단학살'에 준하는 인도적 위기에 놓여 있다고 국제기구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입으로 10월 1차로 양측 수감자와 인질 교환이 이뤄진 후 하마스 무장해제와 이스라엘 철군, 과도기적 통치 등 2차 중재안 실행을 앞두고 있다. 다만 하마스가 정치국 수장 선출을 추진하는 등 재정비에 나서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나 하마스의 무장 해제를 압박하면서 대결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6월 이란 포르도 핵 시설에 미국 공군의 공습 이후 연기가 발생한 모습이 민간위성에 포착됐다. AP 연합뉴스
지난 6월 이란 포르도 핵 시설에 미국 공군의 공습 이후 연기가 발생한 모습이 민간위성에 포착됐다. AP 연합뉴스

◆미국의 이란 타격

지난 6월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과 군부 주요 인사에 대한 표적 공습에 나섰다. 이스라엘이 200대가 넘는 항공기, 드론, 미사일을 동원해 공격했지만 이란은 자국 군사시설을 보호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이란군 참모총장, 혁명수비대 총사령관, 핵 과학자까지 암살당했다. 미국은 이란 지하 핵시설에 B-2 폭격기로 벙커버스터를 투하했다. 이 공격으로 미국이 이스라엘 안보를 위해 직접 전쟁에 개입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그동안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무장은 견제했으나, 재래식 무기까지 직접 타격은 자제해 왔다. 그러나 이번 충돌로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무장 통제에 나선 데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와 헤즈볼라, 이란의 무력 재건을 차단하기 위해 추가 공격 가능성도 시사하고 있다. 이에 새로운 갈등이 촉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란의 무장에 이스라엘의 견제가 반복되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휴지 조각이 된 휴전 서명문'… 10월 2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지켜보는 가운데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가운데)와 아누틴 찬위라쿨 태국 총리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세안(ASEAN) 정상회의 부대 행사에서 가진 '휴전 협정 서명식'. AFP 연합뉴스

◆숙적의 충돌

태국과 캄보디아가 7월과 12월 무력 충돌을 벌였다. 두 차례 대결로 양국에서 최소 101명이 사망하고 50만명 이상이 피난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은 817km 국경선 가운데 경계가 확정되지 않은 프레아 비헤아르 사원 등 지점을 두고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충돌의 배경에 태국 내 정치적 갈등, 미-중 간 대립이 간접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미국은 태국을 안보 파트너로 여기고 합동 훈련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캄보디아의 메콩강댐 등 기반 시설에 투자하고 있다. 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로 한차례 휴전에 합의한 데 이어, 이달 다시 휴전에 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