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 하우스에 들어온 '뒤따르는 로봇'… 예천 농촌, 일손 대신 기술 들였다

입력 2025-12-30 15:5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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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자 추종 운반 로봇 시범 도입… 고령화·인력난 속 스마트농업 전환 실험

'스마트팜 작업자 추종 운반 로봇'이 작업자 뒤를 따라다니며 일손을 돕고 있는 모습. 예천군 제공
'스마트팜 작업자 추종 운반 로봇'
'스마트팜 작업자 추종 운반 로봇'

30일 오후 찾아간 경북 예천군 풍양면의 원네스 딸기 농가. 비닐하우스의 문을 열자 붉게 익은 딸기의 향과 신기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딸기 수확이 한창인 작업자 뒤로 소형 카트 형태의 은색 기계가 레일을 따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사람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작업자의 움직임을 인식하는 듯 사람이 서면 함께 서고 움직이면 금세 뒤를 따르는 모습이었다.

농장주 정해보(60) 씨는 "사람을 따라 움직이며 수확 상자를 싣고 나르는 '작업자 추종 운반 로봇'"이라며 "사람이 딸기를 따면 뒤에 따라오는 기계 위 바구니에 딸기를 담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예천군이 농촌 고령화와 만성적인 인력난 해소를 위해 풍양면 위치한 '원네스 딸기' 농가를 대상으로 총 5천만원을 투입한 '스마트팜 작업자 추종 운반 로봇'을 시범 도입했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이 개발한 기술을 국내 기업이 이전받아 상용화한 장비로, 최대 300㎏까지 적재가 가능하다. 작업자가 이동하면 센서가 이를 인식해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따라가고, 멈추면 자동으로 정지하는 방식이다.

단순해 보이는 장비이지만 현장에서는 체감 효과가 분명해 보였다. 작업자가 힘들게 상자를 들고 오가던 동선이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이다. 사람이 직접 작은 딸기 바구니를 들고 다니며 수확을 하다 일정량이 차면 큰 상자에 옮겨 담아야 했던 일이 줄어든 셈이다.

농가 반응도 즉각적이다. 딸기 수확에 참여한 한 농민은 "반복적인 중량물 운반이 줄어들면서 작업 속도도 빨라졌다"며 "지금은 로봇이 알아서 따라오고 무겁게 딸기 상자를 들고 있을 일이 없어서 허리 부담도 확 줄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를 도입하기 위한 한계도 분명하다. 이 로봇은 콘크리트 바닥의 연동형 하우스에서만 운용할 수 있다. 통로 폭 3m 이상을 확보해야 하며, 베드 사이 레일 설치, 시멘트 바닥의 평탄 코팅 등 일정 수준의 시설 조건이 필요해서다. 일반 농가에 곧바로 확대 적용하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따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예천군은 이번 시범사업과 함께 스마트농업 기술이 농촌 현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가능성을 점검하고, 단계적인 확산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손석원 예천군농업기술센터소장은 "시범 운영 과정에서 농가 의견을 면밀히 분석해 시설 여건과 경제성을 함께 고려한 보급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현장에서 실제 노동력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술 보완과 실증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