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미 검사장, 부당 인사 정면 대응…"침묵 대신 책임을 택했다"

입력 2025-12-26 15: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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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검사장, 고검검사로 사실상 강등…법원에 인사취소 가처분 내
정 검사장 "개인 의견 표명 이유로 한 인사는 민주주의 원칙 반해"
검찰 내부 "정 검사장 용기, 많은 검사들이 공감 응원해" 호응

대검검사급(검사장) 보직에 있던 정유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고검검사급(차장·부장검사) 보직인 대전고검 검사로 강등 발령난 것과 관련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인사명령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 도착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검검사급(검사장) 보직에 있던 정유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고검검사급(차장·부장검사) 보직인 대전고검 검사로 강등 발령난 것과 관련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인사명령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 도착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실상 '강등 인사'를 당한 정유미 검사장(사법연수원 30회)이 법원에 부당한 인사라며 가처분 신청을 내고 법무부와 싸우는 모습에 검찰 내부에서는 "침묵 대신 책임을 택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조직 논리 앞에 침묵하는 대신, 스스로를 불이익의 한가운데로 밀어 넣으며 문제를 제기한 검사는 그동안 검찰 역사상 찾아보기 드물기 때문이다.

정 검사장은 창원지검장 재직 당시 명태균 사건을 수사한 인물이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전보됐다. 검사장급 인사로서는 사실상 좌천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이후 검찰이 대장동 사건 항소를 포기하자 내부 반발이 거세게 일었고, 정 검사장은 내부 통신망에 '검찰의 치욕'이라는 표현을 쓰며 검찰총장 직무대행의 사퇴까지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조직 내부에서는 보기 드문 직설적 발언이었다.

법무부는 '목소리를 낸 검사장들의 평검사 전보'라는 강경 카드로 압박했다. 그러나 반발이 확산되자 이를 철회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몇 주 뒤 상황은 정반대로 전개됐다. 예고도 없던 인사가 단행됐고 현직 지검장 3명은 법무연수원으로, 정 검사장은 대전고검 검사로 발령됐다. 검찰 안팎에선 '표적성 인사', '사실상 강등'이라는 평가가 잇따랐다.

정 검사장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해당 인사가 위법하고 부당하다며 법원에 인사명령 처분 취소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지난 22일 직접 법정에 출석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대리인 없이 홀로 법정에 선 그의 모습은 방청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정 검사장은 심문기일에서 "개인의 의견 표명을 이유로 한 인사는 민주주의 원칙에 반한다"며 "역사적으로도 전례 없는 이례적인 인사"라고 지적했다. 또 "25년간 검찰에서 묵묵히 일만 해왔는데, 이번 인사로 명예에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었다"고 토로했다.

법무부 측은 인사권자의 재량을 강조하며 "강등은 아니다"라고 맞섰다. 그러나 재판부 역시 쟁점이 단순하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검검사급을 고검검사로 발령하는 것이 실질적인 강등인지 여부, 그 절차와 근거가 적법한지에 대한 판단이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 검사들은 공개적으로 말하지 못하지만, 정 검사장의 문제 제기에 공감하고 있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검사장급 A간부는 "그동안 선배 검사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 정권 사람'이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지고 '사직'으로 마지막 저항의 모습을 보이며 검찰을 떠나는 게 전부였는데 정유미 검사장은 다르다"며 "정 검사장이 불합리한 인사에 맞서는 모습에 대해 많은 검사들이 공감하고 응원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