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벤처투자, 한양증권 리포트에 4거래일간 주가 2배 용솟음
하나증권 "진짜 수혜주는 미래에셋증권" 분석에 하한가로
애매한 리포트로 투자자 호도 … "막연한 기대감보단 실질 수혜 여부 따져야"
"내일도 떨어지는 거 아닐까, 오늘 잠 다 잤네요. 애초에 투자금액이 40억원인 줄 알았다면 이렇게 오른 종목에 올라타지도 않았죠. 언제는 최대 수혜주라고 해놓고, 또 이젠 아니라고 하네요."
최근 주가가 급등했던 미래에셋벤처투자 개인투자자들이 멘붕에 빠졌습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 최대 수혜주라는 평가 속에 투자했는데, 알고보니 진짜 수혜주는 다른 데 있다는 시장의 재평가 속에 주가가 급락했기 때문입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3일 미래에셋벤처투자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9.95% 하락하며 하한가를 기록했습니다. 전일 국내 증시에서 하한가를 맞은 3개 종목 중 거래량(1769만주)이 가장 많았고, 전체 상장 종목 중 12번째로 거래량이 많았습니다.
4거래일 만에 주가가 2배 이상 오르며 시장의 관심을 한몸에 받아왔던 만큼 갑작스런 하한가에 투자자들은 당혹감을 드러내고 있는데요. 통상적을 주가가 많이 오른 상태거나 하락이 막 시작되는 초입에서 거래량이 터진 하한가는 가장 위험한 신호로 해석되는 만큼 투자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날 오전 9시57분 현재 미래에셋벤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0.23% 급락 중입니다.
최근 급등한 것 같아 보이지만 시계열을 넓혀 보면 미래에셋벤처투자의 주가는 하반기 들어 꾸준히 올랐습니다. 지난 8월27일 기준 5920원이던 주가는 지난달 9000원대를 돌파, 이달 들어 1만원대에 진입했는데요.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세미파이브의 연내 상장을 앞두고 미래에셋벤처투자의 성공적인 엑시트(투자금 회수)가 기대된다는 내용이 시장에 알음알음 알려진 터였습니다.
본격적으로 시장의 관심을 한몸에 받은 건 지난주부터입니다. 스페이스X가 내년 하반기 IPO를 추진한다는 소식과 맞물려 이준석 한양증권 연구원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 수혜와 스페이스X 투자 성과 가시화'라는 제하의 리포트가 공개되면서죠. 보고서가 작성된 지난 17일부터 미래에셋벤처투자의 주가는 그야말로 용솟음쳤습니다. 단 4거래일 만에 주가가 113.6% 급등, 22일 기준 2만2000원을 넘어섰습니다.
보고서에서 이준석 연구원은 "향후 5년간 150조원 이상이 투입될 국민성장펀드는 벤처·기술기업의 스케일업을 핵심 목표로 설정하고 있어 코스닥은 단기 수급 시장이 아닌 정책 산업의 회수 플랫폼으로 재정의되고 있다"며 "검증된 트랙레코드를 보유한 동사는 본 정책의 구조적 수혜가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판단한다"고 미래에셋벤처투자에 주목했는데요.
그러면서 "특히 스페이스X는 독보적인 지위를 확보한 민간 우주 발사체 기업으로, 미래에셋그룹이 직접 투자한 핵심 글로벌 포트폴리오인 만큼 동사에 수혜가 기대된다"고 부연했습니다.
이에 시장에선 스페이스X 상장 국내 수혜주는 미래에셋벤처투자라는 평가가 쏟아졌고, 주요 언론들도 이같은 타이틀로 기사를 뽑아냈습니다. 상승세에 올라탄 투자자들도 흥분 상태에 빠지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5거래일 만에 분위기가 반전된 계기도 공교롭게 증권사의 리포트였습니다.
지난 23일 고연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스페이스X 상장 시 최대 수혜주는 미래에셋벤처투자가 아닌 미래에셋증권'이라는 직접적인 표현을 담은 리포트를 발간했는데요.
이 리포트가 나오자마자 '같은 미래에셋' 식구인 두 회사의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렸습니다. 미래에셋벤처투자의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동안 모회사인 미래에셋증권 우선주의 주가는 상한가를 치며 진짜 수혜주로서의 위용을 과시했습니다.
미래에셋벤처투자는 1999년 설립 이후 20년 이상 벤처투자와 사모투자를 영위해온 국내 대표 벤처캐피탈 기업입니다. 이름에서도 느껴지듯 미래에셋그룹과 깊은 연관성을 갖고 있습니다. 미래에셋그룹 내의 모험자본을 책임지는 계열사인데요. 전문가의 수혜주 해석 속에 투자자들 입장에서도 당연히 이름표에도 '벤처투자'가 들어간 미래에셋벤처투자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던 것이죠.
왜 이런 반전이 일어난 걸까요? 이름표를 떼고 실제 투자금을 들여다보면 답은 명확합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미래에셋그룹이 스페이스X에 투자한 총금액은 약 4000억원(2억7800만달러)에 달합니다. 이 거대한 투자금의 주머니를 열어 보면 미래에셋글로벌스페이스투자조합1호의 증권 지분이 89.57%일 정도로 미래에셋증권이 투자를 거의 주도했는데요. 반면 이번 테마의 핵심으로 지목됐던 미래에셋벤처투자의 실제 출자금은 40억원 안팎에 그칩니다.
고연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실제 투자 구조와 규모를 감안할 때 스페이스X 투자에 따른 실질적 수혜는 미래에셋벤처투자가 아닌 미래에셋증권에 집중될 것으로 판단한다"며 "스페이스X 기업 가치 상승에 따른 평가 이익은 미래에셋증권 실적에 주로 반영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물론 미래에셋증권이 미래에셋벤처투자의 지분 56%를 보유한 모회사이기에 벤처투자가 잘되면 증권도 좋은 구조인 건 맞습니다. 하지만 이번 건은 다릅니다. 증권이 벤처투자를 통하지 않고 직접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잭팟을 터뜨린 상황이라 굳이 지분법 이익을 기다릴 필요 없습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한양증권 보고서가 투자자들 입장에선 호도될 법한 내용으로 시장의 혼란이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이번 사태는 테마주 열풍 속에서 회사 이름이나 막연한 기대감이 아닌 실질적인 수혜 여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교훈을 남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