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상승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국내 경제 전반에서 복합적인 경고 신호가 동시에 감지되고 있다. 자본은 해외로 이동하고, 자영업 부문에서는 고령층 중심의 대출이 급증하고 있으며, 주택시장은 수도권으로 쏠리며 불균형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 "국내 주식 팔고 해외 주식 산다"
개인투자자 자금 흐름은 이미 뚜렷한 변곡점을 지났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7~10월 한국과 미국 증시가 모두 상승한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을 23조원 순매도한 반면, 해외 주식은 103억달러(약 15조2천800억원) 순매입했다.
한은은 "과거에는 개인투자자들의 국내주식과 해외주식 투자가 동시에 증가하는 보완 관계였으나 2020년 이후로 한쪽이 늘면 다른쪽이 감소하는 대체 관계로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해외 주식이 늘어나는 주된 원인 중 하나는 '장기 수익률'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국내 코스피의 장기(10년 이동 기하평균) 수익률은 2020년 이후 –0.7~5.6%로 미국 S&P500(7.7~13.1%)의 절반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국내 증시가 상대적으로 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시기에도 이 같은 흐름은 강화됐다. 올해 9~10월 코스피 수익률은 28.9%로 S&P500(+5.9%)을 크게 웃돌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을 차익 실현 대상으로 삼고 해외 주식을 추격 매수했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은 "투자자들의 기대가 국내 증시는 낮게, 미국 증시는 높게 고정됐다"며 "단기 수익률이 상승하면 국내 주식을 매도하고 해외 주식을 매수하는 패턴이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또 "최근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익 기대가 해외 주식 선호를 더욱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 고령 자영업자 대출 390조원 육박
자영업 부문에서는 고령층을 중심으로 한 대출 확대가 구조적 위험으로 부상하고 있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60대 이상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389조6천억원으로, 2021년 말 대비 124조3천억원 늘었다. 전체 자영업자 대출 증가분(163조원)의 대부분이 고령층에 집중됐다.
고령 자영업자의 특징은 부동산업 대출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이들의 부동산업 대출 비중은 38.1%로 다른 연령대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체율은 1.63%로 전체 평균(1.76%)보다 낮지만, 취약 차주 비중은 15.2%로 오히려 가장 높았다.
한은 관계자는 "고령 자영업자는 부동산 경기 변화에 상대적으로 취약하고, 취약 차주 비중이 높아 향후 충격 발생 시 상호금융·저축은행 등 비은행권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수도권 집값 상승·비수도권 하락
주택시장에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가 위험 수위로 벌어지고 있다. 이날 한은이 발표한 '최근 주택시장 특징과 금융시스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 서울 아파트 시가총액이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3.3%로, 과거 고점(2020년 8월 43.2%)을 넘어섰다. 서울 아파트 시가총액은 서울 지역총생산(GRDP)의 7.1배에 달한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이 금융 불균형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서울 주택시장 위험지수는 3분기 0.90으로, 통계 작성 이후 최고 수준이다.
장용성 금융통화위원도 23일 "주가가 급등락하고 원화가 상대적 약세를 지속하는 등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크고 취약부문의 신용 위험이 여전히 높은 가운데 서울 등 수도권의 주택가격이 정부 대책 이후에도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금융 불균형이 누증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또 비수도권 주택가격 하락은 비수도권 금융기관의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짚었다. 집값 상승과 하락이 각각 다른 방향에서 금융 시스템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월세 비중 확대 역시 양면성을 지닌다. 임대차 거래 중 월세 비중은 9월 60.3%, 10월 60.2%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한은은 "월세 비중 확대는 갭 투자 억제와 주택시장 변동성 완화 측면에서 금융안정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취약계층의 주거비 부담을 높여 재무 건전성에는 부정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