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탈팡'과 진짜 탈팡 [가스인라이팅]

입력 2025-12-23 05:12:31 수정 2025-12-23 05:4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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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과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연합뉴스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과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연합뉴스

진보 진영에서 요즘 쿠팡 탈퇴를 뜻하는 '탈팡' 인증이 인기다. 정계에선 노종면 조국 탁현민 최민희가, 연예계에선 문성근 김의성이 최근 탈팡을 인증했다. 웃기는 일이다. 사실상 쿠팡 부모 역할을 자처해 온 진보 진영이 쿠팡 죽이는 척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사실 탈팡은 굉장히 쉽다. 쿠팡이 없던 시절로 돌아가면 된다. 쿠팡이 없던 시절이란 이른바 '마트 규제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011년 12월 이전을 말한다. 이때 마트 강제 휴업과 24시간 영업 정지가 담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개정안은 민주당 소속이었던 국회 지식경제위원회(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이 제18대 국회 여러 의원의 마트 규제법을 한 데 묶은 법안이었다.

물론 민주당은 억울할 수도 있다. 당시 지경위원장이 김영환 충북지사인데 지금 그가 국민의힘 소속이어서다. 억울할 것 없다. 제18대 국회에서 발의된 마트 규제법 가운데 최초로 영업시간 제한을 담은 법안이 민주당 전신 통합민주당 소속 이시종 의원의 2008년 6월 대표발의안이었으니까.

마트 규제법 도입 직전 업계 1위였던 이마트 점포 139곳 가운데 10곳이 24시간 영업을 했다. 업계 2위였던 홈플러스는 매장 125곳 가운데 70곳이 24시간 마트였다. 규제 시행 이후 오후 12시면 마트는 문을 닫았고 주말에도 마트 문은 닫히기 시작했다. 쿠팡에겐 '로켓배송'을 도입할 적기였다. 2014년 쿠팡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로켓배송을 출시했다.

그래도 사람들은 시간을 쪼개 마트엘 갔다. 이때 쿠팡의 백기사로 등장한 게 바로 문재인 정부였다. 문 정부는 코로나19 때 오후 9시 영업 제한을 걸었고 밤 12시까지 열려있던 마트 문은 자연스레 9시에 닫혔다. 영업시간이 축소되면 사람이 더 붐빌 수밖에 없는데 그런 과학적 사고는 문 정부에겐 사치였다. 출시 이후 손실만 보던 쿠팡이 창사 이래 처음 흑자를 보게 된 건 코로나19가 끝나가던 순간이었다.

배우 조진웅 사태를 기점으로 진보 진영의 이상한 행동 앞에 '민주'를 붙이는 조롱이 주요 커뮤니티에서 유행하고 있다. 조진웅의 소년범 시절 강도 강간 이력을 보고도 진보 진영이 옹호를 이어가자 '민주 강간'이었냐는 비아냥에서 시작된 조롱이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진보 진영의 탈팡 인증은 '민주 탈팡'이라 불릴만 하다. 진짜 탈팡은 마트 규제법 폐지부터 시작해야 하니까.

김혜지 국민의힘 서울특별시의원

김혜지 국민의힘 서울시의원
김혜지 국민의힘 서울시의원

* 가스인라이팅(Gas Enlighting)은 매일신문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칼럼 공간입니다. '가스라이팅'은 1930년대 가스등을 사용하던 시절 파생된 용어입니다. 가스등을 조금씩 어둡게 해 누군가를 통제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가스인라이팅'은 그 반대로 등불을 더 밝게 비춰주자는 뜻입니다.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자주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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