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5년 새 30% 상승…매출원가율 90% 안팎
환율 1,480원대 고착화 조짐…자재·장비 전반 원가 압박
"공사비 현실화 없으면 산업 리스크로 확산"
고환율과 원자재 가격 상승이 장기화되면서 건설사들의 수익성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고, 이로 인한 경영 압박이 건설현장의 품질과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사비 상승을 감내하며 공사를 이어가는 구조가 한계에 다다르면서 비용 문제가 산업 전반의 리스크로 번지는 양상이다.
22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건설공사비 지수는 2020년을 100으로 봤을 때 지난해 130.8로 올랐고, 올해 10월에는 131.74로 131대 중반까지 상승했다. 5년 새 약 30% 뛴 수치다. 여기에 환율 부담이 더해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이달 중순 1,470~1,480원대를 오르내리며 고착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건설 자재의 원가 부담이 동시에 커지는 구조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무연탄과 철스크랩 수입 가격이 오르면서 시멘트와 철근 원가가 동시에 압박받고 있다. 고환율이 장기화되면 시멘트, 철근뿐 아니라 특수 장비와 마감재까지 원가가 오를 수 있다"며 "이 같은 환율 수준이 이어지면 공사비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시멘트업계도 "유연탄 수입단가는 오르는데 수요는 줄어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업계 전반이 버티기 힘든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수익성 악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현대건설의 매출원가율은 약 94%에 달했다. GS건설은 89.7%, 대우건설 89.4%, DL이앤씨 87.7% 수준이다. 지역 대표 건설사인 HS화성도 83% 선이다. 매출원가율은 매출액 대비 공사비 비중을 뜻하며, 통상 업계에서 적정 수준은 80% 이하로 본다.
현장의 체감은 더 심각하다. 한 하도급 업체 대표는 "자재비와 인건비는 계속 오르는데 공사비는 고정된 상태라 원가 관리가 불가능하다"며 "공정을 줄이거나 인력을 최소화하라는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구조가 반복되면 품질 관리와 안전 확보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업계는 공사비 현실화를 더 미룰 수 없다고 지적한다. 한승구 대한건설협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공사비 부족은 부적합 자재 사용과 인력 축소로 이어지고, 결국 품질 저하와 안전사고 위험을 키운다"며 "현실을 반영한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공사비 상승을 단순한 비용 문제가 아닌 산업 안전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고환율의 직접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누적된 비용 압력은 결국 분양가와 공급에 반영된다"고 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도 "외부 변수로 공사비가 오르면 정부의 주택 공급 대책 자체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같은 상황에서 업계는 모듈러 공법 등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대안에 주목하고 있다. 현장 작업을 줄이고 공정을 표준화해 비용과 기간을 동시에 관리하겠다는 전략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기존 방식만으로는 수익성과 안전을 동시에 지키기 어려운 국면"이라며 "생산성 혁신 없이는 버티기 힘들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