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사되도록 방치된 아내, 280km 거리에 버려진 엄마…판사도 "착잡하다"는 '이 사건' [금주의 사건사고]

입력 2025-12-20 09:00:00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가족끼리"도 옛말…각종 가족 간 범행 정리

클립아트코리아
클립아트코리아

[편집자주] "가족끼리 왜 이래"라는 말도 옛말이 된 지 오래. 이젠 가족을 대상으로도 눈살을 찌푸릴 만큼 잔혹한 범죄가 심심찮게 벌어지는 시대가 됐다. 이번 주에 보도된 형사사건 중 가족 간 벌어진 각종 범행을 모아 정리해봤다.

◆정신장애 앓는 엄마, 광주→부산 택시에 버린 친딸…'집행유예'

광주지법 형사4단독(부장판사 김태균)은 지난 15일 정신 장애를 앓는 노모를 타지에 버린 혐의(존속유기 등)로 기소된 40대 여성 A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 및 사회봉사 120시간, 가정폭력 치료강의 40시간 수강 등을 명령했다.

A씨는 정신 장애가 있는 60대 모친을 광주에서 택시에 혼자 태워 부산까지 보내고, 그대로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부산 도심에 홀로 버려진 모친은 다행히 복지 당국에 발견돼 구조됐다.

모친와 한 집에서 살던 A씨는 부양이 벅차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범행의 패륜성을 보면 죄책이 무겁지만, (A씨가) 일정 기간 피해자의 보호를 위해 어느 정도 노력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근거를 밝혔다.

◆"어제 어머니 뺨을 10번" 80대 母 숨져…50대 子, 지속 학대 정황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지난 14일 50대 남성 A씨를 노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현행범 체포한 데 이어, 지난 15일 존속폭행치사 혐의를 추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지난 14일 오전 용인시 처인구의 자택에서 "어머니가 이상하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80대 노모 B씨가 방에서 숨진 것을 발견하고, A씨를 현행범 체포했다.

A씨는 B씨가 숨지기 전날 폭행한 사실을 인정했다. 당초에는 A씨가 B씨의 뺨을 세 대가량 때린 것으로 알려졌는데, 경찰 확인 결과 이날 A씨는 10여 차례에 걸쳐 B씨의 뺨 등을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집 내부에 설치된 카메라(홈캠)의 녹화본을 통해 지난 한 달간 A씨가 B씨의 뺨을 때리고, 머리채를 잡아당기는 등 지속적으로 학대한 정황 역시 확인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지난 2015년부터 치매가 든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다"고 진술했다. 홀로 B씨를 돌본 A씨는 B씨가 약이나 밥을 잘 먹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그를 폭행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아내 상처·감염 방치' 軍 부사관, '중유기치사→살인' 혐의 바꿔 기소돼

JTBC
JTBC '사건반장' 방송화면 캡처

경기 파주시에서 근무하던 한 육군 부사관 A씨의 아내가 심각한 상처·욕창 등을 장기간 방치 당해 사망한 사건이 알려진 가운데, 군 검찰은 지난 15일 A씨를 중유기치사 대신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앞서 육군 수사단은 A씨에 대해 중유기치사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한 바 있다. 형법상 중유기치사죄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으나, 살인죄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해 처벌이 한층 무겁다.

군 검찰 관계자는 혐의 변경과 관련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가 성립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서 사람을 죽게 한 경우'를 살인죄를 적용해 처벌하는 법 개념이다.

앞서 경기 일산서부경찰서는 지난달 17일 오전 파주시 광탄면에서 "아내의 의식이 혼미하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구급대가 도착 당시 30대 여성 B씨는 온몸에 배변이 묻은 것은 물론, 엉덩이와 겨드랑이·등 부위에서 욕창과 감염이 깊게 진행돼 피부 괴사까지 발생한 상태였다. B씨는 병원 이송 도중 한 차례 심정지가 왔고, 결국 다음날 숨졌다.

조사 결과 A씨는 B씨가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거동이 불편해진 지난 8월 이후로 별다른 의료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약 3개월간 욕창이 악화되는 과정에서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은 셈이다.

유족들은 "B씨 몸에 방치된 상처에서 기어가는 구더기가 발견됐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반면 A씨는 "아내가 탈취제와 인센스 스틱을 머리가 아플 정도로 피워서 썩는 냄새를 맡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편 중요 부위 잘라 살해하려"…의부증 아내, 징역 15년 구형

검찰은 인천지법 형사13부(김기풍 부장판사) 심리로 17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살인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50대 여성 A씨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또한 검찰은 A씨에게 보호관찰 5년과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10년을 함께 명령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A씨 범행에 가담한 사위 B씨에게 징역 7년과 전자발찌 10년을, 딸 C씨에게는 벌금 300만원을 구형했다.

A씨는 지난 8월 1일 오전 1시쯤 인천시 강화군의 한 카페에서 흉기로 50대 남편 D씨의 얼굴과 팔 등을 여러 차례 찌르고, 신체 중요 부위를 잘라 살해하려 한 혐의로 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당시 D씨를 테이프로 결박하는 등 A씨의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C씨는 이들과 흥신소를 통해 D씨의 위치를 추적하는 등 일부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파악됐다.

D씨는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았다. D씨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A씨가 의부증 증상을 보이며 남편에게 과도하게 집착하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A씨 역시 재판 중 "남편의 외도 때문에 그랬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검찰은 "A씨가 남편을 흉기로 50차례나 찌른 데다, 주요 신체 부위를 잘랐다"며 "범행 후 현장을 이탈하며 차 열쇠 등을 가져가 구호 조치가 이뤄지지 못하게 했다"고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아울러 "피고인은 '자기 행동을 반성한다'면서도, 피해자 행동으로 인해 범행이 이뤄졌다는 취지로 답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A씨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피고인은 살인미수 범행 외에는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며 "살인미수와 관련해선 '살해할 생각이 없었다'며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계속 주장하고 있어 이 부분은 무죄 선고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판사도 "착잡해"…수십년 가정폭력 남편 살해한 아내, 징역 4년

클립아트코리아
클립아트코리아

결혼생활 중 수십년간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남편이 술에 취한 틈을 타 목 졸라 살해한 아내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사건을 다루는 판사도 "착잡하다"는 소감과 함께 이례적으로 양형기준보다 낮은 형량을 내렸다.

전주지법 형사11부(김상곤 부장판사)는 17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50대 여성 A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대법원 양형기준(징역 5년)보다 1년 적은 형량으로, 각종 감경요소가 최대한으로 적용된 결과다.

A씨는 지난 8월 6일 오후 11시 10분쯤 전주시 덕진구의 자택에서 전선으로 60대 남편의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만취한 상태로 잠들었던 남편은 A씨의 공격에 저항하지 못하고 숨졌다. 범행 이후 A씨는 "남편을 죽였다"며 경찰에 자수했다.

A씨는 이어진 경찰 조사에서 "남편이 평소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다. 최근 일주일간 술을 마시고 행패를 부려 충동적으로 그랬다"고 진술했다.

반면 재판부는 "피고인은 '남편을 죽일 의도까지는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살인죄의 고의는 처음부터 죽일 목적이 아니어도 자신의 행위로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미필적으로나마 예견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성립한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판결에 앞서 김 부장판사는 "재판부는 이번 사건이나 다른 유사한 가정폭력 사건을 보면서 매우 착잡한 심경을 금할 수 없다"고 힘겹게 말문을 열었다.

이어 "피고인이 그때 다른 방법을 고려해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에 아쉬운 마음이 든다. 요즘은 가정폭력을 신고하면 수사기관이 신속하게 대응하고 그 정도가 심하면 강제 치료까지 할 수 있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김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가정폭력을) 참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결국 남편도 졸지에 사망하고 본인은 살인범으로 여기에서 재판받고 있다"며 "이 모습을 보는 자녀들, 피해자인 남편의 가족들 그 누구에게도 원하지 않는 결과"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재판부는 이날 A씨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범행에 이른 경위를 참작해 최대한 선처했다. A씨가 수십년간의 결혼생활 동안 알코올 중독에 빠진 남편으로부터 모진 가정폭력을 당한 점을 충분히 고려한다는 의미였다.

사건 이후 A씨의 자녀는 물론, 숨진 남편의 여동생까지 나서 "힘들게 살아온 피고인을 최대한 선처해달라"고 탄원한 점도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

김 부장판사는 "대법원 양형기준을 보면 이런 사건(살인)에 대해서는 최소 5년 이상의 형을 선고하게 돼 있다"며 "아무리 선처하더라도 이 정도의 형은 정해야 한다. 고심 끝에 선고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