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안내·안전 조치 없이 총기 사용 관행화
법 규정에도 주민 고지·감독 체계는 사실상 부재
대구 동구청이 민가 인근 유해야생동물 포획 과정에서 총기 사용을 사실상 방치해 왔다는 지적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 총기 발포로 주민들이 불안을 호소한 사건 이후에도 제도 개선이나 관리 강화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지자체의 책임 회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동구청 소속 유해야생동물 대행포획단은 지난해 11월 2일 새벽, 대구 동구 공산동 일대에 출몰한 멧돼지를 포획하는 과정에서 민가 인근에서 총기를 사용했다. 당시 예고 없이 울린 총성에 주민들은 놀라 넘어지거나 극심한 공포를 겪었다고 호소했다.
현행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르면 지자체 소속 포획단은 인가나 축사로부터 100m 이내에서 총기 사용이 제한되며, 불가피한 경우에도 주민 대피 등 안전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
하지만 동구청은 지금까지 포획 과정에서 총기 사용 여부를 주민에게 사전에 안내한 사례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포획단원들 역시 대략적인 활동 시간대만 구청에 알리고 현장에 나서, 총기 사용에 관한 구청 차원의 관리·감독이 사실상 부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건 이후 별다른 행정 조치나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당시 총기를 사용한 포획단원은 올해도 동구청 대행포획단에 선발됐다. 이 과정에서 해당 단원과 주민 간 민사소송까지 이어지며, 갈등의 책임이 개인 간 분쟁으로 전가되고 있다.
한 주민은 "구청이 총기 사용에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사전 고지를 했다면 이런 혼란은 없었을 것"이라며 "사고 이후에도 아무런 경고나 제재가 없었던 점이 더 불안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민 안전과 질병 방역을 이유로 민가 인근 총기 포획 관행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영석 대구대 생물교육과 교수는 "주민 요청이 없는데도 민가 주변에서 총기를 사용해 온 관행은 분명한 안전 문제"라며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은 혈액을 매개로 전파되는 만큼 총기보다는 덫을 활용한 포획이 방역 측면에서도 더 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관해 동구청은 "당시 발포 지점은 민가로부터 약 150m 떨어져 있어 법적 제한을 위반하지는 않았다"면서도 "앞으로는 민가 인근에서 발포가 예상될 경우 주민들에게 사전 안내를 하도록 포획단에 지시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