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과 일본의 군사적 대치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어느 쪽이든 상대를 잘못 건드리면 전쟁이 터질듯하다. 그래서 각종 언론에서 <중일 군사 충돌 '일촉즉발(一觸卽發)'> 이라고 대서특필하고 있다.
요즘 일촉즉발은 주로 군사적, 정치적 맥락에서 쓰이지만, 원래는 "툭 건드려주니 감정 반응이 나타났다"는 감정과 관련한 '촉이즉발'(觸而即發)이라는 말에서 유래했다.
명나라 중기에 문학가이자 희곡가였던 이개선(李開先, 1502~1568)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산동성 장취(章丘) 출신으로, 자는 백화(伯華), 호는 중록(中麓)이다. 그는 이전에 나이 많은 친구 장룡명(張龍明)을 알고 있었다. 장 씨는 이 씨에게 평생을 바친 글 〈원성(原性)〉(본성이란 무엇인가) 등을 세상에 전해 달라 부탁한 적이 있었다. 그 뒤 장 씨는 세상을 떠났고, 이 씨는 20여 년 이것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씨에겐 이미 '면산(面山)'이라 이름 붙인 집이 있었다. 어느 날 손님이 찾아와, 왜 '원성(原性)'으로 이름을 바꾸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 씨는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라, 장 씨에게 부탁받은 20년 전의 일을 떠올리며 기쁨에 차서 집 이름을 '원성당'으로 바꾼다. 그는, 손님이 왜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며, '원성당'이라는 이름의 유래를 <원성당기>에서 밝힌다.
"원래 내 마음속에 마침 '원성'이라는 생각이 있었고, 손님의 한마디가 이것을 툭 건드려주었기[觸] 때문에 그 생각이 떠올랐다." 이 문장 속에 '촉이즉발'(觸而即發)이 보인다. '툭 건드려주니 감정 반응이 나타났다'는 이 말이, 이후 긴장된 상황이나 위험한 순간을 비유하는 '일촉즉발'로 바뀌어 사용되게 된 것이다.
지금 어떤가. '한번 닿기만 하면' 모든 게 이루어지는 '터치'의 시대 아닌까. 물론 터치하면 안 되는 것도 있다. 백화점이나 박물관에 가면 'Don't touch!'라고 적혀 있다. 귀하고 소중한 것에는 손상의 위험으로 함부로 손대면 안 된다.
아, 그러고 보니 "손대면 툭 하고 터질 것만 같은〜" 잘 익은 봉숭아 열매는 정말 살짝 닿기만 해도 안쪽의 씨가 사방으로 흩뿌려진다. 자기 씨앗을 널리, 멀리까지 퍼뜨리기 위한 생명 전략이다. 생명의 진정성은 무반응이 아닌 '일촉'에 '즉발'하는 법이다.
글쓰기나 공부, 나아가 깨달음에도 적용된다. 무언가 딱 한 수가 모자랄 때 누군가 와서 '툭, 툭' 쳐주면 얼마나 좋겠는가. 누군가의 조언에 스르르 글이 풀리고, 공부가 트이고, 진리의 길이 열린다. 시어를 고르지 못해 입 속에 맴돌 때, 어깨 너머로 스쳐 지나가는 새 한 마리가 툭 쳐주니 시 한 편이 만들어지듯, 꽉 막혀 있을 때는 '일촉'이 신의 한 수가 된다.
'일촉즉발'의 네 글자 속에는 또 다른 지혜도 들어 있다. 네 자를 줄인 '촉발', 즉시 발사를 줄인 '즉발'이다. 힘을 가진 사물, 사건은 '일촉'에 '만발'한다. 한 번의 터치가 폭죽처럼 자기 생명력을 뽐낸다. 물론 '한 걸음도, 한 마디'도 다 일촉이다. 이렇듯 일촉은 세상만사의 묘한 '떡잎', '작지만 아주 큰 한방'이 될 수 있다. '일촉'으로 우주 만물이 '즉발'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