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직전 경제 살리고 있다" 트럼프 자화자찬 '19분 연설'

입력 2025-12-18 16:57:56 수정 2025-12-18 18: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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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민 연설 "어느 행정부보다 긍정 변화"
물가 전임 정부 탓 "모든 비용 극적 하락" 약속
관세 부과로 "일자리 증가·임금 인상·공장 신설"
지지율 하락·높은 물가…여론 반전 목표 해석

17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국민연설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국민연설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취임) 1년 만에,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성과를 이뤘다"고 주장했다. 그는 19분간 이어진 연설에서 미국 경제가 국민들이 체감하는 것보다 훨씬 나은 상태라며 "붕괴 직전의 경제를 되살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밤 9시 백악관에서 대국민 연설을 통해 "지난 11개월 동안 우리는 미국 역사상 그 어느 행정부보다도 워싱턴에 더 많은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근 높은 물가와 낮은 지지율로 고전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정권의 과오들을 수습하고 있으며 붕괴 직전의 경제를 살리고 있다고 자찬한 셈이다. 임기 후반 국정 장악력에 영향을 미칠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여론 반전을 노린 연설로 풀이된다.

◆물가 빠르게 낮췄다 주장

트럼프 대통령은 물가 상황에 대해 "이전 행정부와 그들의 의회 내 동맹들은 수조 달러에 달하는 돈을 재무부에서 약탈했고, 물가와 모든 비용을 전에 본 적 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며 "높은 물가를 끌어내리고 있으며, 매우 빠르게 낮추고 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전기 요금과 그 밖에 모든 비용이 극적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어 주택담보대출 상환액이 "새해 초에 크게 내려갈 것"이라며 새해에 "가장 공격적인 주택 개혁 계획 중 일부를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핵심 경제 정책인 관세 부과에 대해서는 "미국에 사상 최대 규모인 18조 달러(약 2천660조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이는 일자리, 임금 인상, 공장 신설, 훨씬 강화된 국가 안보를 의미한다"며 "이 성과의 상당 부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인 관세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외에 감세 정책, 의약품 가격 인하, 이주민 추방 등 국경 방어 정책도 업적으로 내세웠다.

그는 최근 감세 조치로 "많은 가정이 1만1천달러에서 2만1천달러를 절약하게 될 것"이라며 내년 봄에는 "사상 최대 규모의 세금 환급 시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17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기자실에 설치된 TV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국민연설이 방송되고 있다. EPA 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기자실에 설치된 TV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국민연설이 방송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전사 배당 '선물'도

트럼프 대통령은 군 복무 장병 145만명에게 크리스마스 전에 전사 배당금이라고 이름 붙인 보너스를 1천776달러씩 지급하겠다고 했다. 그는 "건국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 비용은 관세로 충당한다고 했다.

대외적으로는 "10개월 만에 8개 전쟁을 종결시켰다"며 "이란의 핵 위협을 제거했고, 가자 전쟁을 끝냈으며, 3천년 만에 처음으로 중동 평화를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5월 차기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에 대해서는 "곧 발표할 것"이라며 "그는 금리 대폭 인하를 강하게 믿는 사람"이라고 했다.

이번 연설은 민주당이 지난 11월 뉴욕시장 선거와 뉴저지·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데 이어 물가 문제를 고리로 공세를 펴자, 이에 대한 대응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미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3%로 바이든 정부 말기 2.9% 수준과 큰 차이가 없다.

뉴욕타임스와 더힐 등 미국 언론들은 연설 내용이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대화할 때 자주 내놓는 발언과 유사했다"며 "이 발언들이 실제로 유권자들의 인식을 바꿔놓을지는 불투명하다"고 평했다.

아울러 "모든 문제를 바이든 대통령 탓으로 돌리는 화법이 유권자들에게 점점 피로감을 주고 있다는 징후가 나타난다"고 더 힐은 지적했다.

◆지지율 고전 뚜렷

당초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베네수엘라를 겨냥해 강경 발언을 이어온 만큼, 후속 군사 조치 등 언급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이에 해외 군사 개입에 회의적인 마가(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 일부를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더힐은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 가운데 '약값 600% 인하'는 수학적으로 불가능하며, '18조 달러 해외 투자 유치'에 대해 실제 백악관 자료는 9.6조 달러라며 연설에 과장되거나 부정확한 주장이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부 지지층 이탈 추세가 나타나는 등 국정 평가에 대한 부정 평가가 늘어나고 있다.

최근 미국 NBC가 서베이몽키와 지난달 20일(현지시간)부터 이달 8일까지 미국 성인 2만252명(오차범위 ±1.9%p)을 대상으로 실시해 14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율은 42%로 나타났다. 부정 평가는 58%였다. 이는 지난 4월 지지율에 비해 3%p 하락한 수치다.

아울러 강력 지지한다는 비율은 21%로, 4월 26%에서 5%p 하락했다. 반면 강력 반대한다는 비율은 44%로 2%p 상승했다.

지지율이 가장 크게 하락한 집단은 공화당원으로,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마가 운동(MAGA)에 동조하는 지지층에서 하락 폭이 컸다.

자신을 공화당 지지자로 분류한 응답자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을 '강력 지지한다'는 비율은 35%로, 4월보다 3%p 하락한 반면, 마가 진영이라 응답한 집단의 지지율은 4월 78%에서 8%p 떨어진 70%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