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손에 전쟁카드·협상카드 모두 쥔 트럼프의 밀당 외교

입력 2026-02-02 16: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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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NA식 압박'과 'TACO식 후퇴' 사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겠다는 '노욕'
독립 250주년 '트럼프 개선문'도 업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싶어 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쟁카드와 협상카드를 모두 쥔 채 국제 정세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자신이 했던 말을 바꿔 상대를 벼랑 끝으로 몰아붙이는 'TUNA'(Trump Usually Negates Announcements·대개 말을 바꾼다), 그리고 불리할 것 같으면 한발 물러서는 'TACO'(Trump Always Chickens Out·항상 꽁무니를 뺀다)를 상대에 맞춰 적용하는 것이다.

◆TUNA에서 TACO로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쿠바에 대해 "최고위층 인사들과 대화하며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며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가 "올해 말까지 쿠바 정권을 끝내려 내부 조력자를 찾는다"고 말한 지 보름도 되지 않았다. 쿠바 경제가 붕괴 직전이라며 자멸할 것이라는 언사를 쏟아냈었다.

쿠바와 석유 거래를 하는 나라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이것도 불과 며칠 전이었다. 쿠바에 닿는 모든 조력과 거래를 끊겠다는 의지로 비쳤다. 이랬던 그가 돌변한 것이다. 쿠바를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넣은 뒤 협상을 할 수 있다는 제스처를 취하는 협상 전략이다.

지난해 8월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오른쪽)이 회담에 앞서 사진을 찍고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해 8월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오른쪽)이 회담에 앞서 사진을 찍고 있다. AP 연합뉴스

만 4년째가 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는 '선량한 중재자'라는 이미지를 공고히 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오랜 전쟁을 끝낸 대통령이라는 정치적 성과를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그는 "취임하면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대통령 당선 전부터 공언해 왔다. 군사적 개입은 없다. 어르고 달래는 TUNA와 TACO 전략으로 종전 협상 테이블을 계속 만들 뿐이다.

그의 중재자 이미지에는 노림수가 있어 보인다. 노벨평화상과 같은 명예로운 결과물을 얻고, 인정받고 싶어 하는 노욕이다. 케네디센터에 자신의 이름을 병기한 데 이어 미국 독립 250주년을 기념할 조형물, '트럼프 개선문'을 세우겠다는 것도 그 연장으로 읽힌다. 자신의 업적을 새겨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래픽] 미 군함의 중동 배치 현황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기자 = 최근 몇주 사이 중동 내 미군 병력과 군사 자산이 뚜렷하게 증강되면서 미국이 이란에 대한 추가 군사 공격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미국의 이란 군사개입 가능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실사격 훈련을 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yoon2@yna.co.kr X(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끝)
[그래픽] 미 군함의 중동 배치 현황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기자 = 최근 몇주 사이 중동 내 미군 병력과 군사 자산이 뚜렷하게 증강되면서 미국이 이란에 대한 추가 군사 공격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미국의 이란 군사개입 가능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실사격 훈련을 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yoon2@yna.co.kr X(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끝)

◆TUNA와 TACO를 적절히

이란 정부는 최근 몇 주 사이 냉·온탕을 오갔다. 미국이 자국의 반정부 시위 강경 진압을 빌미 삼은 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시위대를 교수형에 처하리라는 것을 들었다.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매우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그러자 이란 당국은 지난달 8일 수도 테헤란 인근에서 시위를 벌였다 사형 선고를 받았던 에르판 솔타니(26)의 보석을 1일 허가했다.

그럼에도 미국은 군사적 긴장감을 높였다. 항공모함 전단 등 주요 군사력을 중동 지역으로 집결시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가 신속하고 결정적인 공격 방안을 마련하라고 군에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일(현지시간) 미군이 기습적인 군사 작전으로 체포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근황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공개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일(현지시간) 미군이 기습적인 군사 작전으로 체포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근황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공개했다. 연합뉴스

최종 결심만 남은 것 같지만 정작 그는 "이란과 합의에 이르길 기대한다"며 협상에 초점을 맞춘 것처럼 말한다. 강경 발언과 군사적 옵션으로 상대를 흔들면서도 실제 충돌 직전에는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는 식이다. 미국이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뽐내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실제 군사력을 투입한 건 마두로 전 대통령 부부 압송 목적이 유일했다.

그러면서 압송 작전은 전 세계를 긴장시킬 만큼 완벽했다. 쥐도 새도 모르게 벌이지만 혹여 눈치를 챈다 해도 속수무책일 만큼 빠른 작전 수행이었다. '확고한 결의' 작전은 이를 확실히 각인시킨 시범 케이스였다. 작전 성공 직후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이 곧장 트럼프 대통령에게 만나자고 전화를 걸었던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