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
"내년 환율의 물가 전가 효과 확대 가능성" 전망
원·달러 환율이 꾸준히 오르면서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높이고 있다. 환율 변동에 민감한 유가부터 수입 의존도가 높은 식료품까지 순차적으로 환율 상승분이 반영되면서다. 고환율 상황이 이어질 경우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대 초중반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은 17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통해 "내년 환율이 현재와 같은 1천470원 안팎의 높은 수준을 지속하면 환율의 물가 전가 효과가 확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 환율 흐름에 따라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기존 전망치(2.1%)를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8월 1.7%에서 9월 2.1%로 올랐고 지난달에는 2.4%를 기록한 상황이다. 한은은 추석연휴 전후 여행 수요 증가로 개인서비스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가격이 오른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농산물, 축산물, 수산물 가격 상승률은 모두 5%를 넘겼다.
석유류 가격 또한 최근 환율과 국제 정제마진 상승 영향으로 크게 올랐다. 국내 휘발유 가격은 지난달 둘째 주 평균 리터(ℓ)당 1천703원에서 이달 둘째 주 1천746원으로 올랐고, 이 기간 경유 가격은 1천598원에서 1천660원으로 상승했다.
석유제품은 대부분 달러로 계약되는 만큼 원·달러 환율 변동 영향을 크게 받는 품목으로 분류된다. 석유류 가격은 이달까지 높은 상승세를 보이다가 환율이 추가 상승하지 않는다면 내년 초부터 점차 하락할 것으로 한은은 예상했다.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내년 1분기 중 목표 수준인 2%에 근접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초순에는 수입물가 상승 영향이 커지면서 체감물가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지난달 수입물가지수(원화 기준) 상승률은 전년 대비 2.2%로, 지난 9월 0.7%, 10월 0.5%에서 급등했다.
수입물가 상승분은 통상 1~3개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준다는 게 한은 설명이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밀가루와 설탕, 커피, 팜유·버터 등 원료 먼저 상승 압력을 받으면서 식품물가 전반을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원자재 가격 부담이 장기화하면 공산품을 생산하는 식품기업도 하나둘 소비자가격 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한은 관계자는 "축산물은 수입 쇠고기 가격이 상승하면서 환율 효과가 일부 나타나고 있다"며 "수입 비중이 높은 고등어, 오징어 등 수산물도 환율 움직임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